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FOREST CHALLENGE
페이지 정보작성자 바다 작성일01-07-27 07:39 조회6,262회 댓글0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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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EX INTERNATIONAL
RAINFOREST CHALLENGE "99
말레이시아 정글 챌린지 참관기
인간의 도전과 탐험은 아마도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동물이 나타나면서 한번도 멈추지 않은 역사일 것이다.
새 천년을 눈앞에 둔 1999년 11월 28일부터 12월 8일까지 말레이시아 정글에서는 세계 26개국 200여명의 사람들이 20세기를 보내며 또 한번 인간의 도전과 탐험에 대한 역사를 만들고 있었고, 그 속에는 13명의 한국 청년들도 있었다.
11일간의 목숨을 건 정글 탐험을 무사히 마치고, 승리자가 되어 새 천년을 향해 당당하게 "코리아"를 외치는 한국 청년들의 기상을 소개한다.
글·사진 / 박금규(세계 4*4 협의회 한국대표부)
▶ Prologue
말레이시아 정글에서 우기에 개최되는 레인포레스트 챌린지를 내가 처음 접한 것은 1996 년이다. APRC(아시아-퍼시픽 랠리 챔피언쉽)을 참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정글 랠리는 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또 다른 목표가 되었고, 결국 2년여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살고있는 서규원 (세계 4*4 협의회 한국대표부 국제담당)과 함께 1998년 "TEAM KOREA"라는 이름으로 첫 도전장을 던졌다.
서규원(드라이버)과 방지연(코드라이버)이 일본 도요다의 랜드크루즈2를 가지고 출전하고, 나는 지원팀으로 참가했다.
서로의 주머니 돈을 털고, 주위 고마운 분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나간 대회에서 우리는 입상보다는 완주를 목표를 하고 있었고, 그 목표는 말로 표현할 수없는 서러움을 참아내면서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출전기가 1999년 1월 6일 KBS 수요기획에 방영되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찬사와 격려를 받았다.
이에 힘을 얻은 우리는 99년 대회에는 대표팀, 신혼부부팀, 말-한 혼합팀으로 구성된 한국팀을 구성하고, 한국 차량을 가지고 출전한다는 목표 하에 국내 자동차 메이커와 모터스포츠 관련 기업을 노크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정글 랠리에 대한 태도는 냉담하기만 했다.
결국 우리는 98년처럼 우리의 주머니 돈을 털어야 했고, 끝내는 대표팀의 국내 차량을 말레이시아에 보내놓고도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한국팀은 선수 4명, 대표부 1명, KBS 도전지구탐험대 촬영팀 4명, SBS 출발 모닝와이드 촬영팀 3명, 자동차전문지 기자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었다.
선수는 신혼부부팀과 말-한 혼합팀으로 나누어 출전했는데, 신혼부부팀은 11월 14일 한국 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 대신에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서규원(드라이버)과 방지연(코드라이버, 여성)이었고, 한-말 혼합팀은 말레이시아에 살고있는 중국계인 재키호(드라이버) 와 한국 연예인인 최종환(코드라이버)이었다.
서규원, 방지연 조의 차량은 일본 도요다의 랜드크루저2였고, 재키호와 최종환 조의 차량은 일본 다이하쯔의 록키였다.
1. 11월 26일 검차, 부끄러운 한국인의 모습
21일과 24일로 1, 2차로 나누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에 도착한 한국팀은 26일 검차가 시작되기 전에 사전 훈련과 대회 참가에 필요한 준비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준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급하게 마련하느라 검차에 대비를 하지 못한 한국팀은 검차시간을 넘겨 검차를 받았다.
재키호와 최종환 조는 검차를 통과했지만 서규원과 방지연 조는 불합격을 받아 대회 시작일인 28일 오전에 재검차를 받아야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로서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부끄러운 사건이 다른 장소에서 벌어졌다.
나와 서규원, 두 사람이 검차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던 대회 공식 브리핑 장소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 한국4WD경기연맹 사람들이 참석을 한 것이다.
