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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카이엔 S 하이브리드 "무슨 하이브리드카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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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3-29 20:35 조회5,0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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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다. 친환경차의 생명은 연비에 있다. 적은 연료로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하는 게 하이브리드카의 숙명이다. 때문에 성능은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아도 차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연비를 좋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스포츠카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카 만들기를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성능을 포기하는 순간 스스로의 정체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비와 성능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이 존재하는 것.포르쉐가 그 장벽을 정면돌파했다. 카이엔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판매중이다. 내로라하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친환경차로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카이엔 하이브리드카를 시승했다. 포르쉐가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나타내지만 알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처음 만든 차가 바로 전기차였다. 휠 안에 모터를 장착해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2.5마력짜리 전기차(Radnaben-Elektomotor)였다. 포르쉐의 피 속에는 스포츠카의 DNA 뿐 아니라 전기차의 DNA도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었던 셈이다.


4a602478e803d676105c25a22f374d7c.jpg 포르쉐는 하이브리드 양산 모델이전에 두 개의 하이브리드 카를 만들었다.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컨셉트카 918 스파이더와 911 GT3 하이브리드다. 911 GT3 하이브리드카는 레이싱카로 만들어 르망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양산차로 만들어낸 게 오늘 시승할 카이엔 S 하이브리드다. 918스파이더는 2013년에 양산될 예정이다. 제로백을 3.2초에 끊고 최고속도 320km/h의 성능에 연비는 33.3km/L를 구현하는 1,500kg 미만의 하이브리드 수퍼카로 만든다는 게 포르쉐의 야심찬 계획이다.


카이엔S 하이브리드는 V6 3.0 엔진, 하이브리드 모듈, 파워 일렉트로닉스, 8단 팁트로닉 변속기가 앞에 배치됐고 리어액슬 뒤로 니켈 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장착한 시스템으로 구동한다. 배터리는 228V, 240 셀, 80kg의 스펙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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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지만 카이엔의 모습 그대로다. 겉으로만 봐서는 이 차가 하이브리드카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SUV의 형태를 갖추면서도 포르쉐의 정체성을 잘 간직한 늘씬하고 우람한 체구다. 사이드 미러는 차의 크기에 비해선 크지 않다.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포르쉐지만 구석구석을 떼어놓고 보면 그리 화려한 모습이 아니다. 단정하고 소박한 디자인들이 전체적으로 특색 있는 실루엣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내는 화려하다. 중압감을 주는 인테리어다.5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을 보고 있으면 어지러울 정도다. 수많은 버튼도 익숙하고 나면 한 번에 원하는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 버튼을 두 번 이상 누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 샷 원 킬이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편한 레이아웃이다. 버킷타입의 가죽시트도 몸을 제대로 감싼다. 냉난방 기능이 있는 시트다. 뒷좌석은 센터터널이 높게 솟지 않았다. 셋이 타기에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하늘을 보면 지붕의 80%가 유리다. 선루프 열면 넓은 공간이 열린다. 탁 트인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MF4I0047.jpg 포르쉐의 빵빵한 엉덩이는 섹시함을 넘어 넋을 놓게 한다. 포르쉐의 어떤 모델이던 마찬가지다. 카이엔 역시 포르쉐의 그런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이 있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졌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다시 켜지는 것. 서울 시내 버스에도 이런 기능을 갖춘 차들이 있다. 언젠가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을 가진 버스를 탔는데 옆에서 웬 짜증 섞인 소리가 들렸다. “에이, 왜 이렇게 자꾸 시동을 꺼트려. 초보가 버스 운전하면 어떻게 해” 속으로 웃을 수밖에…….카이엔 하이브리드는 오토 스타트 스톱에 더해 e 파워 기능까지 갖췄다. e파워 버튼을 누르면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것. 소리 없이 스르르 미끄러지는 느낌이 영 어색하다. 이 차, 포르쉐가 아닌가. 그런데 숨 소리조차 내지 않고 적막 속에 움직이다니. e 파워를 작동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rpm은 움직이지 않고 계기판 왼쪽의 e파워 게이지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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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컨트롤로 시속 100km에 맞췄다. D 모드에서 rpm은 1500에 불과했다. 포르쉐답지 않은 놀라운 정숙함을 보인다. 조용하다는 것이 포르쉐에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지만 어쨌든 조용했다.  엔진과 모터 합해 380마력이 힘을 8단 변속기가 조율해 낮은 rpm에서도 빠른 속도를 만들어낸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변속레버를 수동으로 옮겼다. 7단 1,800, 6단 2,200, 5단 2,800, 4단 3,300, 3단 4,200 rpm을 각각 마크했다. 낮은 단수로 옮길수록 매력적인 거친 숨소리를 뱉어낸다. 역시 포르쉐는 적당한 소리가 나야지 제 맛이 난다.8단 변속기는 6단에서 최고속도가 나온다. 7, 8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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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올리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빠르고 부드럽게 시속 200km를 넘긴다. 아무렇지도 않다. 체감 속도는 빠르지 않아 속도계를 보고서야 놀란다. 포르쉐는 운전자에게 많은 것을 선택하게 한다. 서스펜션의 강도, 차 높이, 사륜구동 모드 등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포르쉐를 제대로, 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선택하는 것을 마다지 말아야 한다. 최고급 식당에서 음식 하나 하나를 물어보고 서브하는 것과 비슷하다. 선택할 게 많다는 건 내 입맛대로 차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이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등을 통해 카이엔은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된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렸다. 빠르게 속도를 올릴 땐 영락없는 포르쉐다. 무서운 가속을 체험할 수 있다. 달리기 하나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시속 200km를 훨씬 넘는 속도로 달려도 불안한 느낌은 크지 않다.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포르쉐의 장점이다.


