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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알페온 이어시스트의 내방같은 안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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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0-28 01:16 조회8,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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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지엠의 최종병기 알페온 이어시스트가 출시됐다. 알페온 이어시스트는 올해를 두 달 남긴 11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쉐보레 브랜드 론칭 이후 숨 가쁘게 이어온 한국지엠의 신차출시가 이로써 마침표를 찍는다. 올해 출시되는 가장 마지막 모델이다.


알페온 이어시스트는 2.4 리터 엔진에 17.6kw의 모터, 리튬이온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모터의 출력만큼 힘이 세졌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연비효율도 개선시켰다는 친환경자동차다. 한국지엠이 만든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 처음 등장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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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온 이어시스트는 가장 가벼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는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전기차처럼 배터리로 구동할 수 있는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비해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구분할 수 있는 형태다. 대용량 배터리와 큰 모터를 사용해 무게와 원가를 늘리는 대신 컴팩트한 시스템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차가 멈추면 엔진도 멈추는 아이들 스톱,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회생제동 시스템 등이 추가된다. 6단 자동변속기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춰 응답시간을 빠르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엔진의 힘과 연료 소비 효율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된 차다. 푸조의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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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온의 디자인은 동급의 경쟁차종들에 비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랜저나 K7의 화려한 디자인에 비해 보수적이고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택했다.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무게감을 갖췄다. 이 같은 무게감, 보수적인 디자인, 안정감 등은 최근 출시한 말리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한국지엠이 점차 자신의 컬러를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인테리어 역시 무게감이 있다. 고급 무늬목 장식이 핸들과 대시보드, 도어 트림, 기어노브, 센터페시아 등에 들어가 있고 가죽 시트와 가죽 핸들, 고급스러운 질감의 인테리어 소재 등이 차의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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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바탕에 흰글씨, 그리고 옅은 파란색 바탕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깔끔하다. rpm 게이지에는 레드존이 없다. 깊게 가속을 하면 7,000rpm까지 바늘이 치고 올라간다.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에 자리한 정보창에는 다양한 주행정보를 전해준다. 실시간 연비, 평균연비, 동력의 흐름, 연료 잔량으로 갈 수 있는 거리, 평균속도, 현재 속도 등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높은 해상도로 선명한 지도를 보여준다. 각종 기능을 택할 때에도 화면이 깨끗해 쉽고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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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마무리한 흔적이 보인다. 배터리와 모터를 추가하느라 트렁크 공간은 조금 좁아졌고 굴곡이 있지만 마감재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트렁크 천정에도 마감재로 덮어 맨 철판이 드러나지 않는다.


도어를 여닫을 때에도 무게감이 전해진다. 가볍게 통통 거리는 도어가 아니다.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무게감이 손과 귀로 전해진다. 기분 좋은 무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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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알페온의 조용함은 여전히 살아있다. 조용한 실내는 운전자와 탑승객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킨다. 방음이 잘 된 익숙한 응접실에 앉아 있는 듯 편안하다. 편안한 정숙성이다. 프리미엄 세단의 정숙함은 때로 불편할 때가 있다. 부잣집 거실같은 정숙함은 무척 조용하지만 어딘지 불편하다. 내 공간이 아니어서다. 사람을 주눅들게하는 불편한 조용함이다. 알페온의 실내에서 느끼는 조용함은 그런 불편이 없다. 내 방같은 편안함이다.


핸들은 2.8 회전한다. 일반적인 3회전에 조금 못 미친다. 그만큼 예민하고 정확한 핸들링을 기대할 수 있다.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지만 코너에서나 굽은 길에서 부담 없이 차를 컨드롤할 수 있었다. 충분히 차를 컨트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조향성능이다.