세계 4*4 협의회의 한국대표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대회 참가신청 때부터 주최측이 대표부를 통해 신청할 것을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신청을 하겠다고 해서 한국의 분열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 날 또 우리와는 별도로 자신들을 소개하며, 세계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날 밤늦게 대회 참가자들의 숙소인 호텔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그 동안 친분을 가져왔던, 외국 친구들로부터 "너희 나라는 참 이상하다. 그 사람들은 누구냐? 힘들겠구나?"하는 약간의 비웃음과 걱정스러움이 배여 있는 말을 들었다.
방으로 돌아오는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견딜 수 없가 없었다.
2. 11월 28일 출정식, 첫 SS에서부터 탈락차량 속출
11월 27일 모든 참가자들이 수도 쿠알라룸프에서 이번 대회의 공식 출발장소인 조호바루 (Johor Bahru)로 이동했다.
엔트리 105번 106번을 단 두 대의 선수 차량과 4대의 취재차량과 1대의 대표부 차량을 포함 총 7대로 구성된 한국팀도 태극기를 힘차게 휘날리며 조호바루로 이동했다.
저녁 9시에 조호바루에 도착한 한국팀 일행은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정글 대 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도심의 호텔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11월 28일 오전 9시 30분. 출정식이 있는 광장은 세계 26개국에서 모인 선수, 취재진, 참관단, 대표부들과 관람객으로 가득찼다. 지난 대회에 만났던 외국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출정식 광장은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각 국의 취재진들도 바쁘게 카메라 앵글을 잡고 있었다.
취재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단연코 한국팀의 신혼부부팀인 서규원과 방지원이었다. 신혼부부임을 과시하기위해 그들은 한복을 입고 출정식에 참여했는데, 취재진은 물론 모든 참가자들로부터 기념촬영 요청을 받았다.
10시 30분. 말레이시아 정통 민속공연과 조호바루의 왕의 축하에 이어 출전 선수와 취재, 대표부 차량들이 출발아치에 1대씩 오르면서, 11일간의 긴 정글 탐험이 시작되었다.
레인포레스트 챌린지의 첫 SS는 출정식이 있는 도시의 근교에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회의 첫 SS도 조호바루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의 공터에서 개최되었다. 일반인에게 보여주면서, 선수들에게는 워밍업 코스인 첫 SS는 모든 선수가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하는 코스로 설정된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첫 SS부터 4대의 차량 파손으로 전체 경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진흙 웅덩이 물을 채워넣고 통과하는 코스가 문제였다. 쉬워 보였던 이 코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난 코스로 변했고, 결국은 많은 차량들이 DNF(DO NOT FINISH)를 당했다.
한국팀인 재키호와 최종환 조는 제한 시간을 넘겼지만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규원과 방지연 조는 스노컬(SNORKEL) 부착 규정을 어겨 출전금지를 당했다. 대회 오피셜로부터 스노컬 장착을 지시받은 서규원과 방지연 조가 현지 말레이시아인들의 도움을 받아 스노컬을 장착하고 다시 출발선에 선 것은 마지막 1대의 차량이 출발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러나 이미 코스는 어둠이 깔려있었고, 앞서 출발한 차량은 DNF를 스스로 자청하는 작전을 썼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출발을 한 후, 경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작전을 썼다. 먼저 시합을 한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하기 위해 코드라이버인 방지연이 가슴까지 차는 진흙 웅덩이에 스스로 빠졌다가 나오는 애교(?)를 보였다. 새 신부를 진흙 속에 빠지게 한 새신랑은 차 속에서 회심의 미소를 짖고 있었는지도.....
예정시간보다 5시간이 늦은 밤 10시30분이 되어서야 첫 정글 속 캠핑지역인 후루 세디리 (Hulu Sedili)로 이동했다. 캠핑지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였다. 예정되었던 야간 SS는 취소 되었다. 더위와 모기, 거머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벌레들이 있는 정글에서의 첫 밤을 더위에 지친 상태로 맞이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정글을 느끼지 못했다.
3). 11월 29일 정글에서의 첫 아침과 저녁
비를 막는 천막 하나만 머리 위에 처넣고, 습기로 인해 질퍽한 진흙 땅 위에 야전침대와 침낭에 의지하여 보낸 첫 정글의 밤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말레리아 병균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 모기에 다리와 팔을 제물로 바치고, 산거머리에 한국인의 신성한 피를 나누어주어야 했다. 누런 황토색의 계곡물에 머리를 감고 나면 금방 머리에 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가려워 온다. 대변을 보기위해 찾아간 숲속. 금방 뱀이나 맹수가 나올 것 같아 바지를 내림과 동시에 배설을 한 후 다시 바지를 올리면서 도망나온다. 정글의 첫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번째 SS.