포르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두 가지 기능으로 작동한다. 우선 전기차로서의 기능이다. 저속주행시 e 모드를 택하면 전기의 힘으로만 차가 움직인다. 또 다른 하나는 고속주행에서 엔진의 힘을 보조하는 부스터, 쉽게 말하면 터보 같은 역할을 한다. 최대의 힘을 필요로 할 때 전기모터가 순간적으로 힘을 보탠다. 전기모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수동 모드에서 가속하면 2단에서 시속 100km에 이른다. 이어서 3단 150km/h를 거쳐 4단에서 시속 200km에 이른다. 최고속도는 242km/h로 6단에서 나온다.


MF4I0108.jpg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잊게 된다. 하이브리드카가 어떻게 이런 성능을 낼 수 있을까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빠르게 달리는 차가 하이브리드카라니…….


브레이크는 강하게 잡힌다기보다 초반에 조금 밀리는 느낌이 오다가 나중에 강하게 작동한다. e파워를 택하면 거친 야생마가 순한 양이 된다. 가속페달에 반응이 늦다. e파워 끄면 다시 엔진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서스펜션은 나무랄 데 없다. 차가 높아 무게중심도 따라서 올라가는데 . 이런 물리적 한계를 서스펜션과 섀시 다이내믹시스템이 잘 보완한다. 흔들림이 적고 안정되게 달리게 해준다. 컴포트 모드는 약간 소프트한 세팅이다. 코너에서도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코너링을 보였다.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있다. 차의 서스펜션이 주행상황에 맞춰 최적화된 상태로 세팅된다. 안정감 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엔진소리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다이내믹하기 귀를 때리는 엔진소리가 즐겁다. 심장을 데우는 자극적인 소리다. 포르쉐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매력이다. 포르쉐를 타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엔진 소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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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타이트한 조향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UV임에도 제법 날카로운 조향성능이다. 2.7 회전하는 핸들은 비교적 예민한 조향성능을 보여준다. 시승차에는 코리안 옵션인 19인치 휠을 장착했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모습이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운행하는 과정에서도 타이어가 주는 스트레스가 없다. 타이어 그립력도 제대로 살아있어서 이 차의 강한 성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이 차의 연비는 10.3km/L다. V6 3.0 엔진을 얹은 380마력짜리 차의 연비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연비다. 하이브리드카로 우수한 연비를 확보하면서도 성능 면에서 손톱만큼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포르쉐의 기술이 이룬 쾌거다. 얌전한 하이브리드를 기대했다면 이런 말을 내뱉을지 모른다. "무슨 하이브리드카가 이래"  판매가격은 1억2,110만원부터다. 취향에 맞게 여러 가지 옵션을 추가할 수 있고 그때마다 가격은 택시 미터기가 올라가듯 비싸진다.


 


Auto Lab0-100km/h 가속시간은 6.47초가 나왔다. 메이커 발표치인 6.5초보다 조금 빠른 기록이다. 가속 거리는 104.07m. 시속 160km까지는 15.79초, 151.49m가 소요됐다. 시속 100km에서의 제동거리는 40.26m, 시간은 2.95초였다. 고성능에 걸맞게 제동성능도 우수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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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2열 헤드레스트 3개가 나란히 룸미러에 걸린다. 후방 시야가 막하는 것은 아니지만 룸미러 아랫부분을 헤드레스트가 가리고 있어 답답하다. 5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너무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빨리 알아보기 어렵다. 성능에 관련된 차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체크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조금 단순하게 구성해도 좋을 듯하다.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 사진 이승용 www.cameraeyes.co.kr /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