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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바꾼 K7 "다 덤벼, 그랜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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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3-26 16:03 조회5,26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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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이 엔진을 교체하는 모델변경을 단행하고 우리 앞에 다시 섰다. 더 프레스티지 K7이다.


K7은 기아차의 전환점을 이루는 차다. 영문 이니셜 K를 앞세운 이름을 내세웠고 모델 변경이 늦어지는 형제이자 경쟁자인 그랜저를 누르며 준대형차 시장을 평정한 차다. 이후 K5가 등장하면서 K시리즈는 기아차의 부흥기를 이끈 주역이 된다. 신형 K7의 가장 큰 변화는 엔진. 현대기아차 그룹의 자랑인 GDI엔진이 드디어 이 차, K7에 올라갔다. 2.4, 2.7, 3.5 MPI 세 종류였던 엔진 라인업은 GDI 엔진이 적용되며서 2.4와 3.0으로 정리됐다. 최고급 모델로 볼 때 3.5 엔진이 3.0으로 다운사이징 된 것. 290마력짜리 MPI엔진이 270마력 3.0 엔진으로 바뀐 것이다. 기존 2.7 MPI에 비해서는 70마력이나 강해졌다. 연비는 11.6km/L로 기존 2.7 MPI보다 좋아졌다. 동급인 알페온, 3.5 엔진을 쓰는 수입차들에 비해서도 우수한 연비다.


K7에 GDI가 적용되면서 조금 혼란스러웠던 엔진 라인업은 정리가 됐다. 쏘나타와 K5에 2.4 GDI가 적용되면서 K7 2.4 MPI가 열세였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현대기아차 전체 엔진 라인업이 이제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모델 변경을 이룬 K7을 영암 서킷에 올려 시승회를 진행했다. 수입차 렉서스 ES350을 함께 내세워 비교 시승 기회까지 만든 것을 보면 기아차의 강한 자신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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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다. 뒷부분 트렁크 오른편에 자리했던 K7이라는 표기가 새 모델에서는 오른편으로 옮겨졌고, 왼편에는 GDI 표기가 자리한 게 외형상 알아챌 수 있는 변화다. 조금 더 자세히 살피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블랙 메쉬 타입으로 변경됐고 뒷부분 방향지시등에 LED를 적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도 센터페시아 부분이 조금 변했을 뿐이다. 내비게이션 주변에 있던 버튼들이 사라졌다. 내비게이션 위에 장착했던 CD는 센터페시아 가운데로 내려왔고 그 아래 오디오 스위치들이 새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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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하이그로시 타입이 적용됐던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휠, 변속기 손잡이 등에 차분하고 은은한 느낌의 블랙 우드그레인을 적용했다. 일부 스위치들도 위치를 바꿔 재 배치됐다. 실내 지붕을 가로지르는 무드등은 사라졌다. 의욕적으로 도입했지만 의욕과잉이었던 부분이다. 기자는 K7을 처음 시승할 때 이 부분을 “소비자가 아니라 개발자의 만족을 위한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킷 시승에 앞서 인근 국도를 먼저 달렸다. 준대형 세단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실내를 감싼다. 가죽 시트는 물론 각종 버튼과 핸들 등 운전자의 몸과 맞닿는 부분들의 느낌이 좋다. 촉감과 시각, 새차 냄새까지 몸이 느끼는 첫 인상이 만족스럽다. 블랙 하이그로시의 번쩍거림 대신 우드 그레인의 차분함도 마음에 든다. 뒷좌석은 널찍하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앞시트와 여유가 있다. 고급차에서 느끼는 여유스러움은 힘과 공간이 만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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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시동키를 누르고 가만히 속도를 올리며 차의 반응을 살폈다.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운전자의 지시대로 움직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 출력을 부드럽게 구동축으로 전한다. 가속페달을 30~40% 정도 밟고 움직이면 변속순간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게 달린다. D레인지로 시속 100km으로 달리면 rpm은 1,80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낮은 rpm으로도 충분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수동변속모드로 옮겼다. 5단 2,200, 4단 3,200, 3단 4,100 rpm을 각각 유지한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100km에서 3단, 140km에서 4단으로 시프트업이 일어나고 200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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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3.5MPI 엔진보다 부드러워진 대신 가속감은 조금 줄었다. 3.5MPI에서는 시속 200km를 쉽게 넘길 수 있었는데 3.0 GDI는 시속 200km를 터치하기가 빠듯했다. 그래도 줄어든 엔진 배기량과 좋아진 연비를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성능이다. 다른 경쟁차들과 비교하면 만족감은 더 커진다. 한국지엠의 쉐보레 알페온은 같은 3.0 GDI 엔진이지만 출력은 263마력으로 K7이 조금 앞선다. 경쟁차로 지목되는 수입차 렉서스 ES 350은 3.5리터 엔진으로 277마력을 낸다. K7보다 배기량은 0.5리터 크지만 출력은 7마력 앞서는 데 그치는 것. 벤츠 E 300도 245마력으로 K7에 비하면 25마력이나 뒤진다. 서스펜션은 대형세단보다 중형세단의 느낌을 낸다. 고속으로 달려보면 프리미엄 세단의 안정적인 느낌을 내기에 조금 부족한 면을 보인다. 노면 충격을 걸러주는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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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rpm 이상을 사용할 때에는 변속레버가 가늘게 떤다. 운전하면서 변속레버에 손이 갈 때 이 같은 떨림이 전해온다. 구조적으로 GDI 엔진은 조금 더 시끄럽다. 압축 폭발력이 더 크기 때문에 좀 더 강한 힘을 얻고 연비를 좋게 할 수 있는 대신 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도 K7은 비교적 조용했다. 하체 서브 프레임에 부쉬를 적용했고 앞뒤로 휠 가드를 더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터널에 적용된 패드는 소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앞 유리창에는 유리 사이에 PVB 필름과 점탄성막으로 이뤄진 소음차단층을 더해 바람소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이 같은 NVH 대책은 시속 120km 전후의 일상적 고속주행 구간에서 효과가 크다. 하지만 속도를 더 높이면 노면 소음과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 가속을 하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브레이크가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는 모터로 작동한다. 버튼식이어서 공간을 넓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오토 홀드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작동해 편리하다. 운전석 다이내믹 시트는 안마기능이 있다. 몸이 피곤할 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시트를 통해 몸이 자극을 받으며 운전하면 졸음을 막는데도 효과가 크겠다.


