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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방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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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 작성일00-12-07 07:39 조회7,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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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 강원도 인제 내린천



4월 중순, 어느덧 봄의 따스함은 우리곁에 와 있었다.
봄꽃이 화사하게 핀 주말에 우리는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강원도는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키재기 하듯 어울려 솟아 있는 봉우리에 시선이 막힌다.
우리의 목적지는 내린천을 이루는 한 지류와 나란히 흐르는 오프로드였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지역. 인적이 드물고 그래서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 일거라는 기대는 변함이 없지만 혹시나 길이 너무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44번 국도 홍천을 지나 인제 방향으로 가던중 451번지방도로로 접어드니 드디어 전형적인 강원도 길이 나온다.
강원도로 자주 여행을 다녀 본 사람에겐 익숙한, 특이한 시리즈 위험(?) 표지판이 있다. - 강원도길은 - 길이 구불구불하여 -... 비록 지방도이긴 하지만 잘 닦여져 있는 아스팔트길이다.
451번 지방도를 30분 쯤 진행하다 444번 지방도를 만나 서석 방향으로 우회전을 했다. 구불 구불 고개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정상부근에 찻집이 보이고 그 뒤로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오프로드가 숨어있다. 수년동안은 차가 다닌 흔적이 없는 전형적인 오프로드다.



이런 길을 만나면 주의 할 것들이 있다. 무턱대고 차를 몰고 가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상이다. 우선은 차를 세워두고 어느정도 걸어서 가보는 것이 좋다.bang_1.jpg 만일의 경우 차를 돌릴만한 곳은 있는지, 길의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차로 진입하기 전에 길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길을 답사할 때는 자기 구난 장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두 대 이상이 함께 다닐 것을 권한다. 그래야 만일의 경우 다른 한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의 상태는 풀과 잡목들이 우거져 있을 뿐 그리 험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깍아지른 경사를 나사선 처럼 돌아 내려가게 되어있다. 차를 조심스럽게 몰았다. 이 길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상당한 지름길이다. 산을 가로 질러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은 절벽쪽으로 무너져 깊은 낭떠러지를 품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 여름 비에 쓸려 내려 간듯 했다.



이젠 길로서의 수명을 다한 오프로드를 아쉬워하며 차를 돌려 우리의 목적지인 인제군 내면에서 시작하는 내린천 지류로 향했다.
계속 서석방향으로 가다가 "건국 수맥"이라는 간판을 보며 좌회전했다.
강원도 산골의 전형적인 밭들이 나온다. 누가 다 가져다 놓았을까? 언제 다 가져다 았을까? 누가 이렇게 말끔히 준비를 했을까? 넓은 밭에는 벌써 올해 농사를 위한 준비가 거의 끝나 있었다.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부지런한 촌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국 수맥"을 지나서 소담스러운 오프로드가 이어진다. 오프로드라고는 하지만 포장길과 다름이 없다. 직선 코스와 좁은 산모퉁이가 연이어 나오지만 달리기에 부담이 없다. 길은 깊은 산속으로 나있다.
이곳은 아직 긴 겨울잠에 빠져있는 듯 하다. 흔히 볼수 있는 개나리,진달래 마져도 보기가 어렵다. 깊은 계곡에는 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다.아직도 얼음이 보인다. 따사로운 봄 햇살도 아직 여기까지는 그 따사로움을 전하기에는 역부족 인가 보다. bang_21.jpg
하지만 그 두꺼운 얼음 밑으로 봄이 흐른다. 새로운 시작이 흐른다. 언제쯤이면 이곳에도 새로운 생명이 싹틀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겨울에서 봄으로의 변화는 상당한 논리적 비약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어쩌면 우리의 믿음이 봄을 오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험하지 않은 오프로드가 계속 이어졌다. 특별한 볼거리나 험로를 기대한다면 이번 코스는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이라는 것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풍성함이 그저 넉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개발의 손길이 아직은 미치치 않은 곳, 언제나 휴식같은 푸근함이 이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약6km의 조금은 무미건조한 오프로드가 끝나면 31번국도를 만나고 우회전해서 100m쯤 가다보면 왼쪽으로 시멘트로 포장된 1차로가 보이는데, 이 길이 오늘 탐사하기로 한 오프로드이다. 내면의 내린천 지류를 따라 12km를 이어져 상남쪽 446번 도로와 만난다.
오프로드도 강물처럼 여러 지류를 거느린다. 우리는 본류를 밋밋하게 훑어 오르다 색다른 자극을 기대하며 지류를 구석 구석 찔러 보지만 오대산자락에 안기고자 하는 기대는 번번이 농부의 손길이 떠난 화전위로 흩어져 버린다.




