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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왜건이든 아니든 달려라 i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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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1-28 10:18 조회8,25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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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왜건을 내놨다. i40이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로 내놓은 새 모델이다. 준중형 해치백 i30에 이어 중형 왜건 i40을 추가한 것이다.


유럽에선 왜건이 제법 인기를 얻는다. 주요 세단 모델을 기본으로 만든 왜건 모델들이 꾸준히 팔려나가는 시장이 유럽이다. 정형화된 외관 스타일보다 어떻게 타고 활용하느냐에 가치를 둔 기능적 관점을 가진 유럽 사람들에게 세단보다는 왜건이 좀 더 활용하기 좋은 차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상하게 왜건이 안 팔린다. 성공한 사례가 없다. i40이 과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다. 유럽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차가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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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대차는 이 차를 왜건이라 부르지 않는다. ‘유러피언 프리미엄 신중형’ 이라는 애매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왜건이라는 선입견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희망적일 수 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에 희망을 거는 것. 아직 성공했던 왜건이 없으니 보나마나 실패할 것이란 게 아니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차가 없으니 파고들 틈새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다. 개인 성향의 문제다. 차를 타는데 왜건은 좀 그렇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중엔 왜건이 좋다는 이들도 과거보다는 조금 더 많아진 듯하다. 나만의 차, 소수의 차를 원하는 부분도 작용한다. 왜건이 파고들 틈새는 많아 보인다.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왜건을 왜건이라 부르지 않는 사정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야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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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 조금은 어색함이 남아 있다. 점잖다기보다 진보적이고 디자이너의 의욕이 과하게 느껴진다. i40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보닛 라인, 헤드램프 형상, 측면 실루엣, 리어 램프의 디자인 등에서 화려한 라인들이 살아 있다.


크다. 쏘나타보다 5mm 작지만 더 길어 보이는 건 트렁크 공간까지 지붕으로 덮으며 늘씬하게 쭉 뻗은 측면 모습 때문이다. 쏘나타보다 오히려 멋있다. 실내 좌우의 폭, 앞 뒤 공간, 머리 위, 트렁크 등 모든 부분에 여유가 있다. 준대형 느낌이다. 트렁크도 실내에서 수납할 수 있어 좋다. 뒷좌석 가운데를 가르는 센터터널도 거의 없어 뒷좌석 공간 활용성이 좋다. 뒷좌석 가운데 승객이 느끼는 불편함이 거의 없다.


선루프는 시원하게 열린다. i40의 천장은 거의 대부분을 유리로 덮었다. 운전자보다 뒷좌석 승객이 더 좋아할 부분이다.
리어게이트도 시원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렁크 도어를 열면 엉덩이를 걸쳐 앉기에 딱 좋은 공간이 연출된다. 해변에, 산속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엉덩이를 걸쳐 앉아 자연에 빠져드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SUV처럼 높지 않아 더 편하다.


핸들에는 여러 버튼이 있다. 오디오 조절은 왼쪽, 크루즈 컨트롤은 오른쪽이다. 트립미터 등도 조작가능하다. 음성인식 시스템이 있어서 음성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MBC 하고 말하면 MP3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쓸 만하다. JBS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짱짱한 음질이 귀를 호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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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리터 VGT 디젤 엔진의 힘은 140마력. 공차중량 1,530kg을 끌고 가기엔 여려 보이는 힘이지만 33.0kgm의 토크에 기대를 걸어본다. 디젤엔진이다. 공회전상태에선 디젤인지 모를 정도의 정숙하고 안정적 반응을 보인다. 포커페이스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소리가 커지면 비로소 디젤엔진임을 알 수 있다.
가볍다. 핸들이 그렇다. 너무 가벼워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가벼운 핸들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준다.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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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테이러 디자인처럼 인테리어에도 과장된 면이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 송풍구가 그렇다. 찢어진 눈처럼 송풍구를 한껏 늘려 안쪽 깊게 파 넣었다. 과하다.
운전석을 감싼 도어패널 등 선의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계기판은 두 개의 원으로 단순화했고 원안에 작은 정보표시창을 만들었다. 원 사이에 정보 표시창을 만들어 주행 정보를 알려준다.


