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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하이브리드, 놀라운 연비 21km/L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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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5-14 17:29 조회5,0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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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산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렸다.


세계 유일의 ‘LPi 하이브리드’라는 방식을 선보였던 현대기아차가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한 모델을 내놓았다. 쏘나타와 K5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는 같은 엔진, 같은 하이브리드 방식에 디자인과 옵션을 달리한 형태로 시장에 출시됐다. 수입차들이 점령했던 하이브리드 시장에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뛰어들면서 이제 한국에도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리게 됐다. 11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국산 2개 모델이 더해지면서 13개의 하이브리드 차들이 친환경 자동차군을 이루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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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늦었다. 토요타가 처음 하이브리드카를 상용화한 게 1997년이다. 이후 하이브리드카는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자리매김하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 왔다. 한국차들이 이제야 그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기자가 처음 하이브리드카를 탔던 것도 벌써 6-7년 전이다.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은 차라리 하이브리드카를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전기차로 직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이브리드카 선진국과의 15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그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게 후발주자로서는 현명한 생각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물론 하이브리드카를 만들면 전기차 만들기도 훨씬 수월하겠지만 하이브리드카를 생략하는데서 얻는 이익도 작지 않을 것이다.


이차대전때 일본이 점령한 필리핀을 공격하는 미군의 전략이 이와 비슷했다. 일본군의 저항이 심한 섬은 건너뛰고 그 다음 섬을 공략해 보급선을 차단시켜 자연스럽게 고사시키는 것이다. 차례차례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막히면 건너뛰는 전략이다. 미군은 이런 전략으로 오키나와까지 진출하면서 필리핀 군도에서의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뒤늦은 국산 하이브리드카의 등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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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가 먼저 기자들을 만났다. 기아차는 13일, 일산 킨텍스를 출발해 판문점을 왕복하는 구간에서 K5 언론 시승회를 열었다.
K5 하이브리드는 하드타입이다. EV 주행모드가 가능한 방식으로 토요타는 풀하이브리드 방식이라고 부른다. 효율이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다. LG 화학이 만든 배터리다.


K5에 대한 기아차의 자신감을 하늘을 찌른다. 이미 완벽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후속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걱정이라는 너스레까지 나올 정도다. 더 이상 손댈 게 없다는 K5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별화를 위해 암호처럼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헤드램프, 안개등, 리어램프, 그릴, 리어스포일러 등이 그것이다. 펜더 가니시에 에코 다이내믹스, 그리고 뒷모습에 하이브리드 라는 표기가 이 차의 정체를 말해준다. K5의 머플러는 노출돼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노출시키지 않고 꼭꼭 숨겨 놓았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하이브리드카 전용 컬러를 하나쯤 운용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메이커가 만든 브로슈어를 보면 익스테리어 컬러가 검정과 회색 계열, 흰색 등 무채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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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딱 보면 하이브리드카임을 알 수 있다. rpm 게이지가 있어야할 자리에 파워 게이지가 자리했고 rpm은 조그맣게 표시된다.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로 마련된 계기판은 선명했다. 좌우측에 파워 게이지와 속도계를 배치했고 가운데 정보창이 뜬다. 에너지 흐름도와 경제운전을 평가해 이를 나뭇잎사귀로 표시해주는 에코레벨, 각종 소모품 관리 화면까지 다양한 정보를 쉽고 깔끔하게 표시한다.


전용 내비게이션을 통해서도 경제운전 정보와 에너지 흐름도, 연비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K5 하이브리드의 정보전달 능력은 훌륭한 수준이다.
파워 윈도 스위치 패널과 콘솔, 어퍼 커버 등에는 카본 인서트 필름을 사용했다. 시각과 촉각으로 그 고급스러운 느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센터페시어는 무광 재질로 만들었고 그 주변은 다시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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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변속레버는 손 안에 쏙 들어와 그립감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처럼 짧은 레버가 좋지만 수동이 아니라 자주 사용할 일은 없다. 운전석에 앉아 시야를 체크했다. 앞과 옆에 비해 룸미러를 통해보는 뒷 시야가 상대적으로 좁다. 높이가 낮은 뒤창의 경사를 많이 준 탓으로 보인다. 룸미러 아래로 뒷시트가 일부 걸려 룸미러 각도를 조절하면 다시 천장이 걸린다.


