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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LA에서 만난 친구, 카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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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1-12 22:26 조회7,57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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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LA는 깨끗했다. LA에 입성하는 날은,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그 도시에 비가 촉촉하게 내린 뒤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말을 지내기 위해 빌린 차는 카마로 컨버터블이다. 11월이지만 여전히 쨍한 LA의 태양을 만끽하기에는 컨버터블이어야 했고, 미국 땅에 온 만큼 아메리칸 머슬카 카마로를 골랐다. LA의 태양을 즐기기에 이만한 차 없다.
카마로. 불어로 친구, 동무라는 뜻을 담은 속어다. 좋은 친구 만나러 태평양을 건너온 셈이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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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은 LA나 캘리포니아가 제격이다. 아니면 지중해 해안가도 좋다. 얼굴에 와 닿는 햇살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서다. 하루 종일 지붕을 열고 달려도 먼지 스트레스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행여 누가 먼저 가져갈세라 렌터카 차고에서 잽싸게 카마로 컨버터블을 낚아채고 도로 위로 나섰다. 사막은 너무 거칠고 도시는 답답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고 싶었다. 본능이었을까. 차는 태평양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달렸다. 왼쪽으로 가라하면 왼쪽으로 갔고, 오른쪽으로 가라하면 오른쪽으로 돌았다. 귀를 쫑긋 세운 채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핸들을 돌리다 보니 어느 새 태평양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산타모니카, 롱비치, 말리부. 미국 서부 해안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로를 어느 새 달리고 있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닷바람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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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 지엠 콜벳과 더불어 미국 GM의 대표적인 스포츠카다. 64년, 포드가 머스탱을 만들자 지엠이 서둘러 66년에 카마로를 출시했으니 두 차는 태생부터 라이벌인 셈이다. 쉐보레 엔지니어들이 장난처럼 하는 말이 있다. “카마로는 머스탱을 잡아먹고 사는 작고 사악한 동물”이라는 것. 좋은 라이벌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가 발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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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 소프트톱은 컨버터블 모델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사각 리어램프는 익숙한 모습이다. 말리부의 리어램프가 바로 카마로에서 온 것. 계기판 역시 두 개의 사각램프로 구성됐고 센터페시아 아래엔 4개의 사각형이 자리해 자동차의 이런 저런 정보를 전한다.
선이 굵은 디자인이다. 자잘한 선, 얄팍한 잔재주는 없다. 단단하고 단순한 선이 카마로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붕이 열리지 않는 쿠페도 멋있다. 날씨 변화가 많고 먼지가 많은 서울에서라면 컨버터블보다는 쿠페가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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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에이터의 중앙, 사이드 미러 등에는 엣지가 숨어있다. 헤드램프는 깊은 눈매의 외국인을 닮았다. 깊숙하게 자리한 헤드램프다. 
지붕을 열기 위해선 윈드실드와 루프를 연결하는 후크를 손으로 풀어줘야 한다. 그 다음 버튼을 누르면 전동으로 지붕이 열린다. 2도어 4시트. 4인승이다.


핸들은 2.7 회전했다. 3회전에 못 미치는 건 그만큼 예민한 조향성능을 가졌다는 의미다.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구성.
룸미러 위로 온스타 버튼이 있다. 이게 뭘까 하고 무심코 눌렀는데 전화 신호음이 들린다. 곧이어 누군가 연결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실수로 잘못 눌렀다고 말하고 끊었다. 지엠 온스타는 지엠의 텔레매틱스 시스템으로 비상시 여러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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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계는 마일로 표시된다. 시속 60마일(96km)에서 rpm은 1,600을 마크했다. 비교적 낮은 rpm. 6단 변속기가 엔진과 궁합을 맞춘다. GM의 변속기는 말을 잘듣는다. 우직하다. 수동 변속모드로 세팅하면 운전자의 조작 없이는 절대 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rpm이 높아지면 스르르 알아서 변속해버리는 다른 변속기들과 달리 운전자가 직접 수동조작을 해야 변속이 일어나는 것. 변속레버를 S로 옮기면 패들 시프트를 통해 수동 조작을 할 수 있다.
수동 모드로 옮겨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불과 2단에서 시속 70마일을 커버한다. 70마일이면 112km/h. 기어비 폭이 너무 넓은 것 같기는 하지만 일상 주행영역에서는 2단 하나로 커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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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딴 데 볼 것 없다. 좌우 사이드 미러와 정면만을 보면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다.


엔진 소리가 자극적이다. 그리고 매력이 있다. 자고로 스포츠카는 잘 달리는 것 보다 죽여주는 엔진 사운드가 더 중요한 법이다. 카마로의 엔진 사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낮은 rpm에서 강한 비트로 낮게 으르렁대다가 엔진 회전수를 올려가면서 점점 강하게 짖어댄다. rpm을 레드존 근처로 끌어올리면 울부짖듯 포효하는 엔진 소리는 심장을 자극한다.


인간적이다. 치밀하게 짜여 바늘 하나 꽂을 데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보다 카마로는 조금 헐렁한 모습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도 약간의 유격이 느껴지고 가속할 때 차체의 반응도 타이트하다기 보다는 여유 있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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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머신이 아니라 낭만이 있는 차다. 스포츠카가 아닌 머슬카라고 부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바닷가를 벗어나 다시 내륙으로 방향을 틀었다. 와인딩 코스가 이어지는 산길이다. 주말을 즐기는 한 무리의 할리 라이더들을 앞세우고 이어지는 커브길을 춤추듯 타고 돌았다. 한국에서라면 조금 커 보일듯한 덩치지만 땅 덩어리 넓은 미국에선 딱 좋은 크기다. 힘은 여유가 있고 차의 움직임도 촉박하지 않다.


고속 주행은 무모한 일이다. 차에게 무모한 게 아니라 운전자에게 그렇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과속은 자칫 엄청난 벌금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교통법규가 엄하기로 미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다. 이미 기자는 카마로를 만나기 전에 한 차례 딱지를 뗐으니 더더욱 과속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50-70마일 전후로 달리면서 아쉬운 대로 만족해야 했다.
현지의 저널리스트도 고속주행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자칫 딱지라도 떼이면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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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6 엔진은 323마력의 힘을 낸다. 충분한 힘이다. 19인치 타이어는 노면을 잘 붙들고 달렸다. 연비는 시내주행 기준 17mpg, 고속도로 28mpg, 한국지엠이 밝히는 카마로 쿠페의 국내 공인 연비는 9.1km/L로 배기량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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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는 태평양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시간. LA로 돌아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했다. 어스름 저녁엔 더 이상 지붕을 열 이유가 없다. 조용히 지붕을 닫고 어둠을 맞이한다. LA에서 만난 친구 카마로와도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굿바이 카마로, 굿바이 LA.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 재질은 딱딱한 플라스틱이다. 조금은 더 고급 재질을 쓰는 게 이 차의 이미지와 맞겠다. 그래도 카마로 아닌가. 사람들의 꿈과 기대가 있는 아메리칸 머슬카인데 인테리어 재질도 여기에 맞춰 업그레이드 하면 좋겠다.
차 뒷부분에 세워진 안테나가 룸미러를 양분하고 있다. 운전석에서 룸미러를 보면 안테나가 한 가운데 딱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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