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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아버님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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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들바람소리 작성일16-08-25 13:39 조회11,67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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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발톱깎기

 

 

아버지께서

한참을 웅크리고 발톱을 깎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 것이 되어 버린 것들을

그렇게 모가 난 삶의 모서리들을

딸깍딸깍 떼를 잘 입힌 봉분(封墳)처럼

둥글고 매끄럽게 깎아 내고 있다

아버지 웅크린 그 모습 그대로 마른

생불(生佛)이 되어 바닥으로 가라 앉을 것만 같다

순간, 나는 아이처럼

깊고 고요한 바닥이 무서워 아버지 하고

그 고요를 살며시 흔들어 놓았다

아버지 대답도 없이 그저 고개만 천천히

나를 찾아 먼 길을 돌아 돌아 오신다

들일 나갔다 집에 있는 짐승들을

잠시 거두러 오실 때처럼

마루에 앉은 우리들을

물끄러미 다 같이 거두시고는

다시 들로 천천히 돌아가신다

마른 등은 그믐처럼 차고 깊게 구부러지고

무른 무릎 사이로 얼굴이 천천히 뭍혀 갔다

그런 순간이 내게도 올 것이다

둥글고 매끄럽게 떼를 잘 입힌 봉분(封墳)처럼

삶의 모서리들을 딸깍딸깍 깎아 내며

주위의 안녕을 주섬주섬 거두어 갈 때가 올 것이다

댓글목록

타이(유영보)님의 댓글

타이(유영보) 작성일

몇 번을 읽어보게 되네요....

정근진님의 댓글

정근진 작성일

좋은글ㅇ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