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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절령에도 봄이 왔어.. 폭탄 박재국씨와 함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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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수-Peter 작성일08-10-14 02:26 조회7,4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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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새벽 안개를 뚫고 올라선 그곳에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뿌려지고 있었고
장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산맥을 온통 감싸는 안개는
태백 준령의 신령스러운 기운이었다.
우리는 하늘과 많이 가까이 있을 수 있었고
음모와 살기, 기만과 술수로 가득찬
인간시장에서 잠시나마
멀어질 수 있었다.

거의 일년 여 만에 나선
오프 트레일 이었다.
나의 벗 폭탄과
오랜만에 함께 한 길이었기에
설레임과 흐믓함이 더했다.

영월을 거쳐 함백으로 올라
고냉지 채소밭을 지나
바로 화절령 루트가 시작되었다.
이제 막 진달래가 피고 있었고
버들 강아지와 연 초록 잎새가 피어 나오고 있었다.
흙 향기, 잎 향기... 온통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바리케이드는 손상시키지 않았다.
뒤돌아 찾은 좌측 길은 통과가 가능 했다.
바위로 막아논 길을
누군가가 치워 놓았던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벼락을 맞아
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나
또 누군가가 그때마다 솜씨 좋게 길을 터 놓았다.
아마도 이름모를 오프로더가
조용히 작업을 했으리라.

좌측 도어는 연신 나뭇가지와
몸 싸움을 한다.
천창의 호로는
쓰러진 고목의 사지에 긁히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앞서가는 폭탄의 탑차 천장은
나뭇가지와 방금 난 잎들이 소복히 떨어져 쌓여
마치 작은 정원같은 모양새를 하고 달린다.
삼판길 가운데에는
바퀴자국을 피해 샌노란 민들레가 피어 있다.
향기, 소리, 색, 바람 그리고
그사이를 지나는 우리의 속도
너무나 아름답다...

폐 갱도의 아픈 상처를 지나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사목을 지나
우리는 사북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났다.
그곳 역시 바리케이드가 있었고
우리는 약간의 작업과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으로
작은 소나무 한 그루를 밟고 지날 수 밖에 없었다.

태백으로의 진행로가 확인되지 않아
사북 길이 아닌 쪽을 택해
진행하기로 했다.

얼마나 내려 왔을까.
기온은 아열대 수준으로 올라있었고
주변은 온통
초여름의 푸르름으로 가득찬 숲으로 변해 있었다.

폭탄의 환성이 무전을 통해 흘러 나온다.
배꽃 좀 봐!
눈이 부시게 새하얀 돌배꽃이
백년은 넘었음직한
커다란 나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주변의 경사진 메밀밭에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수도 없이 피어 있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렸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뭉게 구름이 둥실 솟아 있었다.
태백준령의 산자락 아래에는
그렇게 소담 스러우면서도 뜨겁게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계곡 길에
이름을 지어 주었고
자주 찾기로 다짐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정겹던지
농부가 걸어가는 정도의 속도로 내려왔다.
마음이 깨끗해져감을 느꼈다.
작년까지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렸을
이제는 폐교되어 버린
작은 산골학교를 지날땐
지난날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 졌다.
소가 걸어가는 속도로 내려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곳을 지나
우리가 가장 지겨워하는
미끈하게 뻣어있는 국도로 복귀했다.

우리나라는
이제가지 내가 사십년 넘게 경험하거나
상상했던것 보다
훨씬 훨씬 더 아름답고 소중했다...
지상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둘러 보았던
그 많은 다른나라의 어떤 곳보다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