액티브 에코 시스템은 요즘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아주 쓰임새가 큰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경제모드로 운전하는 버릇을 들이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에코 버튼을 누르면 킥다운 효과도 크지 않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강제변속이 이뤄지지 않고 가속시점을 늦춰 엔진으로 연료가 쏟아져 들어가는 상황을 아예 차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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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5.615km인 영암 서킷에는 때마침 닥친 꽃샘추위로 쌀쌀했고 바람도 제법 불었다. 18개의 코너가 이어지는 5.615km의 코스는 지난해 F1 경기가 열렸던 바로 그 현장이다. F1 머신이 최고 330km/h의 속도를 내는 직선 구간에서 K7을 타고 시속 200km를 넘길 수 있었다. 다음 코너가 보이지 않는 완만한 언덕을 넘을 때가 가장 긴장됐다. 마음껏 밟을 수도, 그렇다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없어서다. 두 개의 직선코스와 다양한 코너를 정신없이 타다보니 어느 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주어진 기회는 단 두 차례로 K7과 렉서스 ES 350을 타고 각각 한 바퀴를 돌았다. K7은 좀 더 역동적인 맛이, ES 350은 안정감 있는 맛이 있었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처음 접하는 코스에서 단 한 바퀴만을 타고 두 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두 차 모두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는 정도로 정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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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I 엔진은 효율이 높은 엔진이다. 흔히 말하는 두 마리 토끼, 즉 동력성능과 연비를 모두 높이는 엔진이다. 성능을 높이면 연비가 안 좋아지고 연비를 높이면 성능이 나빠지는 상식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발상의 전환을 실현한 기술의 힘이다. 연료를 공기와 섞은 뒤 실린더에 집어넣는 방식을 벗어나서 공기가 압축된 실린더에 연료만 따로 분사하는 직분사 기술이 핵심이다. 현대기아차의 직분사 기술이 놀라운 것은 다른 직분사 엔진들과 비교할 때 훨씬 좋은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지엠의 직분사 엔진을 쓰는 알페온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국도시승에서는 VSM을 작동시켰고, 서킷에서는 작동시키지 않았다. VSM은 vehicle stability management의 약자로 기존 VDC 시스템에 스티어링 휠까지 함께 제어하는 기술이다. 각 타이어와 엔진을 제어하는 VDC, 브레이크, TCS, 스티어링 휠을 함께 제어하는 것으로 주행안정감과 조향 안정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K7의 경쟁상대는 그랜저다. K7이 처음 등장하면서 그랜저 판매가 크게 타격을 받았고, 다시 신형 그랜저가 나오면서 K7이 선두를 내준 점 등이 이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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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아차는 경쟁차와의 비교시승을 수입차로 한정했고 예고했던 몇 대의 차중에서 다시 ES 350만을 비교대상으로 준비했다. 정면대결을 한다면 그랜저와의 비교가 먼저다. 하지만 기아차는 이를 피하고 있다. 수입차와의 비교우위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얘기를 이어갔지만 그랜저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랜저에 적용된 어드밴스드 스마트 쿠르즈 시스템이 K7에는 없다. 준대형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그랜저와 K7을 보면 태권도의 ‘약속 겨루기’가 생각나다. ‘겨루기’는 상대방에 대한 실제 가격이 허용되는 실제상황이지만 ‘약속 겨루기’는 상대방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한 체 공격하는 시늉만 내야 한다. 실제 가격은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겨루기여서다. "겨루기"를 할 때엔 내가 진짜 맞을지로 모른다는 긴장감과 맞기 전에 때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만 "약속 겨루기"는 대충 폼만 잡으면 된다. 궂이 때릴 일도, 맞을 일도 없으니 때리려고 달려들 필요도, 피하려도 열심히 도망갈 일도 없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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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를 아우르는 높은 자리에서 본다면 내 자식 둘이 피 튀기며 싸우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게 상책이다. 1, 2 등이 내 자식이라면 누가 1등인지는 상관없는 일이 된다. K7이 ‘약속’을 지키며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K7 입장에서는 그랜저를 뛰어넘는 한 방이 없는 걸로 봐서는 그랜저 1등, K7 2등으로 교통정리가 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가격은 K7 2.4 GDI가 2,980만원~3,180만원, 3.0 GDI 모델이 3,390만원~3,87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조금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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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 휠까지 제어하는 VSM의 간섭이 심한 편이다.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코너에서 잠기는 것처럼 무거워진다.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핸들이 강하게 저항해 놀랐다. VSM의 간섭 때문인데 무척 낯선 느낌이다. 영암 서킷에서는 VSM을 끄고 달렸는데 이 같은 핸들의 저항감을 느낄 수 없었다. VSM의 핸들제어 정도를 조금 더 부드럽게 조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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