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기까지.. 갑둔 훈련장 과 내린천
페이지 정보작성자 호수-Peter 작성일08-10-09 01:01 조회27,692회 댓글8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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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남
내가 鐵驥를 타고 다닐때 부터
형님은 오프를 경험하고 싶어 하셨다
3년이 지나 그 멋진 철기를 팔고
루니를 완성할 때까지
형님은 한번도 시간을 내시지 못했다
사업상 주로 다른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밖에 없는 분 인지라
언젠가는 모실 수 있겠지..하는 마음이었다.
폭탄은 요즘 무지하게 바쁘다
서울대병원 증축 공사의
환경 시스템 감리 단장이라는 역할은
그에게서 오프의 기회를
거의 앗아가 버리기 충분한 것이었다.
바다는 계속 고분 분투 중이었다
돌박이 정민 돌보랴
Offroad 사이트 운영하랴
그리고 나자빠져버린 랜드 크루져 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
이렇게 전혀 판이한 삶의 모양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
만났다.
2. 그곳에 가기까지
아름다운 밤이었다.
유일하게 오픈이었던 루니속의
형님과 나는
속도를 더해감에 따라
휘몰아 치는
밤바람의 싸늘함이 더해 갈수록
우리안에 내재해 있던
개개의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움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어 갔다.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국도의 가로수 등불이
여위어져 가면서
보이지 않던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많아졌고
주변의 검푸른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대기는
우리의 이성과 가슴을
동시에 차갑고 뜨겁게 했다.
음절 하나 하나 마다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조수미의 아리아는
루니의 중후한 기계음과 잘 어울렸다.
내가 젊었을적에는
난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지...
when I was young..
I didn"t need anyone..
Kings Singers의 아카펠라는
이제 오십이 훌쩍 넘어버린 형님과
내 마음속에게 아련하게 물결쳤다.
3. 아침가리골
세시간여의 On-road driving을 마치고
밤 10시경 비포장길로 접어들었고
분필가루 같은 흙먼지를 날리며
우리는 아침가리골 입구로 접어들었다.
구룡덕봉으로의 진입로는 바리케이드가
가로막고 있었고
시간상 시도해 볼 수가 없었다.
온통 숲이고 계곡이었다.
밀림은 아니지만
정말 예쁘게 숲의 터널이
형성되어 있었고
열목어가 사는 계곡은
충분한 수량을 유지하며
우렁차게 흐르고 있었다.
디젤의 무지 막지한 소리와 진동은
벌레들의 잠을 깨우기 충분했다.
아니 그들을 혼비백산케 했다.
헤드라이트와 서치라이트의
불빛역시 그들의 섬세한
감각기관을 아예 마비시켰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느닷없는 방문이
그들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균형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들도 우리와 공존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그들을 섭취할 수 밖에 없는
포식자들의 chain이 형성되어
그 생태 시스템이 건강하듯
간혹 찾아오는
우리와 같은 불청객들로 인해
그들은 더욱 강인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거시 생태계적 입장에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
어떤 냄새를 풍기고
얼마만한 몸짓으로
어떤 주파수 대에서
의사를 소통위해 공기를 울려 대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연보호와 환경보호를
너무나 극우적으로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결국 인간이 혜택을 보자는 것일 것이다.
결코 한마리의 벌레, 한포기의 풀 자체를
살리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보존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결국 인간보호인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보다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자연을 말한다.
인간 우월 주의가 빗어낸 왜곡된 시대흐름인 것 같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가
인간의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공룡이 그랬듯이 인간은 인간의 방식대로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간다.
그러다 소멸되겠지.
공룡의 운명처럼 한 생물 개체의 생성과 소멸에는
분명한 사이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이 지구의 역사일 것이다.
....
이러한 쓰잘데 없는 정신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아침가리골이 주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니
흐믓했다.
1시간여의 숲길 오프로드가 무르익어 가면서
루니속에는
온갖 애벌래와
나뭇가지 형태의 가지벌레
그리고 송충이, 풍뎅이 들이
구석 구석에서 조물거렸다.