비교적 쉬운 언덕코스로 올라갔다 돌아오는 코스였다.
재키호, 최종환 조가 상위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서규원과 방지연 조는 썩은 통나무에 걸려 절벽에 떨어지면서 3바퀴를 구르고 나무에 걸렀다.
두 사람은 4점씩 벨트 덕분에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만, 차량은 유리창이 깨지고, 이곳저곳이 찌그러졌다. 다행히 차량은 구난이 되었고, 경기에 참가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흉칭한 몰골의 차량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찹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레인포레스트 챌린지의 진정한 목적을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외국팀의 참가자들이 한국팀 차량을 고치는 데, 자진해서 참여해 주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차량은 어는 정도 복원이 되었다.
서로 경쟁자이지만 역경 앞에서는 하나가 되어 서로 돕는 것이 이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일 것이다.
동시에 실시된 세 번째 SS와 네 번째 SS는 상당히 어려운 코스였다. 많은 차량들이 진흙에 미끄러지고, 물에 빠지면서 대회 진행이 늦어 졌다. 비교적 말끔한 차림이었던 선수들과 각종 스티커로 멋지게 치장되었던 차량들은 진흙과 땀으로 그 모습이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정글에 어둠이 찾아오면서 결국 대회 일정이 하루 연기되었다.
밤이 되자 하루 종일 더위와 싸웠던 참가자들은 다시 모기를 비롯한 각종 곤충들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정글에서는 모기뿐만 아니라 날파리와 같은 파리, 개미,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곤충들이 모두 물기 때문에 잠시라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온 몸이 붉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그리고 물린 곳은 심하게 가렵기 때문에 계속 몸을 긁게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듯 이곳저곳에서 피가 나오고, 곪기 시작한다.
정글의 밤. 잊지 못할 추억도 있다. 어둠을 틈타 많은 사람들이 캠프 가까운 개울물에서 팬티만 입은(물론 여자는 위쪽 한 곳을 더 가리고) 남녀가 섞여서 목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둠 때문에 지척에 사람이 있는 것을 모르고,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 좋은 남자(또는 여자)는 정글 물 속에 앉아 야릇한 정글 나체쇼를 보게되는 것이다.
4. 1월 30일 한잔의 술과 레인샤워
일정이 늦어지면서 SS를 끝낸 선수들과 일부 취재팀이 먼저 이동을 시작했다.
한국팀 선수들은 아직 SS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KBS 촬영팀은 남고, SBS 촬영팀과 대표부는 다음캠프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이동은 저녁 6시가 되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점심을 간단한 빵으로 채운 우리 일행은 배고품과 더위에 많이 지쳐있었다.
저녁이 되자 우리나라 장마철의 장대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몸살감기 증상을 보이던 한국팀 기자는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증상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했다.
저녁 9시가 되어 타시크 치니(Tasik chini) 리조트라는 곳에 도착했다.
비속에서 리조트에서 마련해 준 간단한 말레이시아 식사를 먹은 후, 리조트 주변에서 캠프를 쳤다. 몸살감기 고생하던 기자는 저녁도 먹지 않은 체, 의사로부터 약을 받아 먹고 차에서 잠을 청했다.
뒤에 출발한 한국팀의 소식은 아직 없었고, 장대비는 쉬지않고 내리고 있었다. 아픈 기자와 뒤에 처진 일행에 대한 걱정과 향수로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를 안내해 주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열대과일을 안주삼아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영어와 몸짓으로 우리는 서로의 의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 취재팀과 대표부가 이동하는 차량은 말레이시아 4륜 클럽인 "GOLDEN LAND"에서 지원되었다. 드라이버와 미케닉으로 구성된 7명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정글에서 우리의 이동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들과 오가는 술이 잦아지고, 조금씩 술기운이 오르자 객기가 발동했다. 나는 옷을 던져버리고, 팬티만 입은 체 빗속으로 뛰어 들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가 조금은 아팠지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함께 소리를 질러주었다. 낯선 땅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친구, 굵은 빗줄기......그 자연 속에 나는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