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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민주주의본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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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자 작성일04-01-28 21:01 조회1,0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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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우연히 메일을 확인했는데 아는 분께서 돌아가신

송석창 차장님 의 유서 내용을 보내왔길래 한번 읽어보시라고 글 올립니다.

잘못된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살아계시면서 더 노력해 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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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길을 이제 떠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40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군요.



이제 그 마지막 길을 떠난다 생각하니 좀 쓸쓸한 마음이 드는군요.

항상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래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하면서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살아왔지만 역시 인생은 고해인가 봅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이세상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언젠간 홀로 가야할 그 길을 조금 먼저 떠나려

는 것 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살아온 나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어

쩔 수 없이 바람부는 대로 시키는대로 어거지로 살아왔지만 이젠 그렇게 살고 싶

지 않습니다.



직장생활 한지도 벌써 14년 9개월이 흘렀고 국민연금에 온지도 벌써 4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슬픔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

다. 특히 국민연금에 온 이후로는 더더욱...



전 원래 소심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면 대들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혼자 눈물만 흘립니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소리죽여 흐느낄 뿐입니다. 크게 울어

본 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뿐이었습니다.



정말 속상하고 힘들어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만 울음을 삼키

고 또 먹고살기 위해서 또 그렇게 힘겨워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힘껏 살아보려고 나오지 않는 웃음도 지어 보이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않은 척 애도 많이 쓰면서 내 나름대로는 몸부림쳤지만 그래도 항

상 두려웠고 힘들었고 외로웠습니다.



이세상 친구들은 제가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때 모두 나를 떠났습니다.

6개월된 아이를 세 번이나 잃었지만 그때마다 제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아내 앞에서 힘들고 외롭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

보다 더 아프고 힘든데... 술 한잔도 맘껏 마실 수 없었고 혼자 누워있는 아내 때문

에 항상 가시방석이었지만 어찌어찌 그 시절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지금은 재롱동

이 까불이 아들녀석이 하나 있지만 이제는 제가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군

요.



가시고기처럼 아들녀석을 사랑해주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하루하루 어쩔 수

없이 사는 제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해서 이제는 가야할 것 같습니

다.



일주일 전에 사준 노란 자전거가 아들녀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었군요.

자전거를 타는 그 녀석을 보면 참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지가 쪼금만 힘들면 밀어주라면서 발만 페달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

다. 이런 아들녀석을 남겨놓고 가려는 제 마음도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흐릅니

다.



절 힘들게 했지만 저만을 사랑한다는 아내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이 세상을 떠

나려는 저는 정말 나쁜 놈이고 바보인걸 저도 알지만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그보

다 더한 고통입니다.



오늘도 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

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기준도 없이 무턱대고 밀어부치는 이 일들이 싫습

니다. 정말 소득조정은 필요한 일이고 그렇다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줘야 하

는 것 아닌가요?





올려놓고 항의하면 깎아주고 큰소리치면 없던 걸로 해주고 지금은 이것이 현실 아

닌가요?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라면서 지금까지 전 국민연금 칭찬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와서 한번도 보람을 느꼈던 적이 없습니다. 어디가서 국민연금 다닌다

고 말하지도 못합니다. 왜 제가 이렇게 죄인처럼 살아야 하나요?



왜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살지 못할까요? 이것이 제 잘못인가요?

한달이면 적게는 천여건 많게는 그 서너배의 일을 어떻게 소신을 가지고 꼼꼼하

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수퍼맨이 아니라 도저히 능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줘야 같이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을 텐데 항상 땜빵만 하고

맙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습니다. 작년에는 납부예외율 축소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

나 넘고보니 올해는 소득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네요.



올해 1월 4천여건, 6∼7월 또 한 3천여건, 그래도 아직 5천여건이 남았네요.

삼성 모 회장님도 3천여만원 내고 3년7개월이면 원금 다 찾아먹는 좋은 국민연금

인데 왜 국민들은 죽어라 하기 싫어하는 걸까요?



이것이 국민연금 말단 총알받이 직원들이 잘못해서 그런가요? 공단 경영진 아니

이건 국가가 잘못한 것 아닌가요? 그래요 먹고 살려고 월급 받는 죄로 있는 욕 없

는 욕 드러운 꼴 다 당해가며 살아왔지만 정말 이건 이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요?



제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고쳐질 일도 아니고 저 하나 없다고 해서 달라질 것 하나

도 없겠지만 제 목숨을 걸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들한테 사랑 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산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이제 서서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두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이제는 제 인생을 마감하렵니다.



사무실에서 인생을 마감하면 또 저 때문에 고생하실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분

들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병사는 전장에서 죽는 것이 가장 명

예롭다는 말을 어디서 줏어들은 것 같네요.



이렇게 살라하네 저렇게 살라하네

바람이 부는대로 그렇게 살라하네

이런게 인생이거늘 풀잎되어 살것을



사랑이 다무엔가 친구는 또무엔가

서러운 내노래는 그누가 들어주리

흐려진 두눈가득히 아들녀석 밟히네



술한잔 따라놓고 담배도 피워물고

쓸쓸히 가는그길 노래도 들어보리

눈물로 하늘보면서 내님조차 잊으리



2003.8.4. 20:50

바보송석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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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저도 세상을 살고 있는데 높은 뜻 세우신 분께서 먼저 가시다니 가슴 한편 이 아려옵니다. 죽음을 선택하시면서까지 변화의 일침을 가하셨던 소망 남은 세 상 사람들이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 인간세상 내려다 보시면서 웃음지으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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