그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와 아침가리의 오프를 함께했으나
인간의 존재를 알았고
인간이 어떠한 수단으로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느꼈을 것이다.
...
형님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흥분된 감성을 감추지 않았고
우리는 산소 샤워로 말끔히
씾겨진 몸과 마음으로
우리의 숙소인 내린천으로 향했다.
4. 내린천에서 갑둔으로
내린천 강가에서는
바다 내외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목등심과 소세지 바베큐의
푸짐한 저녁 식사가 있었고
황소가든 아줌마가 씻어다준
참나물의 싸한 향기가 좋았다.
바다의 12개월된 정민이는
이미 꿈나라에 들어 있었다.
새벽 3시.
서치라이트가 비춰지는듯한
강렬한 햇살에 눈을 뜬것은
이미 여덟시 반이 지나서 였고
황소가든의 맛있는 김치찌개로
아침 겸 점심을 든든하게 채운 후
우리는 소치분교 오프를 위해
갑둔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짧은 국도를 벗어나
갑둔의 전술 훈련장으로 접어들자
목가적 풍경의
구릉지가 펼쳐졌고
유월답지 않은 따가운 햇살은
형님과 나의 기분을 더없이 치솟게 했다.
5. M-48 전차와 병사들
우측 저지대 녹지에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눈에 스친다 싶더니
이내 전차와 병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로 오랫만에 보는 한국형 M-48 전차였다
전차 회수차량의 호이스트에 의해
엔진이 통채로 풀밭으로 들려나온채
정비중이었다.
생각해 보시라
코란도 만한 엔진이
전차의 등짝에서 꺼내어진채
이리저리 병사들에게 수술받고 있는 광경을
그것도 야전에서...
그 뒤에는 정말 잘 위장한 또 다른 전차가
포진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풀숲으로 생각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M-48은 정말 예쁘고 잘생긴 전차다.
이런 나의 표현을 전쟁광 쯤으로 여겨도 좋다.
하지만 그 강철 살상 무기의 쓰임새를 잠시 덮어두고
디자인만 바라보라.
섹시할 정도로 둥글고 매끄러운 포탑
전차 운전병이 위치한
날카롭게 유선형을 이룬 하체의 전면
그리고 적당히 낮은 차체와
어디든 오르고 내릴수 있는 무한궤도와 강철 휠....
<사진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사진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이 모든 상세 디자인 요소들로 인해
우리의 전차병들의
생환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비장한 아름다움은
어쩌면 남성으로서만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일수도 있겠다.
장남감 세트장 같은 전차들을 배경으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은 안되다고 손을 저어대는
병사들 역시 뒷 배경 삼아
우리는 짓궂게 사진을 찍고야 말았다.
이후 우리는 여러대의 전차를 목격했고
또 바로 근접해 스치고 지나갔다.
압도적인 탱크의 발진음에
루니의 우렁찬 저음은
그저 귀여운 칭얼거림 정도로 묻혀 버렸다.
기계화 전술 훈련장이 되어버린 갑둔의 모습은
이렇게 한낮 뜨거운 햇살아래 펼쳐진
전차의 대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진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사진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폐가 옆에서 잔뜩 웅크린 채로,
잘 구축된 진지속에서 떡 버티고 선채로,
개활지에서 나뭇가지로만 위장한채,
그리고 포탑을 뒤로한 채 후진하는 등등의 모습으로
그 잘 생긴 M-48 전차들은
우리를 무심하게 맞이하고 또 보내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뒤로 하고
소치 분교 입구를 찾아
신남으로 넘어가는
좁은 산 등어리를 넘어야 했다..
바다는 자신의 6000cc 짜리 랜드 크루져가 엔진 보수를 위해 대기중이라
다른 이의 구형 코란도 탑차를 빌려 타고 왔다.
루니와 바다의 탑차
이렇게 두대의 코란도는 이번 오프의 메인 메뉴인
소치분교를 찾아 신남에 당도했다.
바다의 가족은 온가족이 오프로더다.