선루프는 시원하게 열린다. 뒷좌석 천장도 유리로 되어 있어 시원하게 바깥 하늘을 보며 달릴 수 있다. 탁 트인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뒷좌석은 여유 있다. 게다가 바닥도 평평해서 제한된 공간을 더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트렁크는 좁다. 뒤 시트 후방으로 박스형태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배치해 그만큼 트렁크 공간을 잡아먹는다. 게다가 트렁크 윗부분은 스피커와 철판, 배선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이 트렁크를 열어보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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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엔진은 아무 반응이 없다. 계기판 좌측에 READY 라는 초록색 불이 켜졌을 뿐이다. 출발 준비가 됐다는 신호. 조심스레 가속페달을 밟았다. 유령이 움직이듯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EV 모드로 주행하는 것. 배터리 충전상태를 보아가며 EV 모드로 주행하는 맛은 색다르다. 약 40km를 왕복해 80km를 달렸다. 절반은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시속 60km 전후의 정속주행을 해 연비를 체크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연비를 무시하고 가감속을 반복하고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자동6단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이 아니다. K5와 동일한 변속기를 사용한다. 엔진-클러치-전기모터-변속기 순으로 배치한 레이아웃이 특이하다. 전체적인 느낌은 힘보다 연비를 우선해 세팅한 느낌이 확실하게 다가온다. 엔진 소리는 작았다. 심지어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엔진소리는 들릴 듯 말 듯 했다. 대신 바람소리는 큰 편이다. 노면 잡소리는 잘 걸러져 운전석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힌다. 바람이 심한 날씨이기는 했지만 중저속에서는 물론 고속 구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속도 구간에서 바람 소리가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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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하이브리드는 191마력의 힘을 낸다. 2.0 누우엔진의 출력이 150마력, 전기모터의 출력이 30kw, 41마력이다. K5 2.0 165마력보다 힘이 세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 수준으로 무난한 편이다. 변속기를 수동모드에 놓고 가속하면 40, 70, 110, 160km/h에서 각각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하이브리드카지만 마음먹고 달리면 충분히 스포티한 성능을 보였다. 가속하는데 불편이 없다. 스포츠카처럼 순간가속력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하이브리드카 답지 않은 제법 강한 가속감을 보인다. 하체 강성이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가 비교적 일치하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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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215/55R17인치다. 18인치 타이어는 적용하지 않았다. 연비를 고려해 16, 17인치까지만 장착한다는 설명이다.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면 차체는 견디는데 타이어가 간간이 비명을 지른다. 고성능에 맞는 타이어를 적용하면 나아지겠지만 이럴 경우 연비의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차가 차인만큼 성능보다 연비를 택한 흔적은 이처럼 곳곳에서 나타난다.


핸들은 정확히 3회전한다. 중형 세단의 무난한 세팅을 그대로 따랐다. 성능과 승차감을 두루 감안한 스티어링 휠이다. 승차감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둔 차지만 조향성능은 무디지 않다. 핸들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이 무리 없다.


브레이크 페달의 반발력은 조금 색다르다. 조금 더 빵빵한 풍선을 밟는 느낌이다. 브레이크 반응은 나무랄데 없다. 운전자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게 속도를 줄이고 멈춘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엔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해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브레이크를 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속도를 줄인 뒤에 다시 가속하기 위해선 다시 연료를 더 써야 한다. 연비를 위해선 정속주행이 최고의 미덕이다.


정속주행중에 간간이 EV 모드가 작동된다.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거의 매번 엔진은 스톱하고 전기모터로 주행한다. 엔진 소리와 그 엔진에서 전해오는 자그마한 흔들림이 사라질 때의 순간적인 느낌의 변화는 겪을 때마다 늘 새롭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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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 스피커를 적용한 오디오 시스템은 귀를 호강 시킨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시속 80~100km 전후의 속도로 달리면 더 없이 편안한 실내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EV 모드로 주행할 때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에어컨을 끄고 성인 두 명이 타서 60km/h로 정속주행을 하면서 40km를 달린 뒤 계기판이 알려준 평균 연비는 23.3km/l. 메이커 발표 연비보다 좋게 나왔다. 시승에 참가한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비슷한 수준이었고 최고기록은 25.6km/l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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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하이브리드는 3개 트림으로 운영된다. 럭셔리 2,925만원, 프레스티지 3,095만원, 노블레스 3,195만원이다. 같은 급의 K5보다 하이브리드가 약 430만 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등록단계에서 이 가격 차이는 더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925만원인 K5 하이브리드 럭셔리 모델의 경우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더해 306만원이 소요되고 등록단계에선 취등록세 46만원에 공채매입 18만원이 들어 등록을 마칠 때까지 총비용이 2,989만원이다. 일반 K5의 총비용은 2,695만원으로 그 차이는 294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을 욕심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년 정도 차를 굴리면 300만 원 정도의 차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아차는 분석했다. 게다가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6년 12만 km를 보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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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전기차다. 1~2년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의 존재를 감안한다면 하이브리드카의 경쟁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물론 전기차가 등장해도 대량보급되고 자동차 산업에서 주류로 떠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이브리드카가 종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이브리드카의 다음 단계, 즉 전기차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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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2011.05.13K5 하이브리드059.jpg 연비 거품은 심하다. 메이커 발표 연비는 21.0km/L. 하이브리드카에 걸맞은 우수한 수준이지만 과연 정확하게 측정됐는지 의문이다. 실제 시승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한 정속주행만으로 얻은 연비가 23.1km/L였다. 시승에 함께 참가한 전문 레이서인 박정룡 교수와 이세창 감독의 연비는 25km/L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 둘은 각각 한 대씩 혼자서 차를 몰았다. 이처럼 연비를 높이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서 얻은 연비가 이 정도라면 실제 연비는 아무리 좋아야 17~18km/L 정도가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공인연비는 가감속과 오르막 내리막 등 다양한 조건에서 달리는 상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시승에 참가한 많은 이들이 공인연비를 넘겼다고 좋아하고 칭찬했지만 따져보면 그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과장이 없는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트렁크의 마감도 아쉽다. 트렁크가 좁은 것이야 차의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해도 트렁크 천정부분이 아무런 마감도 되어 있지 않은 채로 허술하게 출고 됐다. 스피커며 철판, 배선 등이 어지럽게 노출돼 있어 보기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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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 사진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