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지어진 한전 분할매각
페이지 정보작성자 4L™ 작성일02-03-05 12:42 조회1,104회 댓글0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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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년 3월 2일 현재 발전노조 파업 상황
2002년 3월 1일자 주요신문들은 2월 25일에 시작된 발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측의 복귀명령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전5천609명 가운데 복귀인원은 6.2%에 해당하는 350명에 불과했다. 특히 3월 1일 10시까지 복귀명령을 받은 교대근무자 2천462명 가운데 현업에 있는 조합원은 7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근무자는 24시간 발전소를 운전하는 교대조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사측은 간부직원들과 퇴직자들을 동원, 교대조에 투입하고 있다.
운전중인 발전소들이 당장 정지되지는 않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대부분 간부직원들로 투입된 대체인력으로 발전설비들이 계속 이상없이 운전될 것인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52명을 해임하였다. 또 검찰은 노조간부들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검거에 나섰다고 보도되고 있다.
2. 전국전력노동조합
한국전력의 노동조합 명칭은 "전국전력노동조합"이다.
그런데 지금 파업하고 있는 노조는 이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아니다.
1961년 7월 1일, 5. 16 군사혁명정부가 민간3사를 강제합병, 한국전력주식회사를 발족시키기 전 조전, 남전, 경전 등 3사의 노조가 합쳐진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전력3사 노조를 대표하였고 5. 16군사정부와 한국전력 출범 이후에도 계속 "전국전력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의 명칭은 아직도 유효하다.
즉, 5개 발전자회사와 원자력수력발전회사 등 한전에서 분할되어 떨어져 나간 부분을 제외한 잔류부분인 송배전회사는 "한국전력"이라는 회사명칭과 "전국전력노동조합"이라는 노조명칭을 그냥 가지고 남아있다.
3. 발전자회사 출범
IMF 이후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착수, 1998년 11월초 1차 공청회를 거쳐 한국전력을 7개로 쪼개는 작업에 들어갔다.
2000년 상반기에는 회사분할을 전제로 한전직원 전원에 대하여 퇴직금이 중간정산, 지불되었으며, 전력거래소가 설치되어 모의거래가 시작되는 등 본격적인 한전분할작업이 추진되었다.
2000년 11월과 12월에는 전국전력노동조합의 반대투쟁이 있었으나 노조위원장의 파업철회 결정으로 막을 내렸고, 12월 23일에는 국회에서 한전분할 매각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이듬해인 2001년 3월23일에는 전경과 노조원들이 대치하는 격렬한 몸싸움 속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53%의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는 대주주인 정부의 주주권 행사방식을 빌어 회사분할을 의결하였다.
그리고 4월에는 분할된 6개 자회사들이 각기 회사 창립식을 갖고 출범하였다.
4. 한전분할 내용
총자산규모 61조원의 한전은 아래와 같이 7개로 나누어졌다.
- 5개 화력발전 자회사 : 16조 5,157억원
(1개 발전자회사당 약 3조 3천억원)
- 1개 수력원자력발전 자회사 : 17조 3,096억원
- 송.배전회사 (한국전력:잔류) : 27조 7,133억원 : 한국전력으로 잔류
- 합 계 : 61조 5,386억원
매각될 자회사들은 5개 화력발전회사들이며 이들의 회사명칭은 아래와 같다.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각각의 화력발전회사에 좋은 발전소, 낡은 발전소를 공평하게 나누다 보니 동서, 남북이 지그재그로 쪼개지고 같은 발전소 안의 1호기는 남동, 2호기는 동서 식으로 갈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름도 동서남북, 갈기갈기...
또한 총 주식은 잔류하는 한국전력이 그냥 가지고 있고 자회사들은 빈손으로 갈라져 나갔다.
어차피 팔려나갈 것이므로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들은 팔아서 판매대금을 챙기는 식으로 하고 그 때까지 발전자회사들은 한국전력의 출자회사라는 형식으로 존립하면서 "세일"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자, 사 가세요, 팝니다, 팔아..."
5. 발전노조
현재 파업중인 노조는 바로 "발전노조"다.