부인인 수미씨는 진입 포인트까지 코치할 정도이고
정민은 엄마 뱃속에서 부터
오프를 즐겼다.
오늘도 그렇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돌박이 정민은 한번 우는 적이 없었다.
소치분교 입구를 찾는데는
사십여분이나 소요되었다
워낙 다들 아끼는 코스인지라
일부러 자주 찾지 않기 때문에
바다는 지도를 몇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진입로를 찾을 수 있었다.
계곡으로의 진입 후
편평한 바위를 몇번 타는 가 싶더니
그 유명한 콘크리이트 둔덕이 나타났다.
일전 라이더가 단독 오프시
윈칭으로 오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와! 바다와 나는 환성을 지르며
차에서 뛰어 내렸다.
도데체 여길 어떻게 지난단 말인가?
난감한 빛이 역력한 형님을 뒤로하고
우리는 진입각을 놓고 궁리하기 시작했고
바로 간단한 돌 작업을 마쳤다.
바다의 탑차는 스프링을 액슬 위에 올린 후
33인치 머드 타이어 만 장착한
기본 수준의 차량이었으나
바다의 노련한 주행 감각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일차 시도에서
둔덕을 바로 치고 넘지 못해
돌더미가 조금 무너져 내렸고
바다의 탑차는 원하는 진입각에서
우측으로 미끌어지면서
심한 트레드 먼지를 날리며
몸부림 쳤으나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형님과 나는 필요 부분에 돌을 메뀄고
몇번의 시도 끝에
바다는 보란듯이 둔덕을 넘었다.
다들 동시에 환성을 질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느끼는 짜릿함에 전율했다.
35인치 타이어와 5.86 감속기어
그리고 후륜 락커로 무장한 루니는
가속없이 가볍게 넘을 수 있었다.
굴렁 굴렁 하면서...
몇년전 까지만 해도 꿈에 불과했던
막강한 특수장치 덕분에
차량의 무리나 손상없이
그저 굴렁 굴렁 넘어갔다
난 흐믓하기만 했고
싱겁게 끈난 상황에 형님은 사뭇 아쉬하는 듯 했다.
7. 간단한 야전 먹거리
밀림의 연속이었다.
어제 새벽의 아침가리골은
그야말로 서곡에 불과했다.
길이 끊긴지 수십년이 지난 곳이라
어렴풋한 진행로는
밀림 그 자체였다.
완전한 오픈카인 루니 속에서
형님과 나는 얼굴을 앞유리에
바짝 기댄채
몸을 좌우로 이리저리 피하며
거센 나뭇가지를 헤치며 전진했다.
복병은 위에도 있었다.
머리위로 밀고 들어오는 나뭇가지들에는
도리없이 머리와 얼굴이 긁힐 수 밖엔..
그러나 즐거울 따름인
형님과 나...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Couldnt be Better...
형님은 연신 루니속으로
떨어지는 가지 벌레와
애벌레, 송충이들을 떼어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셨고
그러다 이따금
Roll Cage에 둔중한 충격음을 내며
머리를 부딪히셨다.
EQ는 몰라보게 향상되실 겁니다.
나의 농담에 형님은 역시 즐거운 표정
...
개울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구간에 다달았고
모두가 차에서 내려
의견을 나눈다.
어디로 진입하고
어디로 꺽어야 하고
이 바위는 어느 바퀴로 타고 넘어야 하고..
바다가 이리저리 밀고 들어왔고
데후가 몇번 긁히고
스프링이 바위에 얹히고
좌우측 바퀴가 두어번
허공에서 춤을 추는가 싶더니
어렵지 않게
개울을 거슬러 올라
건너편 기슭에 당도한다.
루니는 예의 그 굴렁 굴렁 모드로
쉽사리 개울을 거슬러
조그마한 모래 사구에 안착한다.
쉬어가기로 했고
커피가 먹고 싶었다.
난 예전에 하던대로
개울 주변에 잔 나뭇가지로 불을 지펴 물을 끓이려 했으나
야전 취식 경험이 일천한
형님과 바다는 난색을 표시한다.
