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아버님 생각에..
페이지 정보작성자 산들바람소리 작성일16-08-25 13:39 조회11,789회 댓글2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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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발톱깎기
아버지께서
한참을 웅크리고 발톱을 깎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 것이 되어 버린 것들을
그렇게 모가 난 삶의 모서리들을
딸깍딸깍 떼를 잘 입힌 봉분(封墳)처럼
둥글고 매끄럽게 깎아 내고 있다
아버지 웅크린 그 모습 그대로 마른
생불(生佛)이 되어 바닥으로 가라 앉을 것만 같다
순간, 나는 아이처럼
깊고 고요한 바닥이 무서워 아버지 하고
그 고요를 살며시 흔들어 놓았다
아버지 대답도 없이 그저 고개만 천천히
나를 찾아 먼 길을 돌아 돌아 오신다
들일 나갔다 집에 있는 짐승들을
잠시 거두러 오실 때처럼
마루에 앉은 우리들을
물끄러미 다 같이 거두시고는
다시 들로 천천히 돌아가신다
마른 등은 그믐처럼 차고 깊게 구부러지고
무른 무릎 사이로 얼굴이 천천히 뭍혀 갔다
그런 순간이 내게도 올 것이다
둥글고 매끄럽게 떼를 잘 입힌 봉분(封墳)처럼
삶의 모서리들을 딸깍딸깍 깎아 내며
주위의 안녕을 주섬주섬 거두어 갈 때가 올 것이다
댓글목록
타이(유영보)님의 댓글
타이(유영보) 작성일몇 번을 읽어보게 되네요....
정근진님의 댓글
정근진 작성일좋은글ㅇ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