오프로드가 깊어질수록 인적은 없어지고 냇물 흐르는 소리만 낭랑하다.
넓은 시내가에 차를 쉬게하고 각자 모든 상념을 냇물에 뛰워 보내고 무아지경 으로 자연의 숨결을 만끽한다.

굽이 굽이 물길을 따라 오르 내리길 얼마나 했을까.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한참을 진행했는데 오프로드는 깊어만 진다.
"반대편 진입로가 끊긴걸까?"bang_6.jpg
마침, 참으로 오랜만에 그것도 무쏘를 만나 어디서 오시는 길이냐고 물어 보니 길이 험해 돌아 나오는 참이란다.
잠시 망설이다가, 회차를 해야하더라도 일단은 전진을 계속하기로 하고 진행하는데 노면이 제법 험해지는 것이 여기서 무쏘가 전진을 포기 했던 듯 싶다.
그러나 이 정도의 험로는 많이 접해본 우리에겐 별 무리가 되지 않았고 어느덧 개울 저편에 폐가가 나타나며 길은 개울속으로 잠겨 있다.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지난 비에 물살은 상당히 거칠었고 또한 해는 어느덧 산 너머로 기울어 물 깊이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가 지렛대로 물깊이를 재어 본다. "여기는 너무 깊고 음... 이렇게 들어가서 계곡 저쪽을 보면서 나오면 되겠다." 결론이 났다. bang_7.jpg
자 차를 한번 물속에 담가 본다. 조금씩 조금씩 전진한다. 물을 건널때 무엇보다도 차를 천천히 조금씩 전진 시켜야 하며 변속을 해서 추진력을 잃으면 안된다 .
또한 자기 차의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에어 컨덕터를 통해 물이 에어 크리너로 들어오면 엔진이 침수 될 수도 있다. 혹 시동이 꺼진다면 절대 다시 시동을 걸면 안되며 일단 밖으로 차를 끌어내서 예열 플러그를 풀어낸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 엔진속에 고인 물을 배출 시키고 난후 다시 예열 플러그를 조립후 시동을 거는 응급 조치 방법을 써야 한다.
헤드라이트 바로 아래까지 물에 잠긴다. 조금씩 조금씩 악셀레이터를 밟으며 애초 목표로 했던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동영상,640Kb)
차가 개울 건너에 닿았다. 휴~~~안도의 한숨. 아마도 비가 조금 더 온다면 여기를 건너기 위해선 아주 특별한 장치-스노클-을 장착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돌아가는 여유" 또한 오프로드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굳이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울을 건너 조금 더 진행하니 성수기에는 제법 자리잡기 힘들 것 같은 야영장과 민박집이 나오고 산타모와 승용차가 몇대가 보인다. 험한길과 개울 때문에 더 진행못하고 여기에 자리를 편 것 같다. 이 정도면 성수기에도 오프로더들은 번잡함을 털고 좀더 깊은 자연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듯 생명을 잉태하고 준비하는 봄, 그 생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 진한 녹색의 여름, 생명의 결실을 보는 가을,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 겨울. 언제 이곳에 오던지 방내천은 항상 우리를 그 넉넉함으로 맞을 것이기에. 이렇게 우리의 답사는 끝났다.



찾아 가는 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