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MER Hard Top 95
페이지 정보작성자 바다 작성일05-07-29 19:17 조회18,140회 댓글228건 |
관련링크
본문
허머(Hummer)는 오프로더들의 가슴을 항상 설레게 하는 존재다.
37인치 사이즈의 타이어가 커보이지 않을 정도로 와이드한 차체에 안정감있어 보이는 낮은 차고, 그러면서도 400mm가 넘는 최저지상고를 갖춘 특이하고 강인한 외모로 비추는 인상이 그 어느 SUV도 범접할 수 없는 허머만의 카리스마로서 우리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때문일 것이다.
인상이 거칠고 투박하다는 일반적인 인식 마저 허머만의 독특한 색깔로 받아들여지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드림카로 허머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군 출신답게 오프로드에서의 기동성과 주파능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기능성 강한 모습과 명성에 반해 허머를 드림카 삼아 여지껏 열광해온 매니아들이 그래서 한 둘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흔히 만날 수 없는 귀하신 몸이기에 신비감까지 더해진 허머에 대한 매니아들의 사랑은 마냥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강한 인상으로 두드러진 존재감만큼 실체 또한 그럴까, 막연하게 허머를 짝사랑하던 분들이 직접 겪어본다면 허머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군사용으로 개발되어져 오프로드에 강한 컨셉이 매력이지만, 반대로 그런 컨셉 때문에 민수용으로서의 경제성이나 편의성에 대한 배려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어서다.
우선 어마어마한 가격을 생각해보자. IMF 이전에 그레임 임포터를 통해 국내에 들여와 여지껏 중고로 유통되고 있는 몇 대 안되는 모델이 그 희귀성으로 인해 연식에 상관없이 여지껏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물론 원래 고가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용성도 따져볼 일이다.
험로 주행시 어지간한 측면경사에서도 옆으로 넘어질 일 없어보이는 2.2미터 가량 와이드한 차 폭의 듬직함은 일반도로 주행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덩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고속도로나 넓은 국도에서라면 모를까, 복잡한 시내는 물론, 골목길을 비집기에도 허머는 무척 힘겹기만 한 존재다. 4.7미터 길이에 휠베이스는 무려 3.3미터에 달하는 거구이니 좁은 도로에서의 회전성도 보통 SUV들과 견줄 수도 없다. 주차도 문제다. 또한 전방은 물론, 측, 후방시야도 좋지 않다.
덩치에 비해 턱없는 승차공간도 역시 얘기거리다. 실내로 솟아오른 파워트레인 박스 패널 때문에 그 가장자리 양측에 겨우 네 명이 폭 좁게 앉아야 한다. 1열은 몰라도 2열에 앉은 동승자들이라면 장거리에서 시야는 물론, 거주성에서도 무척 불편한 정도다. 승차감도 트럭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고급 SUV들과 견준다면 마땅치 않다. 뿐만 아니라 워낙 거구여서 힘은 좋지만, 빠른 순발력이나 잽싼 몸놀림은 기대할 수도 없다. 잘 달려야 최고속도 120km정도다. 도달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허머라는 최강 오프로더가 활약할 만한 오프로드, 말 그대로 도로밖을 벗어나 내달릴 수 있는 곳이 국내에는 거의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호주, 중국처럼 가도가도 지평선만 보이는 광활한 대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폭 좁은 산길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지형적 여건에서 허머는 주한미군의 험비들과 마찬가지로 전차훈련장을 누빌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포스가 느껴지는 강한 외모와 소문난 오프로드 성능을 겸비한 허머지만, 이런 비싼 몸값에 비해 낮은 실용성을 경험해본다면 드림카로서의 위상이 다소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무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허머의 입지는 좀 더 작아진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허머자체가 좋다, 비실용적이고 갈 곳이 마땅치 않더라도 대수가 아니다, 가지고 싶다" 라고 얘기하는 분이라면 진정 허머 매니아다.
