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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올립니다 -백수와 백조 7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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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상 작성일05-02-25 11:21 조회9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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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 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뺨?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 버릴라다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가슴이 싸해진다.

조카들이 엄마 재치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ㅠ.ㅠ

차라리 그 백수나 불러 낼 걸.





◆백수

아......심심하다.......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기양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 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 취직 시켜조~~~~!!!!

책상 한 구석에 처밖힌 핸펀이 불쌍하다.....ㅠ.ㅠ

자주 좀 울려 줬으면.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으흠흠, 기어이 얘가 나한테 뻑이 갔구나.

냐항!! 신난다!!!!

잽싸게 꽃단장^^~~

뛰어 나가자~~~!!!!







◆백조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ㅠ.ㅠ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X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 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그러게 말이야,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진짠데....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 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거쩜마~~ 남다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ㅜ.ㅜ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ㅠ.ㅠ







◆백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ㅜ.ㅜ

씨......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 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졌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단 하나,

술만 안 취해서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그렇게 삼십 여분을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백조

모......이런 놈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람.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 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ㅠ.ㅠ







◆백수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그럴래다가 그건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백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순간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아.....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

마시고 싶다. .....

컵라면 국물~~~~~~ㅠ.ㅠ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버렸다.

아.....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백수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그만 이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잔 하잖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백조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국물을 쭈우~~ 하고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ㅜ.ㅜ







◆백수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 국물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안스러웠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캡빵 차가운 맥주요." 하고 냅다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백조

아~~~ 씨바 쓰라려 죽겠네....ㅠ.ㅠ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일 뿐 이었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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