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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포레스트 출전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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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 작성일01-12-19 23:42 조회6,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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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인환 (한국 대표팀 코드라이버) / (M&M motors 대표)
1998년 여름.
그 당시 나는 이미 오프로딩이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며, 나의 모든 신경은 오프로드에 심취되어 있었다.
어느날 KBS TV수요기획이라는 프로를 보게되었다.
"레인포레스트!" 이 순간 흥분과 약간의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서규원"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으며, 모험과 도전이 테마인 레인포레스트에 대한 나의 환상은 시작되었다.
이럴 때 사람들은 흔히 "TV가 사람 버린다" 라고 하는 걸까 !
"정글속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뿌리고 싶다" 당시 레인포레스트에 참가한 "서규원"씨의 말이다.
랠리 또는 오프로딩이란 극한 상황의 극복 또는 자력 탈출을 가늠하는 대회인데, 더욱이 지옥의 사투라고도 불리우는 레인포레스트 챌린지가 아닌가?. 그런데 아름다운 이야기를 뿌리고 싶다니...
"다소 시적인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이번에 참가할 레인포레스트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files/attach/images/3190944/190/080/tn_2001121936254900.jpg
11월21일.
처음 와보는 깔끔한 이미지의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프로더 친구의 환송식 속에 같은 팀으로 참가하는 이광태(대화명:스카이)씨와 나는 따뜻한 나라 말레이시아로 출발했다.
대회에 참가할 차량은 이미 배로 보냈고, 준비가 잘 되었든 안 되었든 이제 없으면 있는 것으로 만들어 쓰며, 오프로드시 발생한 모든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여야 할(마치 영화 속에 인물처럼) 맥가이버가 되어야 만이 손발이 고생을 안하고 2,500Km의 정글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녁 늦게 도착한 KualaLumpur Eastin Hotel 특별주차장엔 벌써 각국의 대표팀으로 선발된 출전 차량이 30여대 이상 대기하고 있다.
순간 나는 그동안 머리 속에 그려왔고, 외국잡지에서 나 보아왔던 튜닝카를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며 작아지는 나를 느꼈다 난 차를 만지는 사람이다.
흔한 카센터도 또한 화려한 튜닝샆도 아니다. 4X4 오프로딩이 전무한 시절 개조 오프로딩 모빌을 만들며 다소 감각전인(?) 차 만지길 98년 경부터 시작했고, 국내 각종4X4대회에 참가하여 수차례 입상하기도 하였지만, 국내여건상 몇분 안에 끝나고마는 단순하고 짧은 대회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지속적인 대회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4*4경주차량 튜닝이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던 이유가 되진 않을까 한다.
그들의 레인포레스트 참가 차량은 거의 환상이었다. 막강한 배기량, 튼튼한 하체, 요모조모 빈틈없이 꾸며진 실내, 그리고 잘 짜여진 정글 랠리에 필요한 물품 및 장비들이 믿음직스럽게 장식하고 있다.
특히, 팀 폴란드의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 픽업부터 왜건들...
오랜 노하우가 베어있는 듯 바디를 외부로 싸고 있는 롤케이지도 정말 씩씩한 정글용 차량 같았다. 그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우리 차량이지만, 나름대로 무장한 상태였다.
다음날
우리는 10여일 전 부산에서 헤어졌던 검둥이(검은색 코란도)를 말레이시아 한 부둣가에서 다시 만났다.
건강하게 잘 있었다. 검차는 우리에게 첫 시련이었다. 여기서 정말 서규원씨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대회 규정에 의한 검차 필수 장비에 몇 가지 미달되어 1차 검차에 불합격되었다. 이때 아시아 랠리에 참가했던 자기차량의 원8274 원치를 직접 떼어서 들고 온 서규원씨,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서규원씨처럼...
검차를 꽤 까다롭게 한 호주 오피셜. 그가 밉지만 정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실 당연했다. 우리는 이때 그들의 철저함에 또 한번 뒤통수를 긁어본다.
