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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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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 작성일04-12-09 12:48 조회8,962회 댓글3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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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수퍼파워입니다. 세계를 지배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미국이 곧 정의인 세상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자동차만 놓고 보면 미국은 초강대국은 고사하고 2류를 유지하기도 힘들 정돕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프로드 어드벤처 독자들께 두 번째로 소개하는 차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입니다. 아시다시피 캐딜락은 GM의 한 디비전입니다.이 차는 사진으로 보는 느낌과 실제로 보는 느낌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봤던 느낌 이상으로 크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타고 다니는 스타크레프트 밴 아시죠? 그만큼 큽니다. 역시 미국차 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게 충요로운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 답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은 시승하는 동안 내내 곳곳에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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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드는 5m가 넘는 덩치에 2.5t에 이르는 몸무게를 가진 풀사이즈 SUV입니다.덩치만 큰 게 아닙니다. V8 엔진의 최고출력은 345마력으로 엄청난 파워까지 갖췄지요. 대강 보이는 첫 인상만으로도 미국의 기본 코드가 그대로 담겨 있는 SUV임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미국판 럭셔리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 디자인 좀 전에도 말했지만 처음 이 차를 만나면 SUV라기보다는 스타크래프트밴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보닛 부분이 툭 튀어 나온 것만 빼면 크기나 인테리어 분위기가 비슷하게 보입니다. 차 높이도 1,945mm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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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밴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에스컬레이드가 훨씬 고급스럽고 가격도 비쌉니다. 에스컬레이드는 스타크래프트밴과의 비교 자체가 거북스러운 일이지요. 캐딜락 엠블럼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당당하게 붙어 있습니다. 헤드램프, 엠블럼 등이 큼직큼직하게 배치돼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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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하다기보다는 덩치에 어울리게 큼직한 디자인이네요. 불필요한 선이 거의 없다고 할 만큼 단순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의 보디 표면은 전체적으로 큰 단차없이 야무지게 맞물려 있고 틈새도 좁습니다. 철판과 철판 사이의 높낮이 차이와 홈을 단차라고 합니다. 높낮이 차이가 없고 홈이 좁고 일정해야 즉, 단차가 크지 않아야 좋은 차입니다. 단차가 크면 차가 시끄럽습니다. 소음 유입이 쉽고 단차 자체가 바람 가르는 소리를 발생시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뜻밖에도 라디에이터 그릴 및 헤드램프가 범퍼와 만나는 부분에 엄지 손톱이 드나들 만큼의 틈새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엔진을 잘 식히려고 바람을 잘 통하게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요. 짧은 식견으로는 단차라고 하기엔 너무 큰 그 틈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1025641212.JPG 


실내는 3열 시트까지 있습니다. 제원표에는 7인승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6명입니다. 2, 3열 시트가 좌우 독립된 2개씩이어서 합이 여섯입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발로 밟는 풋브레이크에 시프트 레버는 핸들 아래에 자리한 컬럼식입니다.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구조이지요. 이 때문에 운전석 좌우 공간이 여유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차폭이 넓어서 가능한 일이이지요. 사이드 브레이크 페달때문에 왼발이 어중간한 건 불만입니다. 운전하다 긴장을 풀 겸 왼발을 앞으로 쭉 뻗으면 그 페달이 ‘쪼인트’를 깝니다. 워낙에 SUV는 시야가 높아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지만 이 차의 눈높이는 더 높습니다. 어지간한 다른 SUV들조차 눈 아래로 보일 정도이지요. 차체와 시트 포지션이 모두 높아서이지요. 그래서 운전석에 앉으려면 계단을 오르듯 사이드 스텝을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마치 트럭에 타는 기분이 듭니다. 시트는 푹신하고 공간은 넓습니다. 실내 바닥은 평평합니다. 보통의 4WD차들은 드라이브 샤프트가 지나면서 생기는 센터터널이 있는데 이 차에는 그게 없습니다. 차 높이를 높여서 바닥을 평평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실내에 앉으면 저절로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부잣집 거실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것 같습니다. 그냥 시트에 푹 파묻혀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런 실내에 앉아서 조급하게 운전할 일은 없습니다. 옆에서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편하고 여유롭게 운전하게 되네요. 운전석 주변은 마치 항공기의 조종공간인 듯 운전석을 중심으로 여러 계기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은 운전자의 키에 맞춰 위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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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의 몸무게는 2.5t에 달합니다. 무거운 편이지요. 차체는 무겁고 엔진은 강합니다. 전형적인 미국식입니다.마력 당 무게비, 즉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약 7.23kg으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차체 반응이 가볍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도 조금 무거운 느낌입니다. 반면 일단 첫 발을 떼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2.5t이라는 무게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이 이어지더군요.정지상태에서 100km/h의 가속성능은 9초. 마치 날렵하게 드롭킥을 구사하는 헤비급 레슬러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거침없는 가속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시속 160km를 넘기고 180km에 이르면서는 가속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생각보다 일찍 한계속도가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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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판의 속도계엔 시속 200km까지만 표시됐더군요. 게다가 변속기는 자동 4단입니다. 자동 5단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350마력 가까운 8기통 엔진에 4단 변속기는 어울리는 궁합이 아닙니다. 최고속도에서 욕심내지 않고 엔진의 풍부하고 강한 힘을 중저속에서 효율적으로 쓰게 만든 차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승용차가 아닌만큼 최고속도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겠지요. 특히나 SUV 전복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던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인만큼 속도 빠른 SUV는 그만큼 불안하게만 생각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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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km부터 140km 정도의 속도영역에서 이 차는 최고의 쾌적함을 갖췄습니다. 꽤 차가 흔들릴 것 같은 고속에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진 실내는 마치 비행기를 탄 듯한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푹신한 소파처럼 차의 서스펜션도 소프트한 편이지만 멀미를 일으키거나 장애물에 어쩔줄 몰라하며 출렁거릴 정도는 아닙니다. 편안하게 소프트한 정도지요. 그런 소프트한 서스펜션이 어떻게 무거운 차체를 받쳐주고 장애물을 지나 달릴 수 있을까요. 물렁거리는 차가 될 텐데.


