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페이지 정보작성자 송선규 작성일04-09-20 16:57 조회875회 댓글0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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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칼럼에서 퍼왔습니다.
괜시리 찡하네요..
"할부지 기둘려요. 손자가 갑니다~!!!!!!!!!!!!"
아부지, 추석이 얼마 안 남았소. 어째 그간 평안하셨소?
120~140Km의 속도로 부지런히 달렸는디도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니요…
아침 5시 조금 넘어 출발혔는디 작은 집에 도착헝께 9시 반이 넘어부렀소.
둘째 작은아버지와 용환이는 폴쌔 벌초하러 가불고 없다고 안 하요.
같이 갈라고 서둘러 온다고 온 거인디, 쪼께 늦은 모양이오.
어머니와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가봉께
벌초를 벌써 반은 끝내놓았습디다.
제초기를 건네 받아서 부지런히 벌초를 마저 끝내고 언덕 너머의 아버지한테로 갔소.
형이 댕겨간 지도 얼마 안 된다는디 그새 풀은 또 무던히 자라 있습디다.
참맬로 징헌 놈들이요. 무담시 고로코롬 싸게싸게 자라는지… 참맬로 징헌 놈들이요.
아부지! 벌초할 때 마다 생각하는긴디… 벌초 말이요… 꼭 머리깎는 거랑 똑 같지 않소?
안 그요?ㅋㅋ..
암튼 오늘 벌초하믄서 봉께, 나가 아부지한테 고맙다고 해야할 거이 또 하나 있습디다.
나 어릴 적 보믄, 머리 빡빡 깎아가지고 돌아댕기는 아들이 참 안 많았소?
근디 어째 형과 나는 한 번도 머리 빡빡 깎아본 적이 없었다 그말 아니요.
오늘 봉께 내는 고거이 참맬로 고맙다는 생각이 듭디다.
자기 편할라고 자식 머리 빡빡 밀어버리는 부모들도 없지는 않았을 거인디,
그래도 아부지는 우리 형제를 성의없이 키우지는 않았던 모양이구나 생각허니
아부지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말이오.ㅎㅎ..
머리 빡빡 깍아 놓은 아들은 을매나 없어보이고, 성의없어 보이는지…ㅋㅋ
나가 오늘 아부지 머리 아조 빡빡 밀어버릴라고 봉께,
이거 나 편하자고 아부지 머리 빡빡 밀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쪼께 미안시런 생각도 들고…
아부지는 내 머리를 한번도 빡빡 밀어버린 적이 없는디…안 그요. 잉~?ㅋㅋ..
ㅋㅋ.. 아부지, 그래도 벌초는 다들 그리 합디다.
그래서 아부지, 대신 내가 말이시… 아부지 머리 젤로 잘 깎아주믄 되지 않겄소?ㅎㅎ…
걱정마씨요. 나가 무지 신경써서 깎았응께…
나도 이발할 때 머리선이 삐뚤빼뚤하믄 무지 찝찝하다 안 허요?
역시나 깎고나서 쭉 둘러봉께 울 아부지 머리가 젤로 이쁩디다. 참말이요.^^
사람은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아부지가 애가 된 모양이오.
나가 애맹키로 아부지 머리를 빡빡 밀어놨으니 말이요.ㅉㅉ…
아부지, 그거 아시요?
지난 번 벌초할 때는 봉께 작은 아버지가 아부지 묘에 풀을 뜯으면서 울고 계십디다.
분명 땀은 아닌디… 노인 양반이 조용히 울음을 삼키면서 낫질을 하고 계시더라 이 말이요.
못 본치키 했소. 내도 짠해지고 당신도 넘새스러우실까봐…
낼모레면 작은아버지도 칠순이랍디다. 벌써…
지난 번에는 둘째 작은아버지랑 나랑 용환이랑 이렇게 셋이서 벌초를 했는디,
이 번에는 셋째 작은아버지 까정 오셔서… 장정(?)이 넷이나 되니
일이 무지하니 빨라져 부렀소.
