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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 레인지로버의 신화를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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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2-05 17:09 조회10,898회 댓글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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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왔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풀사이즈 SUV 최고의 자리에 있는 레인지로버가 소형모델을 내놓은 것. 이미 2008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힌트는 있었다. 레인지로버는 이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LRX를 내놓았다. 이보크는 LRX의 양산형이다. 컨셉트카가 양산형으로 나올 때에는 많이 다듬어진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보크는 달랐다. 컨셉트카의 모습 거의 그대로 양산모델을 만들었다. 컨셉트카 제작단계서부터 양산을 염두에 뒀다는 증거다. 컨셉트카는 보수적으로 양산카는 진보적으로, 그 정확한 중간점에 이보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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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브랜드를 달고 나왔다. 그런데 작다. 레인지로버와 작다는 말은 상극이다. 적어도 이보크 이전까지는 그렇다. 레인지로버는 럭셔리 SUV로 위풍당당한 풀 사이즈를 자랑해왔다. 레인지로버는 크다는 말은 이보크가 등장하면서 옛말이 됐다. 작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부산에서 만났다.


이보크는 두 개의 엔진, 두 개의 보디 스타일의 조합으로 모델을 구성한다.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5도어 프레스티지와 다이내믹, 2.0리터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5도어 프레스티지와 쿠페형 다이내믹 모델 등 총 4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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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의 엔트리 모델로 자리하는 이보크는 길이가 최대 4,365mm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현대 투싼보다도 길이가 짧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보다도 작다. 컴팩트 SUV다.
작아서 예쁘다. 잘 다듬어진 라인은 보디 전체를 아우르며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작지만 레인지로버의 고품격은 이보크에도 살아있다.
얇은 헤드램프를 양 옆으로 배치하고 . 5도어 모델도, 3도어 쿠페 모델도 지붕 라인은 쿠페처럼 뒤로 가면서 낮아진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슬림한 실루엣이다. SUV에 쿠페 스타일을 적용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BMW X6, 거슬러 올라가면 쌍용 액티언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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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패턴을 한 두 개의 바로 구성된 그릴, 날렵한 헤드램프는 정성을 들인 디자인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원형 램프에 휘날리는 눈썹처럼 라인을 하나 추가했다. 라인 하나로 지루함이 싹 가시는 색다른 모습이다.


인테리어는 가죽으로 도배를 했다. 계기판, 도어, 시트 등을 모두 가죽으로 마감했다. 크기는 소박하지만 실내는 호화롭다. 5도어와 쿠페는 사이즈가 다르다. 5도어의 높이가 30mm 더 높다. 그만큼 실내 공간에 여유가 있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쿠페는 몸에 딱 맞는 옷, 5도어는 조금 여유가 있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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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의 운전자는 실내등을 켤 때 마술가가 된다. 실내등엔 스위치가 따로 없다. 등을 터치할 필요도 없다. 그냥 손 바닥을 스윽 하고 지나치면 등이 켜지고 꺼진다. 등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손동작을 센서가 읽어들이는 것. 아이들 태울 때 “이제부터 마술을 보여줄게”하고 뻥치기 좋겠다.


전자동지형반응 시스템은 원형레버가 아니다. 좌우 버튼을 이용해 원하는 기능을 택하게 했다.
지붕 전체를 통유리로 덮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하늘을 통째로 보여준다. 억지로 선루프를 만들어 넣지 않았다. 그래서 지붕 가운데로 프레임이 걸리지 않아 좋다. 선루프보다 통유리가 나는 좋다.


뒷좌석은 6:4로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최대 1,445리터까지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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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를 출발해 달맞이 고개를 넘어 간절곶까지 가서 고속도로를 경유해 돌아오는 코스는 국도와 고속도로, 직선로와 적당한 와인딩 코스가 섞여 있어 시승하기에 딱 좋은 코스와 거리였다.


먼저 디젤 5도어 프레스티지 모델에 올랐다. 디젤 엔진 특유의 울림이 느껴진다. 가솔린으로 착각할 일은 없어 보인다. 떨림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굵은 엔진소리에 아주 미세한 떨림이다. 2.3 회전하는 핸들은 조금 무겁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핸들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여성 운전자라면 저속에서, 주차할 때 약간의 불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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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다. 반응이 거의 없다. 생각 한 것 보다 조금 더 깊이 밟아야 첫발을 뗀다. 온로드에서는 큰 상관이 없다. 오프로드에서 차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때에는 예민한 반응보다 조금 무딘 반응이 낫다. 이마저도 처음 운전하는 낯가림이다. 차에 적응하고 나면 오차 없이 차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속도를 올려가면서 이보크는 진가를 드러낸다. 공회전상태에서의 미세한 울림은 사라지고 디젤 특유의 굵은 토크감이 살아난다. 80km/h 전후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로 순항했다. 속도를 높여도 좋았다. 140km/h까지 살짝 파고드는 바람소리와 엔진소리는 이 차가 살아있음을 느끼기에 딱 좋은 수준이다. 이 범위를 넘어 고속주행 영역으로 넘어가면 가속감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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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디젤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875kg으로 마력당 무게비 9.8 kg의 부족하지 않은 파워다. 연비는 13.7km/l.


