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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미친 황소의 질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 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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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6-04 09:43 조회3,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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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울부짖음이 이럴까. 순간적으로 하이톤으로 끌어올리는 람보르기니의 엔진 소리는 막힌 체증을 뻥 뚫어 버렸다. 거침없는 질주란 이런 것. 10기통 엔진에서 터져 나오는 미친 듯한 힘은 1,380kg 무게를 솜털처럼 밀고간다. 고집쟁이 황소,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다.


태생적으로 람보르기니는 고집쟁이다. 오만 방자한 페라리에 열 받아서 “내가 타고 싶은 차, 내가 만든다”는 돈키호테 같은 고집과 오기로 만든 차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페라리보다 더 강하고, 더 잘 달리는 차를 만들겠다는 고집과 오기가 람보르기니의 역사라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람보르기니서울이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 연구소 프루빙그라운드에서 트랙데이를 열었다. 가야르도 LP 550-2와 LP 570-4, 여섯 마리의 황소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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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부터 람보르기니의 고집은 드러난다. 유선형 디자인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스케치북에서 그대로 튀어 나온 듯 직선이 전부다. 종이를 접은 듯 날 선 라인이 손을 베일 것 같은 예리함으로 드러난다. 각진 모습에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사이드 미러는 더듬이 같다.


간결하면서 힘 있는 디자인. 스텔스 전투기의 모습도 보이고, 바람을 뚫고 달리는 총알 같은 이미지도 보인다.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은 뒤태도 마찬가지. 블랙 바탕에 간결하게 배치된 리어램프가 깔끔하게 뒷모습을 마무리한다. 프런트 오버행이 조금 튀어나왔고 리어 오버행은 거의 없다. 앞이 얇고 뒤가 두꺼운 사이드뷰는 날아가 꽂힐 것 같은 예리함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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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된 차는 LP 550-2. V10 5.2리터 엔진은 미드십에 배치됐고 550마력의 힘을 낸다. 후륜구동방식으로 뒷바퀴에는 LSD가 적용됐다.


인테리어는 간결하다. 고급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가죽으로 마무리한 것이 전부. 호화롭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D 커팅한 스티어링 휠, 그 너머로 보이는 340km/h까지 표시된 계기판이 “나는 람보르기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rpm은 8500에 이르러서야 레드존에 들어간다.


센터페시아는 아우디와 흡사한 이미지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버튼들이 비슷하다. 폭스바겐 그룹의 일원으로 아우디와 최소한의 공유를 했다고 보면 된다. 사이드 브레이크 뒤로 명함 지갑이나 넣을까 싶게 좁은 수납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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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시트는 완전히 누일 수 없다. 차 높이가 1,165mm에 불과하고 시트도 무척 낮다. 그래서 운전석에 앉기 위해서는 허리를 깊숙하게 숙인 겸손한 자세로 차에 들어가야 한다. 숄더라인은 높고, 시트는 낮고 천정이 앞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있어 벙커 안에 들어와 앉은 느낌이다.


시동키를 돌려 엔진을 깨웠다. 잠자는 황소의 뿔을 잡아끈 것. 패들 시프트를 올리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변속모드는 3가지. 오토, 스포츠, 코르사다. 코르사는 최고의 달리기 성능을 보이기 위한 세팅이다. 변속시기가 빨라지고 ESP가 해제되고 파워풀한 드리프트를 구사할 수 있다. 드라이버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세팅이지만 위험도 크다. 드라이빙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오토 버튼을 누르면 수동과 오토를 선택할 수 있다. 수동 모드를 택하면 미친 황소가 된다.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날뛰는 황소처럼 거친 충격이 전해오는 것. 다시 버튼을 눌러 오토를 택하면 조금은 얌전해지지만 광기는 살아있다. 그러니까 미친 황소의 등에 올라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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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황소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2.8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과 e 기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손과 발로 다루는 이 네 개의 장치들이 미친 든 날뛰는 황소를 제대로 컨트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e 기어는 F1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변속레버는 없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한다.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이다. 좌우를 함께 당기면 중립, 후진은 왼쪽에 달린 R 버튼을 누르면 된다. 오벌 코스로 이뤄진 주행시험장의 고속주회로를 시속 200km 까지 달릴 수 있었다. 최고속도는 320km/h 지만 거기까지 욕심을 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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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무지하게 시끄럽다. 등 뒤에 자리한 10기통 엔진이 토해내는 하이톤의 찢어지는 듯한 엔진 소리는 운전하는 동안 내내 귀를 자극했다. 이 소리를 좋아할 수 있어야 람보르기니를 탈 수 있다. 이 소리가 싫은 이는 그냥 이 차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엔진의 거친 숨소리는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워버린다. 바람소리도, 노면의 잡소리도, 타이어 마찰음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건 오직 미친 황소의 거친 숨소리 뿐.