필자 역시 그렇다. 그래도 허머가 좋다, 허머라는 존재 자체가 좋다, 정말 가지고 싶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열혈 추종자다. 오히려 허머의 이런 특출함이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이는 몇 해전, 어느 매니아가 소유하고 있던 97년식 허머를 잠시나마 시승해보면서 느꼈던 점들이다. 갈만한 곳은 마땅치 않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든든함이 큰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 정도쯤 문제들은 허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넘치는 카리스마와 남 다른 위용에 비한다면 불편함도 아니라는 것도 당시 체험했다.
그저 허머 한 대 소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무엇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리라 여겨지는 것은 허머오너를 꿈꾸는 우리 매니아들 모두 한 결같은 바램일 것이다. 허머의 내재된 비범함외에 무언가 다른 환상을 기대했다면 바로 깨버려야 한다.
그런 마음이니, 지금 바로 눈 앞에 두고 있는 95년식 허머 하드탑 모델을 보면서 새삼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감출 수 없다. 마치 첫 눈에 반한 상대를 마주 대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모델이었지만 앞서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음에도 그 감동은 또 새롭다. 집이 파주여서 미군들의 험비들을 숱하게 봐왔지만 군용과 민수용에서 느껴지는 필링의 차이는 무척 크다. 험비는 어디까지나 군용장비일뿐이다.
도색을 했는지 10년이 된 모델임에도 외관은 깨끗했다. 무광의 연녹색계열 칼라가 허머다움을 더해준다. 지금 만난 모델은 연식이 얘기하듯이 터보가 달리지 않은 6,500cc V8 엔진을 달고 있다. 타이어의 공기압 조절장치인 CTIS( Central Tire Inflation System)도 채용되어 있다. 외형과 기능만큼 독특한 구조의 실내도 새삼 반갑다.
엔진에 밀려들어온, 턱 높은 센터페시아에 둘러져 있는 운전석은 답답함도 없지 않지만 막상 앉아 있으면 무언가 특별한 기분이 들 게 한다. 마치 비행기의 콕핏트에 앉아 있는 듯 이색적이다.(물론,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본 적 없지만) 창밖으로 넓게 펼쳐진 후드가 선상 갑판같고 운전석이 조타실같은 기분이 들 게도 한다. 실내 가운데로 넓게 솟구쳐 있는 박스패널 때문에 조수석 거리가 멀 게 느껴진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동승한 것이라면 고마운 구조겠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한 것이라면 참으로 아쉽게 하는 구조다. 사이좋게 손이라도 잡고 갈 생각은 엄두도 못낸다. 전방시야는 원거리는 몰라도 지척을 살필 때는 좋지 않다. 좁은 도로에서나 골목운행에 이점은 분명 불편하다. 그래도 가로로 넓직한 윈드실드창에, 가운데 두툼한 필러, 위로 달려있는 와이퍼등이 클래식한 맛을 준다.
저음의 엔진소리를 반주삼아 짤막한 드라이브시간을 가졌다. 주행성은 역시 묵직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비례한 움직임은 아니다. 차체에 비해 작은 지름의 핸들이지만 조향성은 경차 못지 않게 가볍다. 유격도 넉넉(?)하다. 풀 타임 4WD 구동방식에, 엔진등의 무거운 것들이 중심 가까이 모여 있는 덕에 언더나 오버없는 뉴트럴 스티어의 성격을 보인다. 더욱이 일상 속도영역이 100km 내의 저,중속대이니 핸들에 힘줄 일은 없을 듯 하다. 16.5인치 휠에 37인치 사이즈를 가진 듬직한 타이어가 서스펜션보다 쿠션 역할을 더 잘해준다. 덕분에 예상보다는 노면상태에도 관대해질 수 있다.
가솔린 325마력 H2의 파워풀한 순발력과 비할바는 아니지만 이 덩치에 이 정도 달리기 성능이면 충분하다. 일전에 타본 터보모델과 가속성등의 달리기 성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차가 잘 나가는 건가, 아니면 그 때 타본 터보모델 엔진이 시원치 않았던가 모르겠다.