이보크 디젤 엔진은 저속에서보더 고속에서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까지 떨어진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차는 훨씬 팽팽한 탄력을 드러낸다. 달릴 준비를 마쳤음을 드러내듯 가속페달을 살짝만 터치해도 탄력을 붙이며 달려나간다. 자동 6단에 패들시프트 기능을 가진 변속기는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고 강하게 차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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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가솔린 엔진을 얹은 3도어 쿠페 모델로 옮겨 탔다. 버킷 시트가 마음에 든다. 엉덩이와 허리는 물론 어깨까지도 받쳐주는 시트다. 실내에는 색깔을 넣은 가죽을 집어넣어 조금 더 화려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건 인테리어 뿐 아니다. 성능도 프레스티지 모델보다 다이내믹 모델이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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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낸다. 6기통의 파워를 가진 4기통 엔진이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7.6초만에 도달한다. 연비는 10.3km/L


이보크 쿠페는 바람처럼 달렸다. 디젤 모델보다 훨씬 부드럽고 가볍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속도를 충분히 올릴 수 있었다. 럭셔리한 인테리어,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시속 200km 근처를 어렵지 않게 공략하는 파워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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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 다이내믹 모델에는 매그니라이드가 적용됐다. 연속 가변댐퍼 시스템이다. 쇼크업소버의 댐퍼 안의 오일에 금속성 물질을 집어 넣고 필요할 때 전류를 흘리면 순간적으로 자성이 생기면서 오일 통로를 막아 댐퍼를 하드하게 만드는 원리다. 도로상황, 스티어링휠의 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읽어낸 뒤 서스펜션의 강조를 조절해준다.
승차감과 주행안정성 사이에서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차의 주행상황에 맞춰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앞선 시스템이다.


게다가 이보크는 풀타임 사륜구동시스템이다. 레인지로버라면 포기할 수 없는 오프로드 성능을 이보크 역시 갖췄다. 하늘만을 보고 올라가야하는 급경사, 얼음보다 더 미끄럽게 한쪽면을 로울러로 만든 경사로를 이보크는 아무 문제없이 올랐다. 운전자가 따로 조작해야 하는 것은 전자동지형반응 시스템의 모드 선택 뿐. 평소와 다름없이 핸들을 쥐고 가속페달을 조작하면 이보크가 스스로 구동력을 조절해가며 급경사를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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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힐을 할 때에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충분했다. 차가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하며 안전한 속도로 다운힐 할 수 있게 해준다. 오프로드의 명가 레인지로버 가문의 혈통을 받은 차임이 분명했다.


주차보조 기능도 있다. 운전자는 모니터에서 시키는대로 변속레버를 정하고 가속페달만 살살 밟으면 차가 알아서 핸들을 조정해 정확하게 주차시켜 준다. 이밖에 5대의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이 8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을 통해 차의 전후좌우를 보여주고 휠의 조향방향도 알려준다. 11개의 스피커로 380W의 출력을 제공하는 메리디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짱짱한 음질로 귀를 호강시켜준다.


이보크는 작아서 운전할 때 부담이 없다. 좁은 곳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큰차로 엉금거려야 하는 좁은 곳을 경쾌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풀타임 사륜구동에 매그니라이드까지 갖춰 고속주행안정감은 탁월했다. 작은 차는 고속에서 크게 흔들리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순리다. 이보크는 그런 순리를 거스르고 있다. 작지만 큰 차 못지않은 안정감을 갖춰 고속주행이 편하다. 게다가 못가는 길이 없다. 50cm 깊이의 물길도 탱크처럼 밀고 나간다.


이보크의 신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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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사이드미러는 크다. 미러가 크다고 시야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조금 작아도 필요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텐데 왜 이렇게 크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 위치로 A 필러 뒤로, 운전자쪽으로 바짝 붙여 거북하다. 무엇보다 좌회전할 때 큰 사이드미러가 왼쪽 시야의 상당부분을 가려버린다. 얇고 날렵한 LRX 컨셉트카의 사이드 미러를 그냥 차용하는 게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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