버너도 없고 물 끓일 코펠도 없는데 포기하자며...
아하, 산에선 안되는 일은 없어...
불을 피운뒤 바베큐 하는 형식으로 수통으로 물을 데우고
바다가 가지고 있던 C-레이션 비닐 봉지를 잘라
커피를 털어 넣고 데운 물을 넣어 흔드니
훌륭한 다방커피가 만들어 졌다.
철기 시절부터 가지고 다니던 깡통 햄을 뜯어
나뭇가지에 끼워 넣은 뒤 훈제 햄을 해 먹으니
별로 시장하지 않다던 바다 내외가
맛있게 해치워 버린다.
형님은 동족상잔이라며
애써 다이어트를 유지하셨고
우리는 오렌지 두알로
디저트 까지 마친 뒤
다시 소치의 마지막 이벤트 코스로 향했다.
8. 바다의 전복위기와 8274의 위용
다시 바위 구간과 밀림 구간을
어느 정도 진행했다 싶은 순간
앞서가던 바다가 심하게 우측으로 기울며
정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측이 심하게 경사진 곳을
통나무들로 임시방편으로 메꿔놓은 곳을
주의하지 않고 내 달린 것이었다.
언뜻 상황을 보니
HiLift로 우측 바디를 들어올리고
바위를 고인 뒤
탈출하면 상황이 해제 될듯 싶어
루니의 뒷 범퍼에 장착된
42인치 하이리프트를 들고 와
거치할 포인트를 찾으러 했으나
순정 상태의 코란도라
리프트 포인트가 없었다.
방법은 전륜 휠의 모서리에
사면으로 지지할 수 밖에 없었으나
앞 범퍼가 바위에 얹혀진 상황이라
리프트업 될 경우
차가 더 기울며
우측으로 전복될 상황이었다.
결론은
윈치로 앞에서 당겨
전복되지 않게 끔 장력을 유지 한채로
하이리프트로
어느 정도 우측을 들어 올린 후
바로 윈칭으로 탈출 시키자는 것이었다.
자 이제 8274의 위력을 보여 줄때가 왔구나!
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 긴 와이어를 풀어 내기 시작했다.
내게는 Warn에서 출시된 미끈한 스냇치 블럭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철공소에서 제작한 무지막지한
스냇치 도르레가 있었다.
루니가 후미에 위치하고
7-8미터 앞의 큼지막한 나무를 삼각 윈칭의
중앙 점으로 하고
앞에서 기울어져 있는 바다차의 전면 쇄클에
견인바를 설치했다.
모두를 긴장된 순간이었다.
전복이냐 탈출이냐...!
바다가 준비되었음을 알리는 사인을 받자
난 브레이크 페달을 힘차게 밟음과 동시에
윈치 리모콘을 작동시켰고
바다의 탑차는 엄청난 힘으로 끌어당겨 졌다.
부하가 걸리지 않았을때의 속도가
Warn 9000의 거의 두배인 분당 22미터가 되므로
1차 탈출 후에 견인 와이어는 곧바로
팽팽한 장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재차 윈칭을 시도하여
바다차는 안전한 지역으로
완전히 탈출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초초하게 지켜보던
형님과 수민씨는 박수와 환성으로
상황 종료를 알렸고
흥분한 바다는 차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와! 무슨 윈치 힘이 저렇게 좋지!
와!와!
...
한참동안이나 우리는
그 거대한 윈치를 칭찬했다.
그리고 촬영장비를 가지고 오지 않은
우리의 준비부족을 후회했다.
오프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는데...바다 왈
아, 옵션이었는데 카메라도 안가지고 오다니...형님 왈
낙동강이 있었으면 거의 기절할 정도로 좋아했을텐데...나 왈
...
이후에도 바위와 진흙이 적당히
우리를 즐겁혔고
오후 5시가 넘어가면서
그 아름답고 도전적인
소치분교 오프가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9. Epilog
올 장마가 지나면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