경쾌한 핸들링만큼이나 차의 움직임도 가볍다.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이 경쾌함 그 자체다. 엔진이 차를 끌고가는 느낌이 지루하거나 무겁지 않다. 엔진이 차를 잘 다룬다. 가속페달의 마지막 단계에 걸리는 킥다운 조차도 가볍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에 머문다. 차 크기에 비해 배기량이 크지 않은 편인데 rpm에는 여유가 있다. 자동 6단 변속기가 부드럽고 세련되게 동력을 컨트롤하는 덕분이다.
힘은 저스트 파워에 가깝다. 빠르게 속도를 높이지 못한다. 하지만 안정감 있게 꾸준히 치고 나가는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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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으로 달린다.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왜건은 때로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어야 할 때도 있어 리어 서스펜션을 조금 강하게 세팅한다. 때문에 혼자 탈 때에는 조금 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i40은 그렇지 않다. 짐을 싣거나 더 많은 사람을 태웠을 때의 반응도 궁금하다. 크루즈컨트롤을 시속 90에 맞췄다. 편안하다. 장거리 운전할 대 매우 유용한 장치다. 어댑티브 크루즈는 아니다. 그냥 정속주행만 가능할 뿐, 차간거리까지 자동으로 조절하지는 않는다.


시트는 편안하다. 전동시트가 적용됐고 럼버 서포트가 허리를 잘 지지해준다. 장거리 운전할 때 피곤한 운전자의 몸을 시트가 잘 받쳐줄 수 있겠다.
시속 120km 전후에서 지붕 뒷부분에서 바람소리가 커진다. 지붕을 지나간 바람이 뒤에서 와류를 형성하는 탓이다. 차의 앞부분은 오히려 잔잔한데 뒤에서 몰아치는 소리가 더 크다. 엔진소리는 바람소리에 덮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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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급출발을 하면 잠깐 휠스핀이 일어난다. 하지만 곧 그립을 회복해 안정감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가속을 이어가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초반 가속은 더디다. 탄력을 받으면 제법 빠르게 치고 달리지만 폭발적인 힘은 아니다. 고속구간에서 가속력은 또 한 차례 고비를 맞는다. 부드럽고 꾸준한 가속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까지 도달시간은 11.0초, 도달 거리는 182.72m가 가장 빨랐다. 십여차례 가속테스트를 반복한 결과는 대부분 11초대의 기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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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을 하면 반발력이 크게 느껴진다. 브레이크가 강하게 잡히고 동시에 비상등이 자동으로 점멸한다. 브레이킹할 때 차가 앞으로 콕 박히는 노즈 다이브는 심하지 않다. 앞으로 기울지 않으려는 강한 반발력이 살아 있다. 특이한 브레이크 느낌이다.


시속 100km에서 제동거리는 41.71m. 제동시간은 4.13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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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새로운 차종을 보며 소비자들은 잠깐 혼란스러움을 느낄지 모른다. i40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이 이를 말한다. i40이 한국 시장에서 왜건의 편견을 깨고 새 기록을 세우기는 쉽지 않겠다. 이유는 두 가지다. 소비자들이 아직 왜건을 폭넓게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현대차의 의지부족이다. 한국시장에서 왜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좀 더 착한 가격을 내놨을 것이다. i40의 가격은 2,775만원~3,075만원 사이다. 소비자들은 비싸다하고 메이커는 비싼 장비들을 아낌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라 한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배기량 1.7리터 디젤엔진을 얹은 왜건 모델을 최대 3,000만원 넘게 받겠다는 것은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여유, 혹은 오만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룸미러를 통해 보이는 후방 시야가 제한적이고 좁다. 뒤창이 좁은 탓이다. 차 뒤의 윗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룸미러를 통해 후방시야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 변속레버의 수동변속 느낌도 안좋다. 시프트다운을 시도할 때 변속이 되다마는 느낌이다. 레버가 완전히 아래로 내려가며 변속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아니다. 레버가 내려가다 만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다가만 느낌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앞서 언급한 비싼 가격은 이 차의 가장 큰 약점이다.


시승/ 글 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 박인범 (LIZ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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