이리저리 바쁘게 재검준비를 마치고 대회 분위기를 익힐 때쯤 개막식 세레모니를 할 높은 산 위에 있는 엄청나게 큰 호텔과 위락시설이 있는 겐팅 하이랜드로 이동했다.
열대성 기후에 어울리지 않는 한기를 느끼며, 그곳엔 휴일을 맞아 놀러온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밝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한다. 총55대의 차량 출발 세레모니만해도 장장2시간, 그 스타트 아치에, 각 국의 기자들 앞에 우리의 코란도를 타고 당당히 섰다.
태극기를 휘날리자 눈부시게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이제 더 어깨가 무거워졌다. 잘해야 할텐데...!
어렵게 검차를 마쳤고, 이제부터 대회 공식 출전이다.
이동구간을 지나면 차량의 성능과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팀웍을 가늠하는 SS에서 점수 기록과 감점 또는 순위 외 시상을 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심판들과 오피셜들이 체크한다.
특별상, 정글맨상 등 4X4오프로딩은 다른 랠리와 달리 인간적인 면과 탁월한 위기 대처 상황 등, 시간과 점수로만 따지는 대회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난 그런 차이를 좋아한다. 정글랠리는 보이스카웃과 약간 비슷한 분위기다.
첫째, 준비가 우선이고, 대회 중엔 전부 캠핑한다. 친구 사귀기도 이때 이루어진다. 대회중 이동구간이라도 최하 3대 이상 함께 이동하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기다리며 협동하며 꼭 함께 이동한다.
대회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SS에서의 우수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오프로드 역사에서도 볼 수 있지만 대장정의 탐험을 들 수 있다.
타잔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서너대의 랜드로버을 몰고 아프리카 탐험을 하듯 한 팀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 한몫 하는 "맨파워". 그렇다. 그 상이 바로 가장 레인포레스트의 의미를 담 고 있는 팀스피리트 상이다. 레인포레스트는 오프로딩을 통한 휴머니즘의 완성이다.
정글에서의 이동은 정말 힘들다.
후덥지근한 날씨, 높은 습도, 오락가락하는 비, 걷는 것조차 힘든 코스를 윈치를 써서 가야한다. 윈치줄을 잡고 언덕으로 올라가 머드에 빠진 차량을 탈출시키고, 다음 차량 역시 지켜 봐주며 탈출이 어려워 질 때면 내려가 함께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정글에는 위험 요소가 상당히 많다. 군데군데 앙상하게 그 형태만 유지하는 다리, 산사태로 쓸려버린 수십미터 낭떠러지 위의 길, 여러 대의 차량지원 없이는 갈 수 없는 험로다.
SS 첫날 비교적 간단한 SS를 마치고 이동 중 통나무 다리에서 말레이시아 차량 한 대가 교량에서 떨어져 전복되었다. 그것도 현지인이 ... . 3미터의 다리 아래로 추락하였지만 다행이 차량은 바로 서있었다.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무사했고, 함께 이동중인 팀들과 조난 작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른 SS로 이동했다. 이때 대회 SS선적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고의 점수를 기록한다.
SS 내용은 스타트하여 내리막 길을 달려 내려와 둔덕을 넘어서 정차시키고 타이어를 탈부착하여 타임 체크하는 SS.
시작과 끝은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야 한다. 안전이 우선인 것이다. 흥분하여 자칫 벨트를 미착용 하였을 시에는 여지없이 감점이다. 여기서 특유의 빠른 손놀림으로 SS에서 3위를 했다.
80점을 받았다. 이날 이후로 마지막까지 이런 점수는 받아보질 못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이동구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마주치는 주민들이 손 흔들며 반겨준다.
대회가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SS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본격적인 정글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오프로딩 테크닉과 차량의 성능의 결함 등을 체크하는 SS. 현재까지는 20여개의 SS를 치루었다.