갈라져 나간 5개 발전회사의 근로자들이 따로 결성한 노조인 것이다.
발전회사가 분리된 다음, 회사측은 기존의 전국전력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발전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단체협약의 승계도 거부하는 등 발전노조의 창립을 반대, 방해하였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지금도 국영기업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영화 매각을 위하여 분리되어진 발전자회사들은 더 이상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국영기업체인 한국전력과 전국전력노조에 대하여는 여전히 5.16군사정부가 과거에 제정한 국가기간산업 파업주동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방위업체에 준하는 보안관계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하겠으나, 이미 분할매각을 통한 민영화 단계에 들어간 발전회사들과 발전노조에 대하여는 이러한 법률을 적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법에 따라 파업주동자를 엄단하겠다고 큰소리쳐봐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측은 업무복귀에 불응할 경우 해고도 불사하겠다고 위협을 한다지만 (과거에는 해임되면 퇴직금을 못 받고 빈손으로 쫓겨나가야 했거든...), 이미 회사를 분할하면서 퇴직금까지 다 받아 놓은 노조원들에게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발전노조는 처우나 생존권 문제에 대하여 그리 절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회사가 분할될 때 단체로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고 퇴직금은 이미 다 받았기 때문에 감원이나 생존권 따위는 사실 그 때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처우와 근로조건들도 노사간 쟁점이 되어있긴 하지만 노조원들이 생사를 걸고 파업을 불사하는 강경투쟁을 하는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발전중단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투쟁에 나서는가?
6. 발전노조의 민영화반대 파업에 대한 시각
발전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철도파업만으로도 끔찍한 고생을 했는데 만일 전기가 나간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조건 공기업은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진정한 민영화의 의미도 잘 모르는 채...
그런데 발전노조가 파업을 하다니....
국민들은 발전노조가 국가경제를 위하여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철밥통을 지키기 위하여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아 파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파업을 하는 발전노조원들도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한전의 분할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다.
두 차례의 공청회가 열리긴 했지만 진지한 토론이나 반대의견수렴 같은 건 애당초 없었고 공청회장 바깥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지고 안에서는 미리 정해진 각본대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공청회를 해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한전분할매각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한전문제는 언론의 금기였다. 정부의 계획이나 주장만을 보도하거나 다만 짤막하고 단편적인 보도만 하였을 뿐이다.
이번 파업사태에 있어서도 민영화 문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노사협상의 정황만을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한전의 민영화는 지금까지 그렇게 추진되어 왔다.
놀라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오해와 무지 속에서 말이다.
국가의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패망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7. 한국전력에 대한 오해들
아래는 한국전력에 대하여 널리 퍼져있는 오해의 예다.
○ 한전은 경영이 방만, 부실한 공기업이다.
○ 한전은 막대한 부채(외채)를 지고 있다.
○ 전력산업도 경쟁도입이 필요하다.
○ 한전의 분할매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 민영화 구조조정으로 외자가 유치되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8. 세계 최우량 국영공기업-한전
1994년, 95년 무렵, 뉴욕 증권시장은 뉴욕증권시장에 진출한 한전에 주목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건실한 재무구조,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요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
신용평가사들은 한전에 최우량투자신용등급을 매겼고 투자자들은 주저 없이 한전의 센츄리본드에 투자하였다. 그래서 한전은 적지 않은 장기저리 외채를 들여와 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다. 또한 한전에 세계 최우량 경영 전력회사에 수여되는 에디슨 경영대상이 두 차례나 주어졌다.
현재 한전의 부채율은 10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업체로는 가장 재무구조가 좋다고 하는 삼성전자나 포항제철의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한전이 해마다 2조원 수준에 이르는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순규모로 한전의 외채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내용을 알고 보면 한전의 재무구조는 어떤 업체에 비하여도 건실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발전노조의 파업은 철도노조와 함께 시작되었다.
"철도.발전 파업..."
엄청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와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발전소가 함께 파업을 시작하였으니 또 싸잡아서 욕먹고 함께 매도되었다, "방만.. 부실... 철밥통...."
백조야, 까마귀와 함께 놀지 마라...
9. 세계를 놀라게 한 한전
또 1996년에는 이종훈 한전사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빌 게이츠를 만났다.