속도를 시속 100km에 맞췄다. rpm은 1,600 수준으로 비교적 낮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것. 효율이 그만큼 받쳐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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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조금 더 끌어 올렸다. 부드럽게 다루면 차는 서서히 호흡을 맞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급가속을 시도하면 소리가 먼저  앞서가고 차는 한 발짝 떨어져서 따라간다. 촐싹촐싹 달리는 건 준대형세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뒷짐지고 팔자걸음 걷는 양반네처럼 발걸음 조차 점잖다.
하지만 부드럽게 가속을 시도하면 이 점잖은 양반이 도포자락을 벗어던지고 팔자걸음을 버리고 야무진 뜀박질을 시작한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놀랍다. 시속 150km 이상을 달리는데 속도감은 그 이하다. 차의 흔들림도 적다. 안정감, 승차감이 빛난다. 속도는 시속 187km에서 제한이 걸린다. 더 이상 가속은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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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에는 킥다운 버튼이 생략됐다. 끝까지 밟으면 중간에 걸림이 없이 그냥 바닥까지 페달이 닿는다. 6단 변속기는 마음에 든다. D모드에서 가속은 부드럽고 수동변속에선 운전자의 명령이 있어야만 변속을 한다. 명령, 즉 수동 조작을 하지 않으면 시프트업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하는 충실함. 내가 이 차의 오너임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대목이다. 명색이 수동모드인데 알피엠을 어느 정도 올리다가 스르르 긴장을 풀어버리며 변속이 일어나면, 내가 이 차의 주인이라는 ‘우쭐함’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별로다. 똑똑한 변속기보다 복종하는 변속기가 더 좋다. 적어도 수동변속으로 운전할 때에는 그렇다.


신호대기를 위해 정지하면 어김없이 시동이 꺼졌다. 에어컨 바람은 이 상태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조금 오래 이 상태가 계속되거나 에어컨 바람을 강하게하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 차와 배터리 상태에 따라 시동이 꺼지는 것을 컨트롤하는 것. 좀 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어컨 버튼을 두개를 배치했다. 하나는 효율 우선인 에코모드 에어컨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모드의 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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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을 다양하게 조합한다. 일상 주행 속도에선 엔진 파워만으로 움직이기도하고, 내리막길이나 브레이크를 조작하면 배터리를 충전하며 달리기도 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배터리의 에너지를 모터가 받아 힘을 보태는 하이브리드 파워 모드가 된다.  


이 차의 타이어, 굿이어 마크가 큼직하게 새겨졌다. 215 55R17 사이즈의 타이어다. 타이어는 매우 중요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다. 엔진의 힘은 최종적으로 타이어에 전달돼 노면을 구르며 달린다.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력으로 차가 움직이는 것. 바로 이 마찰력을 줄이면 힘을 아끼는 것이다. 연비를 좋게 할 수 있는 것. 구름저항, 즉 마찰력을 줄여 연비를 개선해준다는 타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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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온 이어시스트는 경제성에서도 제법 점수를 딸만하다. 정부의 세제지원 130만원을 감면받은 판매가격은 디럭스가 3,693만원, 프리미엄이 3,903만원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로얄과 알페온 이어시스트 디럭스의 가격차이는 398만원이다. 그랜저 3.0과 비슷한 가격이다. 경쟁차종들과 폭넓게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취등록세로 최대 140만원을 아낄 수 있고 공영주차장, 혼잡통행료 등 지역별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전한 차라는 면에서도 믿을만 하다. 알페온은 국토해양부 주관 ‘2011 신차 안전도평가(KNCAP)’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1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알페온의 기반이 된 뷰익 라크로스는 북미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2010년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정면, 측면, 후방, 차량전복 분야 모두 최상위 등급인 ‘Good’을 받아 ‘최고의 안전한 차(Top Safety Pick)’로 선정됐고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 조사국(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서 2011년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 별 5개를 받았다. 최고수준의 안전도를 확보했다고 봐도 되겠다.


하나 더, 알페온 이어시스트에 대한 한국지엠의 자신감은 차고 넘친다. 배터리, 모터 등 이어시스트 부품에 대해 8년 16만km의 보증기간을 적용했다. 이 기간 동안 고장에 대한 걱정에서도 자유로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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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뒤에서 함께 달리며 이 차를 보면 범퍼 아래 머플러 등의 부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짧은 치마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처럼 민망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추가하느라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배기관과 머플러 등이 아래로 쳐진 것으로 보인다. 보기 깔끔하라고 배기구를 감춘 것 까지는 좋은데 뒤에서 쫓아오는 세단 승객들에게는 그 효과가 전혀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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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