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서의 동사직전 구출과 차량 후유증
페이지 정보작성자 트윈-픽스 작성일11-02-22 18:06 조회3,131회 댓글4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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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기술게시판에 첫인사를 드립니다.
91년식 RV 오픈이고 (역사를 알아보니 이 사이트의 전설적인 문장가 호수-피터님께서 손수 만드신 녹색모빌입니다.)
구입한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35- 12.5 - 15LT BF /AT
--개요
지난 주 평창 알펜시아에 하루 묵고 구 대관령길에 홀로 나섰다가 삼양목장이 구제역여파로 폐쇄되어 우연히 관음리라는 산길을 찿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두갈래 바퀴자국이 있어, 음, 대단한 노마드가 나셨군, 기다리시오!" 하고 치고 올라가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고립된 주민에 생수를 전달하려고 길을 냈던 불도저의 무한궤도 였습니다.)
상상 밖 쌓인눈에 고립되어 세시간을 치고 받고 하다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부락을 찿아 걸어서 하산하였습니다.
말이 세시간이지 그 시간동안 기계와의 대립은 피를 말리는 정도였다는건 다 아시겠죠..
인상좋은 이장님은 저의 몰골을 찬찬히 살피시더니, "공비는 아니다, 다만 미친 놈이다".. 라고 확신을 하신 듯 곧 초대형 트렉터를 수배하여 어언 5시간만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요즘 신형 트렉터는 끌이 달려나와 벤츠의 제설트럭에 못지 않습니다 와~
뒤로 묶여 질질 끌려나오는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앞 뒤 체면 여러생각 할 틈이 없었습니다.
막강한 윈치도 소용 없어 보입니다. 그저 육중한 쇠사슬을 싣고 다닌 보람에 그 판국에도 그저 히쭉. 바보..
(다음 기회에 어설프지만 사진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는 잦아들고 밥 먹은진 기억도 안나고, 쵸코바, 비스킷 달랑 한 두개..껌 반쪽, 뭐니뭐니해도 연료의 바닥..
일반도로에 끌려나오니 천국이더군요. 인생에서 제일 기뻤다고 자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한텐 정말 그랬습니다.
사륜 하이기어로 연속 주행 중 둔내 쯤 왔을때 깜깜했지만 백미러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게 보이더니 심한 악취가 몰려왔습니다. "올 것이 왔군"..
곧바로 정지하고 샤륜을 해제하고 각종 밸트 이상여부 확인하고 시동을 켠 채 엔진을 식혔다가 연기가 사그러지는걸 모두 확인 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70~80Km/h 를 유지한 채 집에 무사히 도착하였지만 곧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옵니다.
지하주차장에 가스가 샌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와 가보니 제 모빌 주위에서 시작한 가스냄새가 그 넓은 공간을 급속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혹시 가스차입니까" .." 아닌데요...." 택도 없는 오해를 받았지만 둔내에서 맡은 그 냄새와 같은 종류였고 그 짧은 시간에 (주차 후 샤워하는 10여분간) 그 가스가 여기저기 퍼지는게 불가능할 일 같았지만 웬지 가슴은 두근두근 .. " 이 상태로 어떻게 돌아왔지?!.."
관리사무소에선 1년에 한 번 정도 할까 말까 하는 비상모드로 급속환기장치를 작동하였고, 저는 비록 장거리를 다녀왔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어쨌든 소동을 일으킨 것에 미안한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지요.
-- 현상
왼쪽 전륜 조인트 밑부분에 손바닥만한 검은 기름이 유출되었던데 사륜으로 무리하게(약 7시간) 운행하여 생긴 어떤 현상같습니다. 액슬에서 터졌다면 엔진에서 연기가 올라오진 않았을텐데.
통상 사륜주행이 몸에 안 좋은건지.. (만약 그렇다면 이건 약점이다!..) 콰트로나 복서(스바루)의 우월함이 마구 떠올랐습니다. 물론 동력시스템이 전혀 달라 비교에 맥이 닿진 않지만 그래도.
2~3일이 지난 지금도 양은 줄었지만 옅은 색의 오일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쪼그리고 후레쉬로 확인하니 역시 미션 베어링의 더딤이 예상되었고 그건 내 손으로 어쩔 수 없는 결함..현상, 수박통을 통째로 들어내야할 작업이 임박했음을 인식했지만 한 편으론 "그래, 잘 됐다" ..
더불어 스티어링이 좀 부자연스럽게 무거워진 감이 있는데 이 역시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속상합니다.
좀 내달렸다고 스티어링오일류가 나갔나.. 이건 후진데?..
도대체 이 매퀘함이란.. 유출되어 폭발직전의 순도높은 가스가 틀림없습니다.
오랜시간 공들여 팬오일과 가스킷키트, 앞뒤 액슬피니언오일실 등 교환, 작업하여 오일류 완벽차단의 성과가 다시 제자리가 되겠군요 이런.
-- 마음가짐
이번 대관령행이 아무래도 무리였나 생각해봅니다.
대자연의 엄정함과 위력을 대실감하였고 트렉터의 존재감 역시 실감한 하루였지만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무력함에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절대겸손의 교훈도 절감합니다.
관음리 이장님께 감사의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당시의 제가 거의 반가사상태라 성함도 못여쭌 이 한심한 반푼이 같으니라고.
눈(雪).. 상상외로 무섭습니다. 때때로 같이 다니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