한전이 보유한 광케이블 통신설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최초로 양방향 고속통신을 시범 운영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한전은 이를 위하여 두루넷을 설립하였다.
한전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통하여 축적한 기술로 중국 광동원자력 시운전을 지원하였고,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를 재가동하였으며, 길림성 발전 프로젝트와 터어키 원전 건설에도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 신포 경수로 주계약자로, 그리고 한국중공업, 한기, CE, GE, AECL 등 업체들과 합작하여 해외 원전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하여 한전 본사 내에 "해외원전사업본부"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본인의 추측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한전을 그냥 두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IMF 이면계약으로 한전의 분할과 매각을 요구하지 않았겠는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전을 이런 식으로 매각할 리가 없으며, 아무리 정신 빠진 정부라 하더라도 한전을 매각하면 국가가 패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10. 민영화?
모든 산업이 경쟁체제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유독 전력산업은 예외가 되어 왔다.
한국전력이 전력산업을 독점하고 민간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5. 16 당시엔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5.16 군사혁명정부가 민간전력을 강제합병한 일은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민간 전력사들이 부실, 방만, 저효율, 영세하였기 때문에 국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젠 거꾸로 공기업이 부실, 방만하다니 참 이상도 하지...?)
군사정부는 적어도 전력산업이 정상궤도에 이르면 민간에게 되돌려 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결코 전력산업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았다.
왠만하면 민간자본의 참여라도 허용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한사코 이 꿀단지를 놓지 않고 있다가 IMF를 맞은 것이다.
민영화는 해야 한다. 아니, 진작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국내자본이 초토화된 지금 민영화한단다.
이런 식으로 분할하여 해외자본에 넘겨주는 것을 민영화라고 부를 수는 결코 없는 일이다.
11. 경쟁?
전력산업의 경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도 영국, 미국, 호주처럼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 나라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영국에는 약 500개의 전력회사들이, 미국에는 약 2,000개의 전력회사들이 있다. 그야말로 난립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조로는 전력요금이 싸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력거래와 경쟁을 도입한 것이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쓰러지라는 것이다. 합병하라는 것이다. 결국 강한 자만 남으라는 것인 셈이다. 보라, 기업합병은 오늘날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쪼갠다니, 시대역행이다. 쪼개어서는 절대로 비용이 내려갈 수도 원가가 절감될 수도 없다.
12. 전력은 독점이 최고...!
전력산업은 설비산업이다.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5년, 10년씩 걸리고 투자비를 뽑으려면 20년, 30년 걸린다.
전력산업은 1기에 2조원 이상이 드는 원자력발전소든 수 천억원이 드는 화력발전소든 막대한 시설비가 투입되고 그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엄청나게 길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전력원가나 요금의 절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투자비인 것이다.
전력산업에 있어서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첫째, 경쟁자들이 있어야 하고, 둘째, 그 경쟁자들이 모두들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일 설비가 모자란다면, 즉 전력예비율이 낮다면, 모자라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력설비를 다 동원해야 할 것이므로 경쟁이 될 턱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경쟁자들에게 충분한 전력설비가 있다고 치자.
경쟁자들에게 있어서 전력을 팔지 못 해 자신들의 설비를 돌리지 못 하고 세워둔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전력을 판매하려는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생각대로 이렇게 되면 좋겠지만 경쟁이 된다는 말은 이미 엄청난 잉여설비, 유휴시설들이 남아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서 값싼 전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설비가 모자라면 설비는 100% 돌리면서 전기를 금쪽 같이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데 뭣 하러 20년 30년 동안 수조원씩 쳐넣어 가면서 발전소를 충분히 지을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여러분이 외국자본가로서 발전자회사를 매입했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바람직한 전력산업은....
설비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적은 설비로 최대의 이용율을 올리는 것이 바로 전력산업의 관건인 것이다.
구조조정...? 인원감축...?
그런 거 하면 더 좋겠지만, 구조조정 하고 인원 줄이고 경비 줄이고 아무리 애써봐야 설비가 남아돈다면 만사휴의인 것이다. 아니, 한전을 쪼개 발전자회사를 만드는 바람에 사장, 부사장, 전무, 얼마나 더 늘었는지 아시는가?