어머니까지 모두 다섯이니,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끝내 버렸소.
아부지, 이번에는 집사람이랑 딸내미도 꼭 같이 데리고 올라고 혔는디…
일이 어찌 그리 되야 부렀소.
집사람은 일 때문에 그렇다쳐도 딸내미는 꼭 데리고 올라고 했는디,
애 봐 줄 사람도 없고 위험하다고 해싸서 못 데리고 왔는디… 후회가 막심이요. 막심…
한 쪽에 앉혀놓고 저야 놀든지 자든지… 암거라도 함서 구경이라도 하믄,
이 애비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믄 알아서 좋고
몰라도 이 다음에 크믄 어렴풋이 추억거리라도 될 거인디…
이제 여섯살 이니께… 안 그라요. 잉?
아부지 멀라 그리 일찍 돌아가셨소?
아부지가 그리 이뻐라했샀던 손녀딸, 내 딸내미 크는 것 좀 보고 가시믄 오죽 좋았소?
이 넘의 딸래미가 맨날 처가에서 놀다봉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개념은 분명하고,
살아계신 친할머니도 자주봐서 개념이 섰는디,
아 글씨, 돌아가신 아버지는 본 적이 없다보니
‘친할아버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좀 희미한 것 같습디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겄소? 내가 좀 속이 상합디다.
그래서 내가 오늘은 아조 작정을 혔소.
다음 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딸래미는 꼭 데리고 온다고 말이요.
근디 아부지, 어째 요새는 한 번도 꿈에 안 나오시요?
예전엔 가끔씩 꿈에 비치곤 하더니만…
아마 나가 행복에 겨운 모양이오. 그라니께 아부지 생각도 덜 하는 것이고,
글다봉께 아부지가 꿈이 안 나타나는 것이겠지라?
뭐, 꼭 그런 것 만도 아닌디, 암튼 미안허요.
열심히 살아야제… 씨잘데기 없이 아부지 생각만 많이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니께,
그리 아시고 쪼게 이해
괜시리 찡하네요..
"할부지 기둘려요. 손자가 갑니다~!!!!!!!!!!!!"
아부지, 추석이 얼마 안 남았소. 어째 그간 평안하셨소?
120~140Km의 속도로 부지런히 달렸는디도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니요…
아침 5시 조금 넘어 출발혔는디 작은 집에 도착헝께 9시 반이 넘어부렀소.
둘째 작은아버지와 용환이는 폴쌔 벌초하러 가불고 없다고 안 하요.
같이 갈라고 서둘러 온다고 온 거인디, 쪼께 늦은 모양이오.
어머니와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가봉께
벌초를 벌써 반은 끝내놓았습디다.
제초기를 건네 받아서 부지런히 벌초를 마저 끝내고 언덕 너머의 아버지한테로 갔소.
형이 댕겨간 지도 얼마 안 된다는디 그새 풀은 또 무던히 자라 있습디다.
참맬로 징헌 놈들이요. 무담시 고로코롬 싸게싸게 자라는지… 참맬로 징헌 놈들이요.
아부지! 벌초할 때 마다 생각하는긴디… 벌초 말이요… 꼭 머리깎는 거랑 똑 같지 않소?
안 그요?ㅋㅋ..
암튼 오늘 벌초하믄서 봉께, 나가 아부지한테 고맙다고 해야할 거이 또 하나 있습디다.
나 어릴 적 보믄, 머리 빡빡 깎아가지고 돌아댕기는 아들이 참 안 많았소?
근디 어째 형과 나는 한 번도 머리 빡빡 깎아본 적이 없었다 그말 아니요.
오늘 봉께 내는 고거이 참맬로 고맙다는 생각이 듭디다.
자기 편할라고 자식 머리 빡빡 밀어버리는 부모들도 없지는 않았을 거인디,
그래도 아부지는 우리 형제를 성의없이 키우지는 않았던 모양이구나 생각허니
아부지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말이오.ㅎㅎ..
