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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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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 작성일00-12-03 07:39 조회8,0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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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와 동강



댐 건설 시비로10년을 끌어온 마지막 생태계의 보고.
동강 비경 1백리 한강 하류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올라 "양수리"라고 불리는 "두물머리"로 이어져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나뉜다.
그렇게 나뉘어진 남한강은 수많은 지류를 거느H며 충주와 단양을 지나 영월(강원도) 읍내 앞에서 다시 동강과 서강으로 나뉘어진다.
강물은 예전부터 그렇게 흘렀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강은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알려져 있지않은 오지였다.
웬만큼 큰 지도가 아니고서는 그냥 남한강 상류의 한 지류로서 푸른 실금 하나만 그어져있을 뿐 축적 10만분의 1쯤 되는 교통지도에나 비로소 강다운 모습으로 그 자태를 애교 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강을 남한강의 동강이라 하지않고 영월의 동강이라 한다.
동강은 흔히 "사행 천"이라 불리 운다. 높고 낮은 산들이 경쟁하듯 촘촘히 이를 맞물리며 들이박아 만들어 낸 길을 뱀처럼 구불거리며 흐르는 "감입 사행 천"...



서울에서 오후 늦게 출발한 취재진은 중부고속국도 호법 분기점을 돌아 영동고속국도 만종 분기점에서 남원주IC방향으로 서제천IC까지 단숨에 차를 몰았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상황으로 단 한번의 정체구간 없이 제천으로 빠져 나온 일행은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영월방향 38번 국도로 애마(愛馬)를 몰았다.
한 세시간 정도의 여정으로 영월에 도착한 일행은 예정대로 시내에서 간단한 요기를 준비하여 영월시내에서 태백 방향으로 가다 어라연 표지판을 보며 좌회전하여 목골 강변에 위치한 민박 집을 향했다.
민박 집으로 전체 30명정도 수용 가능하며 2인실 하나에 20,000원정도 예상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단, 식사는 자체 해결해야 굶지않는다. )

민박집이른 새벽 6시 30분 우리가 잠든 곳은 일상 말하는 민박 집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떠 마당을 나서니 강 건너 거대한 기암절벽이 우리의 기를 누르는 듯 했고 학 3마리(?)만 날아가면 혹자들이 흔히 쓰는 한 폭의 동양화였고. 힘찬 애마의 울음 소리로 새벽 정적을 깨며 동강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mvc-315x.jpg동강 하류에서 일명 "영월 다목적댐" 건설 예정지인 "거운리 섭새"까지는 자동차로 갈수가 있으며 거운교를 지나면 민박 집에서 약 2.6km지점에 어라연 표말이 오는 손님을 맞는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1km지점에 돌 위에 씌어진 두 번째 표말이 나오며 여기서 오른쪽 도로로 진입하면 일반 승용차는 울면서 돌아 설 수밖에 없는 offroad가 나온다.
이 길로 조금만 더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서면 강가 언덕에 생필품 약간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민박 집(어라연 상회)이 나오는데 여기서 아침 식사 준비를 부탁하고 일행은 가던 길을 재촉한다.

mvc-319x.jpg약 2km쯤 거슬러 오르면 왼편에 가파른 산을 "Z"형으로 다듬어 놓은 약간의 담력과 운전 테크닉을 요할 것 같은 기이한 길이 우리 일행을 자극한다.
일단 오르면 회전할 공간이 없어 후진으로 경사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갈 길은 이미 정해진 것. 길이 나 있는 곳 이라면 어디던지 가고 싶은 것이 4WD의 욕구가 아닌가.

그렇게 가다 서다 반복을 거듭한 끝에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어린 나이에 죽은 단종의 혼령이 이곳을 보고 여기서 신선이 되어 살고자 하여, 그곳의 크고 작은 고기들이 줄을 지어 현신하였다는 어라연이 눈 안에 들어 온다. 어라연은 물고기들이 줄을 지어 진언한 곳이란 뜻이다..

동강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집채 만한 바위 세 개가 강 중간에 버티고 있는 이곳의 비경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내가 말하면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 모두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 테고, 가끔 그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아 말한다고 한다. 이곳은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며, 세계적으로도 그랜드 캐니언에 버금가는 명승지라고. 필자도 지난 여름에 독일 친구를 데려간 적이 있다.
나지막한 언덕만 있는 지역에서 자란 그 친구는 인간의 말로는 뭐라고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뭔가 다른 것이 있다며…
우리는 한국,한국인 그리고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말했다. 댐이 들어서면…



한 10여분 기념 촬영을 끝내고 산을 내려와 민박집으로 돌아와 (더 이상 차도가 없음) 준비된 식사를 마치고 백령 동굴과 얼음골이 있는 운치리까지 가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어라연을 떠났다. 다시 거운교로 나와 첫번째 어라연 표말에서 직진 하여 절운재를 넘어 내미리를 지난다. (거운교로부터 7.9km지점)

mvc-360x.jpg강을 가로지른 긴 밧줄을 이용해 강을 건너는 나룻배와 이 마을의 전경은 TV에서나 봐 왔던 전형적인 동강 풍경과 어린 단종이 끝내 숙부에게 죽임을 당하자 한명의 궁녀와 열명의 궁노가 푸른 물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또 하나의 낙화암이 동강의 하류에서 차가운 물살을 벗삼아 웅장하게 서있다.
이 마을을 지나 3km쯤 더 가면 넓은 자갈 밭이 있는 진탄이 나온다. (아름다운 강 풍경과 함께 준비 하신 식사도 할 수 있으며 어린 자제 분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계획 하신 분들은 이곳을 꼭 알아 두시면 훌륭한 여행이 되실 것이다.) 연한 커피 한잔과 가벼운 담소로 여유를 부린 일행은 다시 물길을 거슬러 이번 취재의 마지막 예정지인 문희 마을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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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마을까지의 4.2km구간은 노면은 거칠었지만 흐르는 강물과 함께 경치가 아름답고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길이 많아 험로 운전을 즐기기에는 알맞은 코스였다.
이렇게 도착한 문희 마을까지의 offroad 동강 답사는 끝이 났다.

mvc-309x_1.jpg"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 백번 말해도 그 비경은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일까? 걸어서라도 동강의 전체 모습을 모두 둘러 보지는 못 하였지만 동강 일대의 생태계뿐 아니라 이 지역의 풍물과 애환을 가사로 하는 "정선 아리랑". 그리고 풍부한 민요와 다양한 음식. 이 모두를 우리 나라에 태어날 후손들의 허락 없이 가두어진 물로 쓸어 버릴 수가 있을까. 물을 막으면 가수리의 그 나무다리도 물에 잠기고 말까. 다리 아래로 흐르던 그 맑은 강물과 돌 틈 사이의 여울들. 이제 정말 그것들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 구절장강의 그 100여리 물길을... 분명한 것은 아직 동강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댐을 만들어야 한다면 좋다. 그러나 댐을 만들려는 사람이든,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든 다시 한번 동강을 찾을 것을 권한다. 꼭 자식들과 함께. 수십 년이 지난 뒤 우리 선택의 잘잘못을 증거하기 위해서이다.

mvc-391x.jpg지금 우리는 너무 큰 죄를 너무 쉽게 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강, 동강의 슬픔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강은 지금도 그렇게 아라리를 싣고 바다를 향해 세상 속으로 흐른다.

약도: 돌아 가실 때는 "진탄"의 자갈밭에서 "한탄리" 방향으로 나가서 "평창"방향 42번 국도를 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