지금까지 한전은 설비투자효과를 극대화하고 전국에 산재한 발전설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해 왔다.
발전소를 지나치게 지어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되고.... 그러나 발전소 건설에는 장기간의 세월이 걸리고..., 그래서 장기전원개발계획을 검토하고 고치고...
전력예비율, 적정전력예비율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그리고 설비이용율이라는 말도? 예비율, 이용율은 전력회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경영지표이다.
한전은 경제성장치, 산업성장속도, 수출증가율, 실업율... 이런 수치까지 고려하고 연구하면서 장기전원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의 발전소를 환상 전력구조망으로 연결하고 ABS 제어시스템으로 연결하여 발전소들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가장 값싼 발전소를 더 돌리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왔다. 이게 바로 경영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멀쩡한 회사를 쪼개어서 경쟁시킨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뻔한 일이다. 둘 중 하나이다.
전력설비가 남아돌아서 전력회사들이 피나게 경쟁하든지....
아니면 전력설비가 모자라서 발전회사들이 설비를 100% 씽씽 돌리면서 전기를 비싸게 팔아먹든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났던 전력회사, 한전...
뉴욕중시를 놀라게 한 한전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전국을 커버하는 단일전력망, 효과적인 시설투자, 최고의 이용율....
온 세계의 전력회사들이 부러워 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12. 우리나라는 섬...
우리나라는 섬이다. 적어도 전력산업에 있어서는 말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다른 나라로 전력을 팔 수도 사올 수도 없다.
미국동부지역은 원자력과 수력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로부터 전기를 사오고, 유럽 지역은 나라들간에 전력을 서고 판다지만 우린 섬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전을 매각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다른 글로 이미 수없이 설명, 주장한 바 있으므로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한다.
13. 국민의 알 권리는...?
한전을 퇴직한 사람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한전에 대한 무지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온 나라를 뒤덮은 묵살과 침묵과 단절이다.
한전을 분할매각하려는 음모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1982년 영국에 망명인지 피신인지를 가계시던 DJ께서 당시의 영국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보시고 "아, 그래 전력도 경쟁시켜야 해." 하고 생각하셨다가 이렇게 밀어부치시는지, IMF이면계약으로 미국이 요구한 것인지, 진짜로 경제각료들과 일부학자들이 한전을 분할매각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인지....
그러나 오늘도 한전분할매각은 무지와 편견, 오해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진지한 토론과 검토, 의견수렴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독선과 독재 속에서....
모든 반대의견과 항의는 묵살되고 오로지 "공기업은 부실해. 민영화해야 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외면하는 답답한 단절과 적막 속에서...
그렇게 한전은 쪼개어지고 개고기처럼 팔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국민의 알 권리는 있는 것일까?
이 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국가인가?
14. 발전노조의 파업, 안 된다. 그러나...
나는 발전노조와 관계도 없고 접촉도 없다.
국민의 엄청난 불편과 국가경제의 손실을 가져올 파업에 찬성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대화도 통하지 않고, 묵살과 강경 일변도로 대치하는 현상황은 분명히 잘 못 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대표를 제치고 노조원들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고 그 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단결권이 무시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발전노조의 파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어째서 발전노조의 파업이 불법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법률해석은 한 마디도 없이 불법으로 몰고 있는가?
법치국가에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이 불법으로 지탄받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발전노조의 한전매각 반대이유에 대하여 정부는 왜 진지한 토론을 거부하는가?
한전을 분할하여 해외자본에 팔아야 할 이유를 그들에게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한전은 한전직원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이 왜 저토록 매각반대를 외치는지,
그들의 행동이 과연 애국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철밥통을 지키려는 파렴치한 행동인지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파업, 그건 바람직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파업은 안 된다면서 일방의 억압과 묵살을 수용하라는 횡포를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도 안 된다.
이 문제는 진지한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자인 정부와 한전이 그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본다.
