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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아침가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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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 작성일01-01-04 07:39 조회8,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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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 약수, 아침가리골, 방태산


여행은 즐겁다.
먼길을 떠나야 하는 여행이든, 가까운 곳을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이든,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항상 마음에 두었던 그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거기에 사랑하는 주위에 소중한 이들과 같이 할 수 있다면 더 더욱 좋을 듯.


비상식량정도만을 간단히 챙긴 후, 도망치듯이 이 곳 서울을 벗어나 그 어딘가를 향해 흐르고 있는 44번 국도 위에 나의 모빌을 맞추어 올린다. 얼마 안 있어 양평군을 지나 홍천군으로 진입을 하니, 주위에 산새의 절경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나와 모빌을 기껍게 반겨준다.
어느덧 나의 마음 역시 그 맑음으로 인해 서울의 탁한 때를 벗어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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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하다!
더 이상의 표현이 필요없다. 정말 모처럼만에 탁 트인 절경을 곁에 두고 같이 하니, 차 창밖으로 비추어지는 산새의 녹음으로 인해 나 자신도 그 푸르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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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시 내를 지나 얼마간을 더 진행을 하니 철정검문소 삼거리를 만난다. 이미 예정했던 대로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철정교를 건너 451번 국도를 따라 내촌 방향으로 향한다.


강원도 특유의 절경을 음미하며 내촌을 지나 상남면을 접어드니, 어느새 도로 우측으로 인제의 명소 중 한 곳인, 내린 천의 시원스런 물줄기가 나의 갈 길에 벗이 되어준다. 주위에 산재해있는 절경의 계곡들과 어우러진 내린 천의 아름다움은 제법 먼 길을 달려온 이들에게 그 보람이 되어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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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곳곳에 즐비한 절경에 취해 원래의 목적지를 잠시 잊은 사이, 어느새 나의 모빌은 현리 입구의 방대교를 지나 방동리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방동리를 접어들어 418번 국도를 따르니 강원도 내륙의 전형적인 산새를 볼 수 있었다. 정감 어린 토속적 형태의 산줄기를 얼마간 타고 올라 만나 본, 조경 동 계곡 자락의 방동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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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00여년전, 심마니인 한 노인이 사시사철 이산에 이르러 몸을 단정히 하고 매일같이 산신령에게 정성을 드렸다고 한다. 하루는 심마니의 꿈에 하얀 옷을 입은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이 산의 산신령이다. 사시사철 나에게 지성을 다하니 내 어찌 너의 지성을 지나칠 수 있겠느냐. 내가 너에게 산삼을 주리라. 그리고 그 산삼이 있는 곳 그 밑에는 "만병 통치 수"가 있으니 세상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 약수로 하여금 병들은 사람들에게 먹게 하여 낫게 하라"고하고 노인은 꿈에서 사라졌다.이상히 여긴 심마니 노인은 다음날 그곳으로 갔는데 갑자기 동자가 나타나 그곳으로 인도하고 사라졌는데 그곳에 엄청나게 큰 산삼이 있었다는 것이다. 산삼자리를 파니 과연 꿈의 노인이 알려준 약수가 솟아 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약수(방동 약수)를 먹고 효력을 보았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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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그 전설대로 될까 해서 약수를 한 바가지를 떠 입에 대보지만, 예상대로의 씁슬한 광천 수 맛이 필자의 입에 맞지를 않는다. 약으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직은 내 자신이 젊은 탓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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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의 끝 맛을 입에 머금고 가던 길을 이어 산 자락을 넘어 아침가리 골(조경동) 쪽으로 조심스레 내려간다. 모처럼 만에 찾은 아침가리 골. 천년의 마지막 가을을 이곳에서 배웅했던 적이 엊그제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새 천년의 싱그러운 첫 봄을 이곳에서 만끽해보며 애써 달려온 여정의 즐거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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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 골.
아침가리와 조경동은 같은 곳의 서로 다른 지명이다.
아침가리는 말 그대로 아침에 밭을 갈면 금방 끝날 만큼 이곳의 좁은 터를 뜻하는, 오래전의 원주민들이 지어 놓은 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행정관료들은 굳이 아침가리 골을 조경동이라고 쓰고 부른단다. 아침을 한자어 조(朝)로, 밭을 간다는 뜻을 지닌 가리를 경(耕)으로 바꾸고 동네를 뜻하는 동(洞)을 덧붙여 조경동이라고 한단다. 왜 굳이 아름다운 우리말의 지명을, 그 예전에 제국주의 발상의 부덕을 떨치지 못하고 조경동이라는 삭막한 지명을 사용하는 것일 까, 오래 전부터 원주민(화전민)들에 의해 불려진 아침가리라는 곳의 지명이 더 소중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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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다면 그 울창함에 터널을 연상시켰을 듯한 잡목 사잇 길을 따라 구룡덕봉 자락에 위치한 월둔리 방향으로 향한다.


그 길을 따라 흐르는 이름 모를 개울은, 아침가리 주변의 절경과 하나되어 그 빼어난 자태와 비경을 자랑한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저 것이, 정말 물인지 신기루 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맑고 깨끗함은, 내 자신이 그 곳에 있다는 자체가 죄스러울 정도이다. 또한 열목어가 마음껏 살고 있다는 이곳 개울을 넘노라면 행여나 그의 누가 될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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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가칠봉 자락의 특이함을 한껏 연출하는 색다른 비경과 줄곧 나의 갈길 좌우에서 함께 해주는 개울줄기로 인해 뭔가 모를 가슴 벅참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비록 멀리 떠나옴의 여정이 필요했지만, 그 모든 수고를 가셔주는 이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그저 고맙고 소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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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시간에 걸쳐 가칠봉을 자락을 거의 지나니 만날 수 있었던 약간의 오프로드 코스. 이전의 코스가 밋밋했음을 아쉬워했던 것을 알아주었는지, 약간의 짜릿함을 즐기게 해준다. 무너져 내린 바위코스와 약간의 크레바스 몇 군데를 통과하며 가벼운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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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길을, 주위 절경들에 흠뻑 취해 정신없이 지나다보니 어느새 음복산(1155m)과 구룡덕봉(1388m)을 가르고 있는 산 허리 삼거리에 다다른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도 못한 일을 만난다. 애초 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 코스였던 구룡덕봉의 진입이 불가능 해진 것. 의미있는 명분으로 굳게 닫혀진 바리게이트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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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르지 못함의 아쉬움만 가득 남기고 잠깐의 즐거웠던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월둔리 방향으로 하산을 하며 이번 여행에 일정의 일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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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상남면에 걸쳐져 수많은 산봉우리 사이에 드리워져 있는 아침가리 골 코스는, 웬만하면 노말 차량들도 편하게 관통할 수 있는 절경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주위에 가볼 만한 비경들과 약수터들이 즐비하여 일박 이일 코스로 잡고 가족들과 같이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을 듯.


아침가리 코스를 따라 흐르는 개울은 열목어들이 서식하는 곳으로써, 그 천혜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낚시, 취사, 수영등의 행위는 절대로 삼가야 한다.
가급적이면 차량 두 대 이상이 함께 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듯.rider@offroad.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