답은 전자제어에 있습니다. 서스펜션이 정밀하게 전자제어되는 것입니다. 정밀하게 제어되는 서스펜션이 장애물을 지날 때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면서도 차의 흔들림이 적도록 만들어줍니다. 서스펜션이 소프트하면 장애물을 건넌 뒤 서너 차례까지 이어지는 여진, 즉 잔진동이 승객과 차체를 피로하게 만들지요.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한 두 차례의 진동만으로 차체의 자세를 흔들림없이 잡더군요. 잔진동은 거의 느끼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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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드는 차의 앞면이 수직에 가깝게 만들어져 바람소리를 피하기는 힘든 체형입니다. 시속 100km를 넘으면서 앞창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던구요. 바람 소리에 묻혀버리는 엔진소리는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놀랄만한 사실 하나. 이 차는 머플러가 하나입니다. 2.0ℓ짜리 엔진들도 듀얼 머플러라며 뽐내는 마당에 8기통 엔진에 머플러 하나라니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 차엔 달랑 하나의 머플러만 있답니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그런 장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전자를 안심시킵니다. 4륜구동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운전자라면 차를 신뢰하는 정도도 훨씬 깊어지지요. 고속에서도 차가 안정되고 무리한 코너에서도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불안을 느끼지 않는 건 바로 4륜구동 덕분이지요. 하지만 이 차는 다른 SUV들보다도 키가 커 무리한 코너링을 하기에는 심리적인 부담이 큽니다. 무게중심이 높아 불안감이 커지는 거지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요즘 북미시장에서는 SUV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SUV가 훨씬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요. 충돌해도 덜 찌그러지고 탑승객도 덜 다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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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의 명예를 걸고 만들어진 럭셔리 SUV입니다. 얼마에 파느냐는 메이커 혹은 브랜드의 자존심과도 깊은 관련이 있지요다. 그러나 자존심만 내세우다가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위험이 큽니다. 비싼 가격에 팔며 자존심을 세워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캐딜락은 어떨까요. 명실상부한 GM의 럭셔리 브랜드인데요. 그 캐딜락이 만드는 최고의 SUV가 바로 에스컬레이드입니다. GM코리아가 정한 이 차의 가격은 1억1,850만원입니다. 미국차로서는 드물게 1억원을 넘겼습니다. 캐딜락의 자존심을 한껏 세운 것이지요. 고급차여서 그런지 경제성에 대해서는 그리 큰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습니다. 비싼 가격도 그렇지만 연비도 상상을 초월하지요. 메이커가 밝히는 공식 연비가 5.6km/ℓ입니다. 연료비 만만치 않겠지요? 연예인들이 좋아할 만한 차라고는 해도 잘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이 차를 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연료게이지가 뚝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기름값이 싼 미국에서야 연비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지 몰라도 전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나라중 하나인 한국에서는 연비가 겁나는 수준이네요.


 


글: 오 종훈<오토타임즈 기자/자동차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