한전매각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이 그렇게도 어렵다는 말일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한전매각을 밀어부쳐야 할 이유가 있다는 말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한전매각 후의 이 나라의 전력산업이,
대화의 단절 속에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1. 2002년 3월 2일 현재 발전노조 파업 상황
2002년 3월 1일자 주요신문들은 2월 25일에 시작된 발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측의 복귀명령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전5천609명 가운데 복귀인원은 6.2%에 해당하는 350명에 불과했다. 특히 3월 1일 10시까지 복귀명령을 받은 교대근무자 2천462명 가운데 현업에 있는 조합원은 7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근무자는 24시간 발전소를 운전하는 교대조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사측은 간부직원들과 퇴직자들을 동원, 교대조에 투입하고 있다.
운전중인 발전소들이 당장 정지되지는 않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대부분 간부직원들로 투입된 대체인력으로 발전설비들이 계속 이상없이 운전될 것인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52명을 해임하였다. 또 검찰은 노조간부들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검거에 나섰다고 보도되고 있다.
2. 전국전력노동조합
한국전력의 노동조합 명칭은 "전국전력노동조합"이다.
그런데 지금 파업하고 있는 노조는 이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아니다.
1961년 7월 1일, 5. 16 군사혁명정부가 민간3사를 강제합병, 한국전력주식회사를 발족시키기 전 조전, 남전, 경전 등 3사의 노조가 합쳐진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전력3사 노조를 대표하였고 5. 16군사정부와 한국전력 출범 이후에도 계속 "전국전력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의 명칭은 아직도 유효하다.
즉, 5개 발전자회사와 원자력수력발전회사 등 한전에서 분할되어 떨어져 나간 부분을 제외한 잔류부분인 송배전회사는 "한국전력"이라는 회사명칭과 "전국전력노동조합"이라는 노조명칭을 그냥 가지고 남아있다.
3. 발전자회사 출범
IMF 이후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착수, 1998년 11월초 1차 공청회를 거쳐 한국전력을 7개로 쪼개는 작업에 들어갔다.
2000년 상반기에는 회사분할을 전제로 한전직원 전원에 대하여 퇴직금이 중간정산, 지불되었으며, 전력거래소가 설치되어 모의거래가 시작되는 등 본격적인 한전분할작업이 추진되었다.
2000년 11월과 12월에는 전국전력노동조합의 반대투쟁이 있었으나 노조위원장의 파업철회 결정으로 막을 내렸고, 12월 23일에는 국회에서 한전분할 매각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이듬해인 2001년 3월23일에는 전경과 노조원들이 대치하는 격렬한 몸싸움 속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53%의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는 대주주인 정부의 주주권 행사방식을 빌어 회사분할을 의결하였다.
그리고 4월에는 분할된 6개 자회사들이 각기 회사 창립식을 갖고 출범하였다.
4. 한전분할 내용
총자산규모 61조원의 한전은 아래와 같이 7개로 나누어졌다.
- 5개 화력발전 자회사 : 16조 5,157억원
(1개 발전자회사당 약 3조 3천억원)
- 1개 수력원자력발전 자회사 : 17조 3,096억원
- 송.배전회사 (한국전력:잔류) : 27조 7,133억원 : 한국전력으로 잔류
- 합 계 : 61조 5,386억원
매각될 자회사들은 5개 화력발전회사들이며 이들의 회사명칭은 아래와 같다.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각각의 화력발전회사에 좋은 발전소, 낡은 발전소를 공평하게 나누다 보니 동서, 남북이 지그재그로 쪼개지고 같은 발전소 안의 1호기는 남동, 2호기는 동서 식으로 갈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름도 동서남북, 갈기갈기...
또한 총 주식은 잔류하는 한국전력이 그냥 가지고 있고 자회사들은 빈손으로 갈라져 나갔다.
어차피 팔려나갈 것이므로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들은 팔아서 판매대금을 챙기는 식으로 하고 그 때까지 발전자회사들은 한국전력의 출자회사라는 형식으로 존립하면서 "세일"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자, 사 가세요, 팝니다, 팔아..."
5. 발전노조
현재 파업중인 노조는 바로 "발전노조"다.
갈라져 나간 5개 발전회사의 근로자들이 따로 결성한 노조인 것이다.
