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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푸조 308SW MCP의 욕심이 만든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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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0-12-27 14:11 조회4,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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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발전을 낳는다. 좋은 물건은 비싸게 마련이지만 좋은 물건 싸게 사고 싶은 욕심이 결국 양질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야말로 욕심의 집합체다. 성능과 연비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포기해야 하는 상극인데도 어느 하나도 포기 못하겠다는 욕심이 성능 좋고 연비 좋은 차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능과 승차감도 그렇다. 고성능 차는 승차감이 떨어지고, 승차감 좋게 하려면 딱딱한 서스펜션을 무르게 해야 하니 고속이나 코너에서 제 성능을 내기 힘들다. 하지만 ‘둘 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심을 맞추기 위해 감쇠력이 그때그때 변하는 서스펜션을 만들기에 이른다.


변속기도 좋은 예다. 수동변속기의 불편함을 이기지 못해 자동변속기를 만들어 놓고는 다시 수동 변속의 ‘손맛’과 우수한 연비를 탐내다가 결국 팁트로닉과 MCP라는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냈다. 오늘 시승할 차가 그런 차다. 푸조 308SW MCP다.
이름에 담긴 간단한 암호를 먼저 풀자. 308은 푸조의 준중형급 모델이다. SW는 왜건 스타일에 붙는 이름, 그리고 MCP는 푸조가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변속기다. 풀어보면 MCP를 장착한 준중형급 왜건 모델이라는 의미가 차 이름 안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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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자동변속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MCP는 수동 변속기에서 클러치 페달만 생략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자동변속기는 D 레인지에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조금씩 움직인다. 클리핑 현상인데 MCP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다.  D에 해당하는 A 레인지에 변속레버를 위치시켜도 가속페달을 밟지 않으면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슬금슬금 움직이며 주차하는 게 MCP에서는 불가능하다.


겉보기로는 큰 차이 없는 변속기들이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큰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MCP 변속레버에는 P가 없다. 주행할 때 사용하는 A, 후진할 때 R, 중립인 N이 있다. 그리고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위 아래로 시프트 업 다운을 할 수 있는 수동변속구간이 있다. 스포츠 모드로 달릴 수 있는 버튼도 자리하고 있다.


적당한 길이다. 4,500mm. 폭은 1,815mm다. 오버하지 않는 적당한 사이즈다.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차를 만드는 메이커답다. 푸조는 가장 큰 엔진 배기량이 3.0이다. 고성능을 추구하기보다 실용적인 차를 만드는 브랜드다. 308 SW MCP는 왜건이다. 실내에서 트렁크 공간까지 모두 통한다. 시트에 앉은 채 트렁크에 실린 짐을 꺼내 볼 수 있어 좋다. 짐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을 땐 트렁크 윗부분만 커버로 덮어버릴 수 있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308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지붕을 유리 한 장으로 덮어버린 것. 따라서 지붕을 열 수는 없다. 선루프가 아니라 글라스 루프로 부르는 이유다. 통유리로 지붕을 덮어 차창 밖, 특히 하늘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생경하고도 꽤 괜찮은 느낌이다. 운전자는 차 앞을 보며 운전하느라 글라스 루프의 맛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지만 동승자들, 특히 뒷좌석 승객들은 하늘을 보며 달리는 맛에 푹 빠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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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의 디자인은 파리지엔느를 닮았다. 강한 개성이 있다. 볼륨감 있는 선과 면, 특히 뒷모습에서 그렇다. 고양이를 닮았다는 팰린룩 디자인이다. 앞모습의 째진 눈이 때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만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계기판에 있는 네 개의 원과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또 다른 정보창으로 통해 주행 정보를 얻는다. 특히 리얼타임으로 연비를 알 수 있어 경제운전을 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센터페시아는 단순명료하다.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 그리고 간단한 두 개의 수납함이 전부다.


인테리어는 매우 기능적이다. 2열 시트는 각각 떼어내서 다양한 실내를 연출할 수 있다. 가운데를 비울수도 있고 3열에 시트 하나를 더 넣을 수도 있다. 이처럼 크지 않은 왜건이 3열까지 시트를 넣을 수 있다는 건 의외다.