머리 빡빡 깍아 놓은 아들은 을매나 없어보이고, 성의없어 보이는지…ㅋㅋ
나가 오늘 아부지 머리 아조 빡빡 밀어버릴라고 봉께,
이거 나 편하자고 아부지 머리 빡빡 밀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쪼께 미안시런 생각도 들고…
아부지는 내 머리를 한번도 빡빡 밀어버린 적이 없는디…안 그요. 잉~?ㅋㅋ..
ㅋㅋ.. 아부지, 그래도 벌초는 다들 그리 합디다.
그래서 아부지, 대신 내가 말이시… 아부지 머리 젤로 잘 깎아주믄 되지 않겄소?ㅎㅎ…
걱정마씨요. 나가 무지 신경써서 깎았응께…
나도 이발할 때 머리선이 삐뚤빼뚤하믄 무지 찝찝하다 안 허요?
역시나 깎고나서 쭉 둘러봉께 울 아부지 머리가 젤로 이쁩디다. 참말이요.^^
사람은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아부지가 애가 된 모양이오.
나가 애맹키로 아부지 머리를 빡빡 밀어놨으니 말이요.ㅉㅉ…
아부지, 그거 아시요?
지난 번 벌초할 때는 봉께 작은 아버지가 아부지 묘에 풀을 뜯으면서 울고 계십디다.
분명 땀은 아닌디… 노인 양반이 조용히 울음을 삼키면서 낫질을 하고 계시더라 이 말이요.
못 본치키 했소. 내도 짠해지고 당신도 넘새스러우실까봐…
낼모레면 작은아버지도 칠순이랍디다. 벌써…
지난 번에는 둘째 작은아버지랑 나랑 용환이랑 이렇게 셋이서 벌초를 했는디,
이 번에는 셋째 작은아버지 까정 오셔서… 장정(?)이 넷이나 되니
일이 무지하니 빨라져 부렀소.
어머니까지 모두 다섯이니,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끝내 버렸소.
아부지, 이번에는 집사람이랑 딸내미도 꼭 같이 데리고 올라고 혔는디…
일이 어찌 그리 되야 부렀소.
집사람은 일 때문에 그렇다쳐도 딸내미는 꼭 데리고 올라고 했는디,
애 봐 줄 사람도 없고 위험하다고 해싸서 못 데리고 왔는디… 후회가 막심이요. 막심…
한 쪽에 앉혀놓고 저야 놀든지 자든지… 암거라도 함서 구경이라도 하믄,
이 애비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믄 알아서 좋고
몰라도 이 다음에 크믄 어렴풋이 추억거리라도 될 거인디…
이제 여섯살 이니께… 안 그라요. 잉?
아부지 멀라 그리 일찍 돌아가셨소?
아부지가 그리 이뻐라했샀던 손녀딸, 내 딸내미 크는 것 좀 보고 가시믄 오죽 좋았소?
이 넘의 딸래미가 맨날 처가에서 놀다봉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개념은 분명하고,
살아계신 친할머니도 자주봐서 개념이 섰는디,
아 글씨, 돌아가신 아버지는 본 적이 없다보니
‘친할아버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좀 희미한 것 같습디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겄소? 내가 좀 속이 상합디다.
그래서 내가 오늘은 아조 작정을 혔소.
다음 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딸래미는 꼭 데리고 온다고 말이요.
근디 아부지, 어째 요새는 한 번도 꿈에 안 나오시요?
예전엔 가끔씩 꿈에 비치곤 하더니만…
아마 나가 행복에 겨운 모양이오. 그라니께 아부지 생각도 덜 하는 것이고,
글다봉께 아부지가 꿈이 안 나타나는 것이겠지라?
뭐, 꼭 그런 것 만도 아닌디, 암튼 미안허요.
열심히 살아야제… 씨잘데기 없이 아부지 생각만 많이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니께,
그리 아시고 쪼게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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