발전회사가 분리된 다음, 회사측은 기존의 전국전력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발전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단체협약의 승계도 거부하는 등 발전노조의 창립을 반대, 방해하였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지금도 국영기업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영화 매각을 위하여 분리되어진 발전자회사들은 더 이상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국영기업체인 한국전력과 전국전력노조에 대하여는 여전히 5.16군사정부가 과거에 제정한 국가기간산업 파업주동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방위업체에 준하는 보안관계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하겠으나, 이미 분할매각을 통한 민영화 단계에 들어간 발전회사들과 발전노조에 대하여는 이러한 법률을 적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법에 따라 파업주동자를 엄단하겠다고 큰소리쳐봐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측은 업무복귀에 불응할 경우 해고도 불사하겠다고 위협을 한다지만 (과거에는 해임되면 퇴직금을 못 받고 빈손으로 쫓겨나가야 했거든...), 이미 회사를 분할하면서 퇴직금까지 다 받아 놓은 노조원들에게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발전노조는 처우나 생존권 문제에 대하여 그리 절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회사가 분할될 때 단체로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고 퇴직금은 이미 다 받았기 때문에 감원이나 생존권 따위는 사실 그 때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처우와 근로조건들도 노사간 쟁점이 되어있긴 하지만 노조원들이 생사를 걸고 파업을 불사하는 강경투쟁을 하는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발전중단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투쟁에 나서는가?
6. 발전노조의 민영화반대 파업에 대한 시각
발전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철도파업만으로도 끔찍한 고생을 했는데 만일 전기가 나간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무조건 공기업은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진정한 민영화의 의미도 잘 모르는 채...
그런데 발전노조가 파업을 하다니....
국민들은 발전노조가 국가경제를 위하여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철밥통을 지키기 위하여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아 파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파업을 하는 발전노조원들도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한전의 분할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다.
두 차례의 공청회가 열리긴 했지만 진지한 토론이나 반대의견수렴 같은 건 애당초 없었고 공청회장 바깥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지고 안에서는 미리 정해진 각본대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공청회를 해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한전분할매각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한전문제는 언론의 금기였다. 정부의 계획이나 주장만을 보도하거나 다만 짤막하고 단편적인 보도만 하였을 뿐이다.
이번 파업사태에 있어서도 민영화 문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노사협상의 정황만을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한전의 민영화는 지금까지 그렇게 추진되어 왔다.
놀라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오해와 무지 속에서 말이다.
국가의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패망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7. 한국전력에 대한 오해들
아래는 한국전력에 대하여 널리 퍼져있는 오해의 예다.
○ 한전은 경영이 방만, 부실한 공기업이다.
○ 한전은 막대한 부채(외채)를 지고 있다.
○ 전력산업도 경쟁도입이 필요하다.
○ 한전의 분할매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 민영화 구조조정으로 외자가 유치되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8. 세계 최우량 국영공기업-한전
1994년, 95년 무렵, 뉴욕 증권시장은 뉴욕증권시장에 진출한 한전에 주목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건실한 재무구조,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요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
신용평가사들은 한전에 최우량투자신용등급을 매겼고 투자자들은 주저 없이 한전의 센츄리본드에 투자하였다. 그래서 한전은 적지 않은 장기저리 외채를 들여와 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다. 또한 한전에 세계 최우량 경영 전력회사에 수여되는 에디슨 경영대상이 두 차례나 주어졌다.
현재 한전의 부채율은 10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업체로는 가장 재무구조가 좋다고 하는 삼성전자나 포항제철의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한전이 해마다 2조원 수준에 이르는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순규모로 한전의 외채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내용을 알고 보면 한전의 재무구조는 어떤 업체에 비하여도 건실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발전노조의 파업은 철도노조와 함께 시작되었다.
"철도.발전 파업..."
엄청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와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발전소가 함께 파업을 시작하였으니 또 싸잡아서 욕먹고 함께 매도되었다, "방만.. 부실... 철밥통...."
백조야, 까마귀와 함께 놀지 마라...
9. 세계를 놀라게 한 한전
또 1996년에는 이종훈 한전사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빌 게이츠를 만났다.