핸들 아래 핸들과 분리되어 고정된 패들시프트가 있다. 왼쪽이 다운, 오른쪽이 업이다. 핸들을 쥔 채로 변속을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빠르게 달리며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지만 이 차는 디젤 HDi 1.6 리터 엔진에 112마력의 힘을 가진 차다. 게임 같은 느낌은 약하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에서 적당한 소음과 흔들림을 느낀다. 아주 조용한 편도, 그렇다고 시끄러운 편도 아니다. 달리는 속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정직한 체감속도다. 과하게 신경 써서 소음을 줄인 것도,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고 소리에 무대책인 것도 아닌 적당한 소음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살짝 휠 스핀이 일어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속하거나 변속 순간의 느낌은 매우 독특하다. 가속 할 때에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온다. 수동 변속기의 느낌 그대로다. 변속이 일어날 땐 변속충격이 몸으로 전해온다.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은 듯 몸이 앞으로 쏠린 다음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 같은 변속 특성은 계측기를 이용해 얻은 가속 그래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가속 그래프가 곧게 이어지지 않고 변속 순간에 흔들리는 게 보인다.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40, 60, 100, 130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500까지 올라간다. 힘과 배기량에 여유가 있다면 2,000rpm이나 그 이하에 머물겠지만 배기량 1.6리터에 112마력의 저스트 파워를 가진 이 차에서는 rpm을 조금 더 올려야 시속 100km에 맞출 수 있다. 


6단 MCP는 4, 5, 6단에서 기어비 1:1 이하인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6단변속기면 5, 6단을 오버드라이브로 하고 4단은 1:1로 세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4단부터 오버드라이브로 만든 것은 연비를 고려한 세팅이다.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맛이 떨어지는 대신 기름을 덜 먹는 경제적인 차로 만든 것이다. 작심하고 연비에 포커싱을 한 차임을 기어비가 말해주고 있다. 


메이커 발표 기준으로 제로백 타임은 12.3초로 다소 늦은 편이다. 연비 위주로 세팅한 차의 있는 그대로의 성능이다. 타이어도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를 채용했다. 구름저항을 최소화한 그린 타이어다. 성능보다 연비를 고려했음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푸조가 자랑하는 이 차의 연비 21.3km/L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푸조의 쫄깃한 핸들링은 여전하다. 스티어링 휠은 완전히 돌리면 2.8 회전한다. 푸조 특유의 단단한 서스펜션에 더한 정확한 조향감을 이 차에서도 어김없이 느낄 수 있다. 160 넘기면서 바람소리가 꽤 커지기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 속도를 느끼게 하는 체감 속도다. 천천히 달리면서 빠른 속도감을 느끼는 게 더 경제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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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001.jpg 계측기로 측정한 이 차의 제로백 타임은 12.16초가 가장 빠른 기록이다. 출발 후 210.24m가 소요됐다. 메이커 발표치보다 빨랐다. 하지만 이 기록을 제외하면 10 여차례의 기록이 13초대를 마크했다. 가속 그래프를 살펴보면 변속구간에서 그래프가 꺾이는 것을 볼 수 있다. MCP변속기의 변속쇼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한 결과 제동거리는 39.23m, 제동시간은 4.54초가 걸렸다. 



 


푸조 308 SW MCP는 유로 엔캡에서 별 다섯의 평가를 받아 안전성을 입증 받은 차다. 하지만 자동차의 안전은 항상 운전자가 먼저 책임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자동차의 안전장비들은 안전보조장비일 뿐 운전자가 안전하게 차를 다뤄야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크고 여유 있는 힘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잘 달린다. 게다가 연비를 극단적으로 높인 차다. 성능에 욕심을 내면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을 수 있지만 그 대가를 치르고 높은 연비를 얻는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21.3km/L라는 놀라운 수준의 연비는 주유소를 자주 가지 않아도 돼 지갑을 두툼하게 유지시켜준다. 지출이 줄어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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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MCP의 변속쇼크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수동변속기를 응용한 변속기라는 구조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변속 쇼크가 생각보다 커 운전하는 동안 부담감이 크다. 연비를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불편함을 줄일 방법도 찾았으면 한다. 부드러운 변속이 아쉽다.




제원
길이×너비×높이(mm) 4,500x1815x1,555



엔진 형식 : 디젤 직렬4기통 직분사 터보


배기량(cc): 1,560


최고출력(마력/rpm): 112/3,600


최대토크(kg?m/rpm):  27.5/1750


트랜스미션: 6단 MCP


구동방식: FF


서스펜션(전): 맥퍼슨스트럿


서스펜션(후): 크로스멤버


타이어: 205/55R16


0→ 100km/h(초): 12.3


연비(km/l): 21.2


CO2 배출량(g/km): 127


승차정원(명): 5


가격: 3,3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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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승용 www.cameraeyes.co.kr /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