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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통장잔고 확인하게 하는 BMW 5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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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0-11-12 16:34 조회5,06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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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디젤엔진의 발전이 거듭 이어지고 있다. 골프, 3.7 등 C 세그먼트 뿐 아니라 그 위급에서도 디젤의 선전은 눈부시다. 


디젤의 강점은 힘과 연비다. 동급 가솔린 엔진 대비 강한 토크를 확보해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중저속에서 강한 힘을 보인다. 또한 가솔린보다 연료효율이 같은 거리를 갈 때 연료 소모량이 훨씬 적다. 


유럽의 메이커들이 디젤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자 뿐 아니라 디젤 엔진도 친환경차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면이 분명히 있다. 


BMW 520d가 있다. BMW 코리아가 지난 8월 내놓은 신형 세단이다. 2.0 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이 차는 최고출력 184마력에 최대토크 38.8kg.m의 힘을 낸다. 2.0 엔진이 이 정도 힘을 만들어 내는 게 기특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연비다. 리터당 18.7km/L다. 유럽 기준으로하면 20km/L에 이른다. 경차도 소형차도 아닌 중형 세단에 이 정도 연비를 구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 기준을 적용했을 때 유럽보다 연비가 안 좋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연비 기준이 까다롭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5시리즈의 디자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잘 익어가는 느낌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 발짝 앞서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차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최고급의 질감은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질감이 프리미엄 세단임을 말해준다. BMW 특유의 변속레버는 수동 모드로 할 때 위로 밀어야 시프트다운이다. BMW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이 처음에 당황하게 되는 부분이다. 


후륜구동.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가속감, 승차감이 좋지만 대신 차 실내 바닥 한 가운데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센터터널 때문에 공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시승차도 예외는 아니다.


조용했다. 밖에 나가서 엔진 소리를 들어보면 디젤인지 알겠지만 사전 정보 없이 운전석에 앉으면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모르겠다. 디젤은 자신의 장점은 유지한 채로 조용하고 진동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점점 가솔린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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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정확히 3회전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거칠게 출발했다. 정지했던 타이어가 강한 구동력에 놀라 허겁지겁 움직이며 살짝 슬립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된 자세로 속도를 높이는 건 그 다음 단계. 수업시간에 고개 처박고 졸던 아이가 시치미를 떼며 벌떡 제 자세를 잡는 것 같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진짜 편하다. 운전자의 시선을 자유롭게 해준다. 계기판에 시선을 줄 시간에 필요한 다른 곳을 보면 된다. 굳이 계기판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중요한 주행 정보는 다 알 수 있다.


속도를 높이면서 BMW 특유의 단단한 가속감이 전해진다. 눈과 손은 프리미엄 세단의 럭셔리함을, 엉덩이와 오른발을 통해서는 단단한 서스펜션을 통해 전해지는 차체의 반응이 마음에 든다. BMW를 탄다는 건 이런 느낌을 즐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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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점차 깊게 밟아 속도를 높이면 바람소리가 커진다. 엔진소리는 잔잔하다. 조용해서 더 대견한 디젤엔진이다. 시속 130km를 넘어 고속구간에서는 엔진, 노면 잡소리보다 바람소리가 커지는 게 확연하다. 


거의 모든 구간에서 엔진은 조용했다. 엔진이 고속회전하면 속도가 높아지면서 바람소리가 더 커져 엔진 소리를 덮어버린다. 대부분 구간에서 엔진은 마치 디젤 엔진이 아닌 것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숨소리도 아끼는 것 같다.  


가속을 하면 초반 지체가 느껴진다. 가속하는 만큼 차가 빨라지지 않는 것. 하지만 잠깐이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최대토크 38.8kg.m는 1,900rpm부터 2,750rpm 구간에서 유지된다. 일상 주행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가속 테스트 결과 제로백 타임은 8.20초, 거리는 137.74m다. 시속 200km 도달 시간은 38.86초, 거리는 1523.25m.  


탁월한 성능은 아니다. 차가 크지만 배기량은 2.0으로 크지 않고, 게다가 디젤이어서 고속에서 쭉쭉 뻗는 탁월한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작지 않은 크기와 무게의 차를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면서 가속을 이어갔다. 이 차의 조건들에 비해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중무장한 디젤엔진이 만들어낸 성능이다. 가변터보차처, 피에조인젝터, 커먼레일 직분사로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했다. 엔진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저속에서는 차는 가장 재미있다. 풍부한 토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발 끝으로 가속페달을 툭 치면 차가 즉각 반응한다. 시간차 없는 반응이어서 더 재미있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연비를 좋게하는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최적의 기어를 물려 회전수에 맞는 최적의 힘을 뽑는 것도 8단 변속기의 능력이다. 


수동 1단으로 출발한 차는 40km/h에서 2단, 60km/h에서 3단, 100km/h에서 4단, 120km/h에서 5단. 150km/h에서 6단으로 각각 시프트 업된다. 변속 폭이 좁다. 한 기어가 오래 물려 있지 않고 필요한 속도에 맞춰 빠르게 변속을 한다. 


코너에서는 후륜구동 세단의 안정감 있는 조종성을 느낄 수 있다. 가속구간에서도  앞뒤 무게배분을 이상적으로 한 후륜구동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브레이크 반응도 믿음직하다. 달리다가 제동을 하면 안정감 있게 멈춘다.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페달과 이에 따라 움직이는 차체의 반응이 신뢰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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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당 18.7km라는 놀라운 연비의 비결은 다이내믹 이피션트다. BMW의 철학으로 자리 잡은 이 개념은 성능과 효율을 둘 다 포기하지 않고 갖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술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필요한 때, 필요한 부분에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쓴다는 게 기본 콘셉트다. 에어컨, 전기, 연료 등 차의 모든 자원을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에너지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능이 죽는 것은 아니다. 단단하게 노면을 밟으며 차고 달리는 BMW다운 모습은 여전하다. 그래서 더 경이롭다.

다이내믹 이피션트는 감자 한 알로 식사를 해결하며 멋진 근육을 만드는 보디빌더 같다. 적게 먹고 큰 힘을 내는 기본 원리는 다를 게 없다.


사이드 미러가 크지는 않다. 공기의 저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룸미러도 시야 확보에 문제없다.


거의 모든 BMW 모델에는 런 플랫 타이어가 적용됐다.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타이어다. 대신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시승 도중 실제로 펑크가 나서 런플랫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오고 펑크가 났음을 확인한 상황에서 시속 80km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공기압이 빠질수록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지만 어쨌든 차는 안전지대까지 무사히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타이어는 225 55R17 타이어가 적용됐다. 연비를 고려해 17인치를 얹은 것으로 짐작해 본다. 연비를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판매가격 6,240만원. 내 통장에 잔고가 얼마지? 한번쯤 계산해보게 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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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 윗부분은 맨 철판이다. 철판이 거칠지 않게 잘 마무리 했지만 그래도 마감재를 덧대 완벽하게 마무리를 하는 게 정석이다. 적어도 이 차가 프리미엄 세단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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