한전이 보유한 광케이블 통신설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최초로 양방향 고속통신을 시범 운영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한전은 이를 위하여 두루넷을 설립하였다.
한전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통하여 축적한 기술로 중국 광동원자력 시운전을 지원하였고,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를 재가동하였으며, 길림성 발전 프로젝트와 터어키 원전 건설에도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 신포 경수로 주계약자로, 그리고 한국중공업, 한기, CE, GE, AECL 등 업체들과 합작하여 해외 원전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하여 한전 본사 내에 "해외원전사업본부"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본인의 추측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한전을 그냥 두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IMF 이면계약으로 한전의 분할과 매각을 요구하지 않았겠는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전을 이런 식으로 매각할 리가 없으며, 아무리 정신 빠진 정부라 하더라도 한전을 매각하면 국가가 패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10. 민영화?
모든 산업이 경쟁체제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유독 전력산업은 예외가 되어 왔다.
한국전력이 전력산업을 독점하고 민간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5. 16 당시엔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5.16 군사혁명정부가 민간전력을 강제합병한 일은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민간 전력사들이 부실, 방만, 저효율, 영세하였기 때문에 국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젠 거꾸로 공기업이 부실, 방만하다니 참 이상도 하지...?)
군사정부는 적어도 전력산업이 정상궤도에 이르면 민간에게 되돌려 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결코 전력산업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았다.
왠만하면 민간자본의 참여라도 허용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한사코 이 꿀단지를 놓지 않고 있다가 IMF를 맞은 것이다.
민영화는 해야 한다. 아니, 진작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국내자본이 초토화된 지금 민영화한단다.
이런 식으로 분할하여 해외자본에 넘겨주는 것을 민영화라고 부를 수는 결코 없는 일이다.
11. 경쟁?
전력산업의 경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도 영국, 미국, 호주처럼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 나라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영국에는 약 500개의 전력회사들이, 미국에는 약 2,000개의 전력회사들이 있다. 그야말로 난립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조로는 전력요금이 싸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력거래와 경쟁을 도입한 것이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쓰러지라는 것이다. 합병하라는 것이다. 결국 강한 자만 남으라는 것인 셈이다. 보라, 기업합병은 오늘날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쪼갠다니, 시대역행이다. 쪼개어서는 절대로 비용이 내려갈 수도 원가가 절감될 수도 없다.
12. 전력은 독점이 최고...!
전력산업은 설비산업이다.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5년, 10년씩 걸리고 투자비를 뽑으려면 20년, 30년 걸린다.
전력산업은 1기에 2조원 이상이 드는 원자력발전소든 수 천억원이 드는 화력발전소든 막대한 시설비가 투입되고 그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엄청나게 길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전력원가나 요금의 절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투자비인 것이다.
전력산업에 있어서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첫째, 경쟁자들이 있어야 하고, 둘째, 그 경쟁자들이 모두들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일 설비가 모자란다면, 즉 전력예비율이 낮다면, 모자라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력설비를 다 동원해야 할 것이므로 경쟁이 될 턱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경쟁자들에게 충분한 전력설비가 있다고 치자.
경쟁자들에게 있어서 전력을 팔지 못 해 자신들의 설비를 돌리지 못 하고 세워둔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전력을 판매하려는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생각대로 이렇게 되면 좋겠지만 경쟁이 된다는 말은 이미 엄청난 잉여설비, 유휴시설들이 남아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서 값싼 전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설비가 모자라면 설비는 100% 돌리면서 전기를 금쪽 같이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데 뭣 하러 20년 30년 동안 수조원씩 쳐넣어 가면서 발전소를 충분히 지을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여러분이 외국자본가로서 발전자회사를 매입했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바람직한 전력산업은....
설비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적은 설비로 최대의 이용율을 올리는 것이 바로 전력산업의 관건인 것이다.
구조조정...? 인원감축...?
그런 거 하면 더 좋겠지만, 구조조정 하고 인원 줄이고 경비 줄이고 아무리 애써봐야 설비가 남아돈다면 만사휴의인 것이다. 아니, 한전을 쪼개 발전자회사를 만드는 바람에 사장, 부사장, 전무, 얼마나 더 늘었는지 아시는가?