성적은 출전 차량 55대중 38위. 이제 곧 정글 진입을 두고 이동한다. 몇차례 끊어진 다리를 복구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도강 SS.
이곳도 마찬가지로 두 개의 통나무 다리 중 찰떡머드에 이기지 못하고 멈추어 버린다.
결국 몇 대의 윈치를 당겨 탈출 시켰지만 견인당하는 신세가 되어 이동한다. 만약 정글이라면 오도가도 못할 상황이 아닌가?. 힘들게 SS를 들어간 대회 차량들 ... . 윈치가 부서지는가 하면 90도 오르막 코스 역시 만만치 않다.
결국 여러대의 차량 또한 PNP에 걸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많은 시간이 흘러 해가 질 무렵 20-30명의 노력으로 다리는 거의 완성되어 가고 시간이 지체되어 SS가 연기 될 상황이다.
폴란드팀이 그날 마지막 SS 시작되자마자 도강 내리막 길에서 전복되고 만다. 내려가며 코드라이버 지시에 따라 핸들을 돌려 뜻하지 않게 배를 보이며 물속에 쳐박혔다. 순간 위험함을 느꼈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에 뒤집혀 안전벨트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선수가 뛰어들어 물속에서 벨트를 결국 칼로 자르고 탈출시킬 수 있었다. 드라이버 마레끄 "어푸! 어푸!" 하며 거친숨을 몰아 내쉰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고 마레끄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고맙다는 말로 답례한다. 오프로드 경력 15년의 배테랑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망설였다. DNS를 할 것인가. 아니면 그곳에 캠프를 치고 도강 SS를 마칠 것인가 우리는 정글에서 차량 손상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SS를 치루기에는 많은 위험 요소가 따랐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부담이 큰 SS는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SS에서 점수를 만회하기로 결정하고 정글전 SS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타임트라이얼 방식의 SS 두 개가 치루어졌고 우리의 낮은 배기량의 차량으로 도처히 그들을 따라잡기 힘들지만 몇초 차이로 밀려나는 순위.
어차피 이번 대회의 참가는 순위를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으나 오기가 생겼다. 아직은 부족하다. 다음 대회엔 제대로 한번 준비하고 출전하고 싶다. 무지하게 힘 좋고 잘 나가는 차량 부럽다! 정말로!
정글로 출발하기 바로 전날 국외 한국팀인 서규원씨와 프란시스의 윈치케이블을 재점검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다. 대회 마지막에 들어섰는데 차바퀴에 다리가 깔리는 위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규원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를 위로했다.
캠프로 이동한 것은 해진 저녁. 야전 침대를 펴고 서규원씨를 바로 눕혔다. 침낭속에 들어간 그는 떨고 있었고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침낭을 머리 위까지 덮어주고 끈을 당겨 입구를 좁히며 나머지 침낭 두 개를 그 위로 더 덮어 주었다. 비가 내리는 정글은 해가 지면 싸늘할 정도로 춥다. 걱정이 되어 손을 침낭 속으로 넣어보니 다행히 따뜻했다. 오늘은 그 동안 모자랐던 잠을 푹 자고 내일 밝게 일어나길 기원해 본다.
일부러 저녁 식사를 할 때도 그냥 그대로 두었다. 고통이 있어 그냥 잠을 자두는 것이 나을 것 같기에... .
활발했던 그에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이 창백했다. 내일부터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Sri Jaya의 정글로 진입하는데 과연 저몸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서규원씨를 보았다. 꼼짝도 없이 잔다.
오피셜의 SS브리핑 시간이다. 차마 그를 깨울 수 없어 혼자 갔다.
우리보다 먼저 정글로 향한 선두팀들이 18KM 의 코스 중 4KM 전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하루차이를 둔 선두팀이 4KM 정보 밖에 가지 못했다는 것인가!.
