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색의 향연, 청옥산 육백두락
페이지 정보작성자 바다 작성일01-11-20 07:39 조회8,554회 댓글1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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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난 김에 떠날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평소에는 그리 기억이 나지 않던 곳이었건만, 오늘따라 생각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동 고속도로의 새벽길을 달리며 무슨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하여간 이왕 내친 것, 어두운 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평창을 지난다.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서두른 덕에 아침시간에 맞춰 미탄면 창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이 덜깬 마을을 헤집으며 일찌감치 문을 연 식당을 찾아 식사를 마친다. 그래도 명색이 산행인데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는 일. 평소에는 입도 대지 않는 아침식사를 든든히 한 후 기억을 더듬어 청옥산 오르는 길을 찾아본다. 청옥산을 오르는 길은 미탄면 사무소쪽에서 회동마을 거쳐 오르는 길과 창리 마을 안쪽에서 평안리를 거쳐 오르는 길이 있는데 회동마을쪽은 하산 길로 정하고 평안리를 거쳐 오르는 길을 택해 산 오르기를 재촉한다. 이른 아침을 열고 있는 평안리 마을을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르니 약 15분 정도 후에 마지막 민박집 옆, 산길 초입을 만난다. 항상 차가 오르내리는 길이라 그런지 포장되지 않은 산길이라 하지만 포장도로 못지 않은 평탄함에 후륜으로만 천천히 산을 오른다. 산자락을 따라 굽이 도니 8부 능선쯤에 아슬아슬하게 위치한 삼신신앙 대본사가 눈에 들어온다. 저런 곳에다 어떻게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하얀색으로 단장된 아담한 2층 건물들을 바라보며 한적한 산 길을 따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 앞 평평한 바위에 각자 갈라지는 방향에 대한 안내표지가 쓰여져 있다.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우측방향은 삼신신앙 대본사가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길이고 좌측으로 난 경사길은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정상을 향해 오르며 산 밑을 바라보니 산 자락속에 아늑하게 파묻혀 있는 평안리가 평안한 느낌을 주며 내려다 보인다. 깍아지른 듯한 산 허리를 오르는 길인데도 두렵지 않은 것은 오랜 시간, 인적에 의해 다져진 길이 주는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평탄한 길, 그렇지만 얼마 안있어 겨울이 되면 이 길은 매우 무서운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던 걸음을 계속한다. 산을 오른지 대략 20여분만에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산 언저리 삼거리에 다다른다. 2년전 쯤 여름이었던가? 동호인들과 함께 찾았던 이곳은 완만한 산 정상 분지를 온통 덮고 있던 고랭지 채소 밭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확을 한 후여서 인지 아무것도 없는 빈 밭이 을씨년스러웠건만, 오늘 올라 보니 그때 그 빈 밭터들이 온통 푸른 배추로 덮혀 넓직하고 시원스런 그림을 연출하며 장관을 이룬다. 꽃 밭보다 더 아름다운 배추 밭을 본 일이 있는가? 누가 필자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물론 본 적이 있지!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장관을 보게 된 것이다. 산 머리 온곳에 푸름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이런 경관을 어찌 흔히 볼 수 있겠는가. 고랭지 채소밭의 전경이 이렇게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보여질지는 오늘에야 처음 알게 되었다. 이곳을 육백마지기라 한다는데 정상 능선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는 분지가 볍씨 육 백 두락이 된다해서 불리워지기 시작했다 한다. 두락은 한 말의 볍씨를 뿌릴 수 있는 면적을얘기하는 것인데 평지와 산지 또는 토지의 비옥도등에 따라 그 면적이 다르다. 보통 논의 경우는 200평 정도, 밭은 300평 정도를 한 두락이라고 한다. 정상 분지에는 배추밭 사이를 가르는 길을 비롯하여 이곳 저곳 개간을 위한 길이 미로처럼 얼켜있다. 수확을 마친 빈 밭도 간혹 보이지만 아직 수확 전인지 다 익어 영글고 있는 풍성한 밭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를 지나 정상을 향한다. 4L 2단을 넣고 쉬엄쉬엄 오르니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삼신신앙 제단이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곳에 다다른다. 잠시 차를 세우고는 제단위에 올라서 주변 산새를 둘러본다. 얼마전에 설악산에는 첫 눈이 왔다는데, 그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하여 행여 기대를 해보았건만, 청옥산의 정상은 아직도 가을 속에 있었다. 본 산 자체 보다 주변 산새들의 아름다움을 뽐내주는 관망산으로서 이웃 산새에 절경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이제나 저제나 여전한 모습이다. 동서남북 그 어디를 바라보나 마찬가지의 형상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산지 어느 곳이 다를까만은, 이 곳 청옥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장관이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모처럼의 먼 길을 한 필자의 흥분 때문이지 싶다.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담배 한 대를 피우고는 하산을 위해 차에 시동을 건다. "조만간 눈이 이곳을 하얗게 덮어놓으면 또 오마~!" 라고 다짐해본다. 하지만 지금 기분에 다진 마음이지, 막상 눈코 뜰새없이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 마음을 기억이나 할까,, 하는 생각에 부질없이 호언장담 잘하는 필자 스스로를 핀잔준다. 길 우측으로 보이는 이웃 산은 벌목으로 인해 속살이 훤하게 드러나있다. 곧 겨울인데, 추울텐데,,, 벌목 차량 진입을 위해 닦아놓은 상판길이 칼로 그어 놓은 듯, 산 전체 이곳 저곳을 갈라놓아 보기가 흉물스럽다. 올라올 때 정상 언저리에서 만났던 삼거리를 다시 만나 회동마을 방향으로 하산한다. 구불 구불 산 길을 따라 내려와 산 중턱에서 시작되는 포장도로를 만났다. 미탄면 사무소까지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청옥산은 세군데가 있다. 두타산과 나란히 있는 강원 동해시의 청옥산(1404)이 있고, 또 태백산과 나란히 있는 경북 봉화군의 청옥산(1277)이 있다. 이 곳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1,256m)은 오프로드를 여유있게 누리며 드라이브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이다. 청옥산은 그리 빼어나지 않지만, 이 곳에서 보이는 주변 산새는 장관을 이룬다. 좋은 전망을 가진 산이어서 오르는 보람이 있는 곳이다. 청옥산은 그리 많이 알려있지 않은 곳이어서 나물 산행을 목적으로 하는 등산객들이 아니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작황하고 있는 고랭지 채소는 제 철이라면 직접 밭에서 구입도 할 수 있다. 취재: rider@offroad.dreamwiz.com
갑자기 청옥산이 왜 생각이 났을까? 잠시 생각을 해본 끝에야 그 이유를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청옥산을 처음 찾았던 그때, 유난히 필자를 괴롭히던 그 친구,,, 그래 그 친구 때문이다. 필자의 가슴 한 구석에 항상 도사리며(?) 이곳 산 행을 유혹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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