그래도 둔중한 움직임이다. 3톤이 넘는 허머에게는 어쩔 수 없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이상의 순발력을 허머에서 바란다면 허머 매니아로서의 자격이 없다. 듬직하게나마 굴러가주는 게 어딘가. 변속충격도 상당하다. 덜컥 덜컥거리며 변속된다. 먹은 나이가 어디 한 두 살인가. 연로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저속에서나 중속에서나 불끈거리는 힘이 고르게 느껴진다. 좁은 도로에서의 주행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때문에 좁은 폭 도로에서는 운전자세가 곧 진지해질 수 밖에 없다.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옆으로 바짝 스치는 옆차선 차들로 비명이 절로 나온다. 차라리 후드가 없이 높게 앉아 내려다볼 수 있는 트럭이 마음 편할 듯 하다. 허머가 달릴 곳은 역시 넓다란 지형의 오프로드임을 새삼 실감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짧게 시승을 마쳤다. 역시 허머와 함께하는 동안 무어라도 된 듯 특별해진 나 자신 스스로 우쭐해짐을 누릴 수 있었다.
허머라는 특출난 존재를 짧게나마 거느려봤다는 기분도 들었서도 였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애정을 품고 있던 드림카와 일체했었다는 기쁨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시의 시승이었으나 또 한 번 허머의 매력에 깊이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갑부나 탈 수 있는,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인 것이 여전히 현실이지만 친숙함은 더해졌다. 헤어지기전, 다시 한 번 허머를 되돌아본다.
덩치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키에 넓게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진 근육질의 바디빌더를 연상시키는 허머의 외관은 언제보아도 차체 안정감의 표본이다. 신고 있는 커다란 신발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는 늠름한 덩치, 그 속에 갖추어져 있는 철저히 오프로드만을 위한 기능의 메커니즘은 더 이상 오프로드를 위한 리프트 업이나 튜닝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갖게 하지 않는다.
길이 4.7m, 폭 2.2m, 높이 1.9 m에 커다란 덩치를 지닌 허머는 무려 3톤이 넘는 헤비급이면서도 와이드한 폭에 납작한 외모만큼은 둔해보이거나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제원상에 수치는 상대적인 비교치일뿐, 허머 차체 외양은 길 게 쭉 뻗어 날렵한 인상마저 준다. 물론 인상만 그렇다는 얘기다.
화이버그래스 재질의 후드 커버속에 가려진 V8 6500cc 엔진과 센터디퍼렌셜을 갖춘 풀타임 사륜구동 능력은 허머의 위세를 한껏 더 치켜주는 것은 물론, 오버행이 없는 차체 전면 구성이 오프로드에서의 주파성과 험로에서의 접근성이 탁월함을 말해주고 있다. 허머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강인한 인상은 한결 같다.
글/사진: 이지강(rider@offroad.dreamwiz.com)
AM GENERAL HUMMER HARD TOP 95" SPEC | |
길이X너비X높이 |
4686 X 2197 X 1905 mm |
휠 베이스 |
3302 mm |
트레드 앞/뒤 |
1819/1819 mm |
무게 |
3034 kg |
적재량 |
1,637 kg |
최대하중 |
4,671 kg |
승차정원 |
4 인승 |
엔진 형식 |
V 8 Diesel(Non Turbo) |
굴림 방식 |
Full time 4wd |
보어X스트로크 |
103 X 97 |
배기량 |
6500cc |
압축비 |
21.5 : 1 |
최고출력 |
170/3400 |
최대토크 |
59.4/1800 |
연료공급장치 |
Diesel Fuel Injection |
연료탱크 |
95Liter |
트랜스미션 형식 |
4-speed Automatic(4L80-E) |
기어비1/2/3/4/R |
2.48/1.48/1.00/0.75/2.08R |
트랜스퍼 기어비 |
2.6 : 1 |
최종감속비 |
Diff = 2.73 : 1 X Step Down Gear = 1.92 : 1 |
보디 형식 |
Steel Box section with 5 crossmembers |
스티어링 |
Zexel Torsen Torque Biasiing Defferential |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Independent double A-frame with |
브레이크 앞/ 뒤 |
4-Wheel Power Disk |
타이어 |
37 X12.50R - 16.5 LT Goodyear Wrangler M/T |
최고시속 |
134k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