거칠다. 낮은 속도로 이동할 때 특히 그렇다. 하드한 서스펜션이 노면의 진동을 흡수하기를 거부하고 튕겨내는 듯 거친 반응이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더블 위시본으로 매우 딱딱하게 세팅됐다. 체중을 실어 눌러도 별 반응이 없을 정도. 하드한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빛을 발한다. 고속으로 달릴 때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전한다. 시속 200km일 때 오히려 잔잔해짐을 느낀다. 탁월한 고속주행 안정성은 수퍼카가 갖춰야할 당연한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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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럼과 코너를 연이어 만든 트랙을 빠르게 달렸다. 낮은 차체는 네 바퀴를 노면에 밀착 시키고 칼 같이 예리한 코너를 우습게 돌아나간다. 타이어 슬립도, 오버나 언더 스티어도 없다. 속도에 상관없이, 물리학의 힘의 법칙을 무시하듯 핸들을 돌리는 데로 따라온다. 부담 없는 코너링. 운전실력의 200%를 커버한다. 피렐리 타이어의 접지력, 미드십 엔진의 이상적인 무게배분, 정확히 차이 가운데 위치하는 시트포지션 등이 어울려 놀라운 코너링 성능을 보였다. 턴을 할 때마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멋있다. 핸들은 2.8 회전하고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을 조금 상회한다. 타이어는 앞이 235/35ZR 19, 뒤가 295/30ZR 19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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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역설. 시끄럽고 거칠다. 그래서 좋다. 이게 람보르기니의 참 맛이다. 성격이 분명한, 그리고 고집스럽고 괴팍스러운 이 차에는 야성이 살아 있다. 람보르기니를 타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거리를 내달리고 싶은 건 수컷으로서의 야성을 죽이고 순치된 삶을 사는 남성들의 로망이다. 


미친 듯 한 힘, 정교하지만 거친 몸짓, 시대의 흐름을 아랑곳하지 않는 자태, 조용하고 안락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해버리는 고집, 혹은 오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마니아들과 소비자들. 사디스트와 메조키스트에 다름 아니다.   


연비는 약 7.5km/L. 5.2리터 엔진을 얹은 550마력 수퍼카 연비로는 제법 우수하다. 판매가격 2억9,000만원. 람보르기니 라인업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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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성능


LP 550-2의 공식 제로백 타임은 3.9초. 서킷에서 계측기를 달고 측정한 기록은 4.44초로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거리는 62.98m였다. 변속기를 오토모드로 측정한 것. 여럿이 함께 시승하느라 계측을 두 번밖에 할 수 없었다. 스포츠나 코르사 모들를 택해 여러번 시도했다면 기록은 조금 더 나아졌을 것이다. 일반인이 운전을 해도 이 정도 기록을 낼 수 있다고 보면된다. 대단한 가속력이다. 테스트 여건상 0-200km/h는 시도하지 못했지만 11~12초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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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성능


주행 여건상 2, 3회를 테스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정 정지까지 제동거리는 36.82m, 제동시간은 3.41초다. 일반 세단에 비해 제동거리나 시간이 훨씬 짧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한다는 명제를 충실히 만족시키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꿈같은 차다. 그래서 비현실적이다. 시속 320km의 최고속도를 어디서 느낄 것인가. 낮은 최저지상고는 울퉁불퉁한 길에서, 도로 턱에서, 경사가 심한 주차장을 진출입할 때 운전자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차의 문제가 아닌 도로의 문제지만 우리의 교통환경은 수퍼카의 비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패들 시프트는 핸들과 분리됐다. 좌우로 넓은 부분을 커버하게 만들었지만 손의 위치가 12시 30분일 때 패들 시프트는 손이 조작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그런 상태로 패들 시프트를 조작할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따로 변속레버가 없는 만큼 패들시프트는 핸들과 함께 돌아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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