8개의 SS를 포기하고 이동구간으로 돌아가는 팀도 생겼다. 차량의 트러블이 있는 팀인 듯 싶다. 여기 까지 왔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야했다.
뒤늦게 일어난 서규원씨는 다행히도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자기로 하여금 못가는 상황이 될까봐 그도 편치않은 잠을 청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일행은 험한 정글로 향한다.
과연 정글은 이방인을 쉽게 받아 주지 않았다. 길이라고 있었으나 길이 아닌 길이다.
정글 사이로 난 길가에 반쯤 진흙에 묻힌 포크레인이 있다. 아마도 주인이 포기한 듯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우리는 몇키로미터 이동코스를 지나 정글 SS 에 도달한다.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나는 윈치케이블을 들고 40도 정도의 경사에 미끈미끈한 머드 언덕을 올라 윈치를 나무에 걸었다.
30여 미터에 긴 언덕길에 두세번 미끄러져 난 이미 진흙투성이다. 땀으로 젖은 얼굴을 닦아내며 "감어 ! 윈치감어 !" 라 소리친다.
거의다 올라와서 SS 타임체크를 하고 몇 미터 이동 중 타이어 하나가 갑자기 펑크가 났다. 우리 뒤에서 오던 서규원 프란시스팀의 픽업도 이상하게 힘들게 오른다.
차량 트러블이 생긴 걸까? 확인해 보니 전륜 CV액슬 샤프트가 깨져 현장 정비에 들어갔다.
앞에선 텐마크팀이 기다려 주었지만 우리는 덴마크팀을 보내야 했다. 3시간 이상의 작업을 마치고 의기가 한풀 꺾인 우리는 회의를 가져야했다.
서규원씨의 부상, 쉽게 부서진 액슬샤프트 더 이상 쓸 예비 샤프트도 없었고 또 우리차에 남은 마지막 스페어타이어 마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물론 이정도 상황으로 진행은 할 수 있으나 남은 3일간에 10여개의 SS 또한 놓칠 수 없기에 아쉽지만 회차를 결정하고 있는데 앞서갔던 3대의 차량이 되돌아온다.
앞의 상황은 더 장난이 아니란다. 여기저기 깨어진 부품 조각을 보며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해 본다. 5대가 함께 내려가며 내려오는 길조차 윈치를 사용 할 정도다 .
다음 SS가 치루어 질 캠프는 동북쪽 200KM 이상 떨어진 Lembing이다. 또다시 정글 속으로 2시간을 이동하고, 그곳에서 선두팀과 합류하기로 했는데 거의 만신창이로 돌아온 차량들 ...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며 입을 연다. 최악의 상황이라 말한다.
10여대의 차량만이 그 최악의 정글코스를 통과했다. 다음날 단체팀웍을 가늠하는 SS가 열렸다.
약간의 한가로움도 가져보았다.
이제 마지막 SS를 하루 남기고 이런저런 단장을 해본다. 날아간 옆 유리도 비닐과 테잎으로 잘 막아 놓았다.
동쪽으로 또 다시 200Km이상 이동한다. Kuatan Beach로 우리는 이동 중에 식당이 있는 마을에 들렀다. 프란시스가 거북이 요리를 맛보여 준다는 것이다. 중국식당의 요리 솜씨는 아주 일품이다. 거북이 맛은 못 보았지만 그날 저녁만큼은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날은 바닷가 바로 옆 스위스 가든 리조트에 머물렀다.
해변 SS 가 시작될 땐, 각 방송미디어 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리조트에선 저녁에 폐회식이 이루어졌으며 우리는 1000KM 에 이르는 대장정을 무사히 이루었다.
완주패를 수여받았고 우리의 이름 또한 기네스북에 오른다 한다. 완주한 16개국의 50여대의 차량들 그리고 100여명의 선수들 그들은 모두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일생에 있어 남에게 들려줄 자신의 모험담을 가지고 그들은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약 20여일 가까이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아름다움을 정글에 뿌리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