지금까지 한전은 설비투자효과를 극대화하고 전국에 산재한 발전설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해 왔다.
발전소를 지나치게 지어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되고.... 그러나 발전소 건설에는 장기간의 세월이 걸리고..., 그래서 장기전원개발계획을 검토하고 고치고...
전력예비율, 적정전력예비율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그리고 설비이용율이라는 말도? 예비율, 이용율은 전력회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경영지표이다.
한전은 경제성장치, 산업성장속도, 수출증가율, 실업율... 이런 수치까지 고려하고 연구하면서 장기전원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의 발전소를 환상 전력구조망으로 연결하고 ABS 제어시스템으로 연결하여 발전소들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가장 값싼 발전소를 더 돌리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왔다. 이게 바로 경영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멀쩡한 회사를 쪼개어서 경쟁시킨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뻔한 일이다. 둘 중 하나이다.
전력설비가 남아돌아서 전력회사들이 피나게 경쟁하든지....
아니면 전력설비가 모자라서 발전회사들이 설비를 100% 씽씽 돌리면서 전기를 비싸게 팔아먹든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났던 전력회사, 한전...
뉴욕중시를 놀라게 한 한전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전국을 커버하는 단일전력망, 효과적인 시설투자, 최고의 이용율....
온 세계의 전력회사들이 부러워 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12. 우리나라는 섬...
우리나라는 섬이다. 적어도 전력산업에 있어서는 말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다른 나라로 전력을 팔 수도 사올 수도 없다.
미국동부지역은 원자력과 수력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로부터 전기를 사오고, 유럽 지역은 나라들간에 전력을 서고 판다지만 우린 섬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전을 매각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다른 글로 이미 수없이 설명, 주장한 바 있으므로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한다.
13. 국민의 알 권리는...?
한전을 퇴직한 사람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한전에 대한 무지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온 나라를 뒤덮은 묵살과 침묵과 단절이다.
한전을 분할매각하려는 음모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1982년 영국에 망명인지 피신인지를 가계시던 DJ께서 당시의 영국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보시고 "아, 그래 전력도 경쟁시켜야 해." 하고 생각하셨다가 이렇게 밀어부치시는지, IMF이면계약으로 미국이 요구한 것인지, 진짜로 경제각료들과 일부학자들이 한전을 분할매각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인지....
그러나 오늘도 한전분할매각은 무지와 편견, 오해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진지한 토론과 검토, 의견수렴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독선과 독재 속에서....
모든 반대의견과 항의는 묵살되고 오로지 "공기업은 부실해. 민영화해야 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외면하는 답답한 단절과 적막 속에서...
그렇게 한전은 쪼개어지고 개고기처럼 팔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국민의 알 권리는 있는 것일까?
이 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국가인가?
14. 발전노조의 파업, 안 된다. 그러나...
나는 발전노조와 관계도 없고 접촉도 없다.
국민의 엄청난 불편과 국가경제의 손실을 가져올 파업에 찬성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대화도 통하지 않고, 묵살과 강경 일변도로 대치하는 현상황은 분명히 잘 못 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대표를 제치고 노조원들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고 그 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단결권이 무시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발전노조의 파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어째서 발전노조의 파업이 불법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법률해석은 한 마디도 없이 불법으로 몰고 있는가?
법치국가에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이 불법으로 지탄받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발전노조의 한전매각 반대이유에 대하여 정부는 왜 진지한 토론을 거부하는가?
한전을 분할하여 해외자본에 팔아야 할 이유를 그들에게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한전은 한전직원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이 왜 저토록 매각반대를 외치는지,
그들의 행동이 과연 애국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철밥통을 지키려는 파렴치한 행동인지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파업, 그건 바람직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파업은 안 된다면서 일방의 억압과 묵살을 수용하라는 횡포를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도 안 된다.
이 문제는 진지한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자인 정부와 한전이 그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본다.
한전매각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이 그렇게도 어렵다는 말일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한전매각을 밀어부쳐야 할 이유가 있다는 말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한전매각 후의 이 나라의 전력산업이,
대화의 단절 속에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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